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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어느새 거리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919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6/06 22:40:5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영호, 세월




꽃집에서 아내가 값을 흥정하는 동안

피튜니아 꽃잎이 시들고 있었다

꽃은 시들어가고

그 꽃을 흥정하는 아내의 눈가에

세월의 잔물결이 넘실거렸다


아내는 꽃을 보고

나는 아내를 보고

아내를 보는 나를 다른 꽃이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거리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런 하루가 아내의 세월을 쌓고 있었다

 

 

 

 

 

 

2.jpg

 

정규화, 무지개




그랬었지

어린 날 내게

꿈과 희망을 준 무지개

그 뿌리를 캐겠다고

마을을 지나서 더 멀리 갔었지

추억은 엊그제처럼 생생한데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

내 마음은 끝없어 달려가고 있지만

요즘은 무지개를 볼 수 없다

어디 가면 무지개를

볼 수 있을까

꿈과 희망이 없는 나라에는

무지개도 없는가

내 어린 날

꿈과 희망으로 가득차 있던 무지개

나를 키워준 색깔들을

이제는 찾아 나서야겠다

해는 저물고 있지만

 

 

 

 

 

 

3.jpg

 

장철문, 겨울 가지




생략이란 저런 것이다


꼭지가 듣도록, 한 생애를

채웠다 비우고

모세혈관처럼

허공을 껴안은 가지들


그 시린 가지 끝의 서릿발

자장(磁場)에

가뿐히 몸을 부린

까치 한마리


저 작은 떨림의

가뿐함


저 매운 가지 끝에서

어느 허공이

다른 허공과 남일 수 있으랴

 

 

 

 

 

 

4.jpg

 

박두진, 가을에 당신에게




내가 당신으로부터 달아나는 속도와 거리는

당신이 내게로 오시는 거리와 속도에 미치지 못합니다

내 손에 묻어 있는 이 시대의 붉은 피를 씻을 수 있는 푸른 강물

그 강물까지 가는 길목 낙엽 위에 앉아 계신

홀로이신 당신 앞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별에까지 들리고, 달에까지 들리고

가슴 속이 핑핑 도는 혼자만의 울음

침묵보다 더 깊은 눈물 듣고 계시는

홀로만의 당신 앞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5.jpg

 

서종택, 풀




평생 한 번도

바람에 거슬러 본 적 없었다

발목이 흙에 붙잡혀

한 발자국도 옮겨보지 못했다

눈이 낮아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했다

발바닥 밑 세상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므로

참, 모질게도, 나는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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