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호수는 별 하나 안은 채 조용하다
게시물ID : lovestory_918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5/24 17:05:4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유치환,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에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라


들어 보라

저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2.jpg

 

신경림, 나목(裸木)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3.jpg

 

모윤숙, 밤 호수




호수 밑 그윽한 곳

품은 꿈 알 길 없고

그 안에 지나는 세월의 움직임도

내 알 길 없네

오직 먼 세계에서 떠온 밤 별 하나

그 안에 안겨 흔들림 없노니

바람 지나고 티끌 모여도

호수 밑 비밀 모르리

아무도 못 듣는 그 곳

눈물어린 가슴 속같이

호수는 별 하나 안은 채 조용하다

 

 

 

 

 

 

4.jpg

 

김소월, 꿈꾼 그 옛날




밖에는 눈, 눈이 와라

고요히 창 아래로는 달빛이 들어라

어스름 타고서 오신 그 여자는

내 꿈의 품속으로 들어와 안겨라


나의 베개는 눈물로 함빡히 젖었어라

그만 그 여자는 가고 말았느냐

다만 고요한 새벽, 별 그림자 하나가

창 틈을 엿보아라

 

 

 

 

 

 

5.jpg

 

조지훈, 완화삼(玩花衫)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 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