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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결핍도 때로는 눈부시다
게시물ID : lovestory_920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7/08 20:45:3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정현종, 집




떠남도 허락하고

돌아감도 허락한다

떠나는 길과 끝나는 길이

만나서

모든 도중의 하늘에

별을 빛나게 하고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한 번의 폭포로 노래하게 한다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은

목동이여 찾아 헤매는 그대 마음인데

부는 바람과 흐르는 시내가

자비와 쓸쓸함으로 온다 한들

어떤 편안한 잠이

그대의 소유와 상실을 덮어줄까

어떤 길이 마침내

죽음에게 길을 열어줄까


안정은 제 마음을 버리고

강물에 비치는 고향

때때로 무의식으로 우는 이마

깨어서도 젖는다

 

 

 

 

 

 

2.jpg

 

신석정, 대숲에 서서




대숲으로 간다

대숲으로 간다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자욱한 밤안개에 벌레 소리 젖어 흐르고

벌레 소리에 푸른 달빛이 배어 흐르고


대숲은 좋더라

성글어 좋더라

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더라


꽃가루 날리듯 흥근히 드는 달빛에

기척 없이 서서 나도 대같이 살거나

 

 

 

 

 

 

3.jpg

 

이수익, 결핍도 때로는 눈부시다




전통가옥 보존구역 내 한옥들은

전신에 흙먼지를 털지 않은 채 고스란히

삭아내려도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는 듯

시간이 발자국 아래 깊이 찍히고있다

그 일대만이 도드라지게 폐허로 함몰되는

결핍이 상호(商號)처럼 눈부시다

 

 

 

 

 

 

4.jpg

 

박양균, 화병




이제 막 핀 개나리 송이 몇 가지를 경이 네가 화병에 꽃아 놓고

돌아선 빈 선저리에 종소리 같은 소리가 남음은 무슨 까닭일까


스며드는 빛깔보담은 무게로 옮아오는 나리꽃 냄새는

뉘의 위촉으로 이렇게 나의 가슴에 요란한 소리를 남기는가


그런대로 나는 그 세찬 소리의 향(向)을 알 수 없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았던 정물(靜物)로 보아 온 어제의 화병을 기억한다


오늘 이렇게 빈 화병이 개나리꽃을 담고 거기 빈 선저리를

점유함에 나의 죄의 의식이, 없는 소리를 듣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이 네가 화병을 만지다 돌아선 그 빈 선저리에

누가 타일러서가 아니라 스스로 발작으로 나리꽃을 담은 화병처럼

내가 거기를 차지하고 안정될 수는 없을까

 

 

 

 

 

 

5.jpg

 

이재무, 구부러지다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린 것이고

능선은 시간이 구부린 것이고

처마는 목수가 구부린 것이고

오솔길은 길손들이 구부린 것이고

내 마음은 네가 구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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