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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봄은 간다
게시물ID : lovestory_918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5/16 17:13:5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상옥, 사향(思鄕)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2.jpg

 

김억, 봄은 간다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3.jpg

 

변영로, 봄비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4.jpg

 

신석정, 슬픈 구도(構圖)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어 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 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요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하늘 별이드뇨

 

 

 

 

 

 

5.jpg

 

성춘복, 복사꽃제




묵은 잠을 일구는

밭은 숨소리가

말발굽으로 달린다

젖은 바람과 함께


생애를 마감하고

거득 시작을 보이는

매듭의 끝가지를 타고

꽃이 심한 기침을 해댄다


우리들의 마음보다 더 얕게

무릎으로 지쳐가는

바닷가 안개

그 풋풋한 텃밭


한동안의 신기루

어떤 불로도 지을 수 없는

빛의 한가운데

꽃은 튀어오른다


단숨의 재치로운 걸음으로

바다와 바람과 안개가

꽃을 밀어올린다

복사꽃밭의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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