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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게시물ID : lovestory_918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5/26 17:16:0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노천명, 오월의 노래




보리는 그 윤기 나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숲 사이 철쭉이 이제 가슴을 열었다


아름다운 전설을 찾아

사슴은 화려한 고독을 씹으며

불로초 같은 오시(午時)의 생각을 오늘도 달린다


부르다 목은 쉬어

산에 메아리만 하는 이름


더불어 꽃길을 걸을 날은 언제뇨

하늘은 푸르러서 더 넓고

마지막 장미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라

그리고 폭풍이 불어다오

이 오월의 한낮을 그냥 갈 수는 없어라

 

 

 

 

 

 

2.jpg

 

양성우,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기나긴 죽음의 시절

꿈도 없이 누웠다가

이 새벽 안개 속에

떠났다고 대답하라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흙먼지 재를 쓰고

머리 풀고 땅을 치며

나 이미 큰 강 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3.jpg

 

박성룡, 바람 부는 날




오늘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 새 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말갛게 쓸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아 지금 바람이

저렇게 못 견디게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또 내가

내가 잃은 모든 것을 되찾고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4.jpg

 

서경온, 별빛 등불 하나




눈 먼 검은 강(江)물 속으로

빠져들어도 가라앉지 않는

당신은 어떤 불빛인가요


그대, 나의 뻔한 헛수고


애써 작정하고 떠나보지만

울먹이며 다시 찾아

돌아오는 길


어둠 속에서

강(江)은

눈물처럼 질척이며 흐르고


흔들리다가 가만히

내 안에 켜지는

별빛

등불 하나

 

 

 

 

 

 

5.jpg

 

나희덕, 기억의 자리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 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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