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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길 위에서의 생각
게시물ID : lovestory_919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5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5/30 20:07:2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허만하, 이슬에 대하여




희망과 절망 두 개의 극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나침반 바늘

남과 북 두 개의 극으로 균형을 잡고

무한 공간에서 원심력처럼 돌고 있는 지구같이

진흙의 깨끗함과 흰 눈의 더러움 사이에서

풀잎처럼 흔들리고 있는 섬세한 감성

중천에 직립한 풀잎 끝에

맺히는 한 방울 수분처럼

물은 얕은 높이에서도 밑으로 떨어진다

꼿꼿하게 서 있는 풀잎은 알고 있다

아득한 별빛 높이를 위하여

어둠의 지층이 누워 있는 것을

태양 둘레를 도는 지구에 버금가는

여리고도 정갈한 이슬의 무게를

잠들지 못하는 풀잎은

투명한 외로움처럼 떨면서 견디고 있다

 

 

 

 

 

 

2.jpg

 

안수환, 문




내 마음속에는

닫힌 문짝을 열고자 하는 손과

열린 문짝을 닫고자 하는 손이

함께 살았다


닫히면서 열리고

열리면서 닫히는 문살을

힘껏 잡고 있으려니


눈물겨워라

눈물겨워라

 

 

 

 

 

 

3.jpg

 

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4.jpg

 

황인숙, 비




아, 저, 하얀, 무수한 맨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

찰박 찰박 찰박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쉬지 않고 찰박 걷는

티눈 하나 없는

작은 발들

맨발로 끼어들고 싶어지는

 

 

 

 

 

 

5.jpg

 

김경주, 바다횟집




그 집은 바다를 분양받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싱싱한 물살만을 골라 뼈를 발라 놓고

일 년 내 등 푸른 수평선을

별미로 내놓는다

손님이 없는 날엔 주인이

바다의 서랍을 열고

갈매기를 빼 날리며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깎기도 하는 여기엔

국물이 시원한 노을이

매일 물 위로 건져 올려지고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좋은 푸른 알들이

생선을 열면 꼭 차 있기도 한다

밤새 별빛이 아가미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그물보다 촘촘한 밤이 되어도 주인은

바다의 플러그를 뽑지 않고

방안으로 불러들여 세월과 다투지 않고

나란히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깐 마늘처럼 들러 앉아

사발 가득 맑은 물빛들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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