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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誦詩抄- 옛사랑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919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상크리엄
추천 : 1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6/01 11: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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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Icon 치자꽃 설화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누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 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 내던 가슴은 돌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 소리만 저홀로 바닥을 뒹굴다가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및 치자꽃 아래

한 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 따라 엷은 가랑잎 돋는 소리와

짝을 찾아 우는 쑥국새 울음 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 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도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그치지 않는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 박  규 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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