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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산골마을 하룻강아지]
게시물ID : lovestory_924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즈앤마리
추천 : 1
조회수 : 5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0/27 20: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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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콩이
 하얗고 보송보송한 눈으로 덮인 강가카페의 실내테라스 한 귀퉁이에 달콩이네 집이 있습니다. 

유리문을 통과한 따사로운 겨울햇살이 달콩이의 하얗고 보드라운 배를 간지럽힙니다. 

지금 달콩이는 포근한 엄마 품에 안겨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햇살의 기분 좋은 자극을 즐깁니다. 

꼬물꼬물 거리는 형들과 누나들 사이에 낑겨 한 배 두둑이 엄마젖을 빨아 먹은 후의 나른한 포만감은  달콩이의 행복한 일상중 하나입니다.

 달콩이는 경기도 강가카페의 손님 안내견 웰시코기 엄마랑 강 건너 강원도 목장의 양치기견 보더콜리 아빠사이에서 태어난 귀여운 아기 강아지 입니다.

 웰시코기 엄마는 검은색 몸에 고급스런 흰 목도리를 두르고 태어난 달콩이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강가 어디선가 불어온 향기로운 바람이 달콩이의 코를 때리던 날 엄마는 달짝지근하고 고소하고 맛있는 젖을 먹지 못하게 합니다.

 달콩이는 입안이 근지러워 형들과 누나들을  따라서 통나무껍질을 갉아봅니다. 강가카페 주인아저씨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 갈색알갱이들을 가져다줍니다. 

엄마젖을 먹을 수 없으니 아쉬운 대로 아저씨가 주는 알갱이들을 먹습니다. 신세계를 맛봅니다.

 꼬르륵 배가 고프니 아저씨가 주는 알갱이도 엄마 젖만큼  어찌나 달달한 지 또 알갱이는 엄마젖과는 달리  근지러운 입안마저 시원하게 만들어 줍니다.

 맛있고 시원한 알갱이가 있으니 엄마의 꿀 젖도 잊을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달콩이는 형들과 누나들이랑 마당까지 나갈 수 있게 될 정도로 컸습니다.

 아무리 커보았자 하룻강아지 이지만 마당에 핀 민들레꽃 냄새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습니다. 

달콩이는 언제까지나 여기 이곳 강가카페에서 행복할 것 만 같았습니다. 

 늘 그렇듯이 달콩이는 유리문 너머 햇살의 속삭임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뭔가 이상한 게 느껴졌습니다.

 엄마는 힘이 없어보였습니다. 

달콩이는 엄마가 왜 전과 다른 모습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찌 누나, 두찌, 셋찌 형이 없습니다.

 마당에 나가보아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달콩이는 배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귀도 저절로 쫑긋거려졌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주인아저씨와 친하게 지내는 부부가 강가카페로 찾아왔습니다.
 
"저기 흰 목도리 녀석이 근사하고 예쁘네요!"  여자가 말했습니다. 

 "다들 그 녀석을 탐내는데 이미 점찍어 놓은 임자가 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대답합니다.

 " 흠  어쩔 수가 없지, 깜돌이랑 누렁이 녀석들을 데려가겠네!" 아쉬워하며 남자가 말합니다.

달콩이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길이 없지만 엄마가 힘이 없어 보이는 것과 관련 있는 거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날 부부는 넷찌 형과 다찌 누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강가카페의 밤하늘 아래에서 달콩이는 엄마랑 단둘이 잠을 청해봅니다.

 형들 누나들이 보고 싶지만 엄마가 있으니 견딜 만 하다고  느껴집니다.  

자고 일어나면 형들과 누나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엄마  품속으로 파고듭니다. 

**

주인아저씨 차를 타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납니다. 

차창 밖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하늘도 푸르고 구름도 몽글몽글 따뜻한 바람도 산들산들 한 기분좋은 날입니다. 

이런 날 여행을 하는 설레임에  달콩이는 형들과 누나들일은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그저 즐겁고 처음 보는 강가카페 바깥세상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가 사는 집에 도착합니다.

보건진료소라고 합니다. 교통이 불편한 시골이나 산골마을에서 주민들이 아프면 진료를 해주는 곳입니다.
 
"소장님! 바로 이 녀석이에요. 구충제만 한달 간격으로 두 번 먹이면 됩니다."  주인아저씨가 말했습니다.

 "너무 귀엽네요! 목에 두른 하얀 목도리는 무척 근사하군요!" 흰 가운 여자가 대답합니다.
 
"여섯 마리중 제일 막내인데 웰시코기 에미와 보더콜리 애비의 좋은 점만 물려 받은  것 같아요!"

주인아저씨가 말하며 흰 가운 여자에게 달콩이를 넘깁니다.

 달콩이는 불편하고 낯설어 귀를 쫑긋거리며 낑낑거려봅니다.

"하얀이가 너무 좋아하겠어요. 감사해요! 사장님!"

 주인아저씨는 달콩이를 남겨두고 차를 타고 휙 사라졌습니다. 

 햇님이 산자락위에 가까이 내려앉으려 할 때 하얀이라는 어린 여자아이가 달콩이에게 다가와 흥분하며 소리를 지릅니다. 

"꺅, 너무 귀여워! 엄마, 얘 이름은 달콩이로 할래."  하얀이가 말합니다.

 달콩이는 하얀이가 지어준 이름입니다. 달콩이는 보드라운 극세사 새 집이 생겼고  은색의 새 밥그릇도 생겼지만 기운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얀이는 좋은 아이 같았지만  엄마생각이랑 형 누나들 생각에 시무룩한 기분만 들 뿐이었습니다.
 
삼겹살이라는 매혹적인 냄새에  끌려 조금 입에 가져다 먹어 보았지만 목이 메일 뿐이었습니다.

 밤새 잠도 이루지 못하고 낑낑거렸습니다. 

달님도 슬퍼보였고 별님들도 울고 있는것 같아 "아후~~!"하며 밤하늘에 대고 울부짖었습니다. 

엄마랑 누나, 형들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울다 지쳐 쓰러져 잠든 달콩이를 보고 하얀이는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토요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어 하루종일 달콩이 곁을 지켜줄 수가 있었습니다.    

하얀이는 달콩이에게 그림을 선물해주었습니다.

 하얀이가 달콩이와 함께 방방이에서 뛰어노는 그림이었습니다. 

하얀이와 달콩이가 뛰어오르는 발자취를 따라 수많은 하트들이 뽀그르르 따라다니는 그림이었습니다.

 또 달콩이의 근지러운 입안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개 껌과 개구리 고무인형도 선물해주었습니다. 

달콩이는 하얀이가 맘에 들었습니다. 하얀이가 권하는 삼겹살을 먹으니 다시 기운이 솟아났습니다. 

엄마나 형누나들과 있을때랑은 다른 동글동글, 알콩달콩, 아기자기한 기분에 젖어들었습니다. 

하얀이와 함께라면 달콩이는 여기 이곳에서 새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꿈에 달콩이는 그림에서처럼 하얀이와 은하수 별 다리를 건너며 천방지축으로 날아다녔습니다.

 달콩이의 마음은 하얀이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찼습니다.
 
 하얀이와의 꿈같은 이틀이 번개처럼 지나가버렸습니다.

 하얀이는 학교에 가야한다고 했습니다. 이틀 만에 하얀이와 헤어졌습니다. 

달콩이는 또 혼자 남겨졌습니다. 

하얀이가 선물해준 그림도 밟아보고 개 껌도 씹어보고 개구리고무인형도 툭툭 건드려보았지만 하얀이가 없으니까 재미가 없었습니다. 

흰 가운 아줌마가 은색밥그릇에 향긋한 알갱이들을 담아 주었지만 입맛이 없었습니다.

 달콩이는 하얀이 생각만 났습니다.

2.알콩이
햇님이 하늘 꼭대기에서 까맣고 반짝거리는 지붕위로 한창 봄볕을 내리쏘고 있을 때쯤 흰 가운 아줌마는 온몸이 하얗고 복슬복슬한 도도하고 까칠한 알콩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달콩아, 여자친구다! 이제 외롭지 않을 거야!" 흰 가운 아줌마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달콩이는 바짝 긴장한 알콩이에게 다가가 코를 비벼보았습니다.

 알콩이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달콩이의 호의를 받아들였습니다. 

둘은 달콩이 밥그릇에 알갱이도 사이좋게 나눠먹었습니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알콩이는 달콩이의 극세사 집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달콩이도 알콩이 옆에서 앞발에 얼굴을 기대고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우당탕탕 소리에 깜짝 놀라 달콩이는 노곤했던 상태에서 번쩍 깨어났습니다. 

어느새 꼬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탁"하고 방바닥에 가방 던져놓는 소리와 함께  하얀이가 뛰어 들어왔습니다.
 
"달콩아! 알콩이랑 벌써 인사했어? 알콩이도 귀엽다!  나도 강아지가 두 마리나 생겼다!" 

 달콩이가 바라본 하얀이의 눈동자에는 알콩이 이마에 있는 것과 똑같은 하트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얀이는 다음날도 학교에 갔다가 해가 산자락에 걸릴 때 쯤 돌아왔습니다.

 달콩이는 하얀이가 떠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얀이가 학교에 가 있을 땐 알콩이와 둘이서 있다가 하얀이가 돌아오면 셋이서 인형 물어오기 놀이도하고 하얀이가 그림 그리는 것도 지켜보았습니다. 

하얀이 알콩이 달콩이가 춤추는 음표의 선율에 맞춰 나란히 합창을 하는 그림이었습니다. 

달콩이게는 셋이 있을 때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3. 마실
 마당귀퉁이에 있는 자두나무에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뒷산에도 연분홍빛 살구나무 꽃이 피어올랐고 길가의 벚꽃 나무들도 온통 핑크색으로 물들었습니다.

햇살 가득한 마당엔 화사한 봄내음이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알콩이 달콩이는 집안에서 바깥으로 쫓겨났습니다.  

 "똥강아지들! 배변교육을 시켜도 안되니 안에서는 못데리고 있겠어!" 흰 가운 아줌마는 화를 내며 알콩이, 달콩이가 둘이서 지낼 수 있도록 마당에 나무로 된 집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알콩이 달콩이는 바깥으로 쫓겨난 게 오히려 더 답답하지 않고 훨씬  좋았습니다.

 찻길건너 이웃집엔 채소밭  가장자리에 묶여있는 누렁이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철창집안에는 절름발이 백구 아줌마랑 갓 태어난 새끼강아지들이 있었습니다.

 누렁이 아저씨네 집엔 이것저것 섞어서 만든 잡탕 죽이 있었습니다.

 흰 가운 아줌마가 주는 알갱이만 먹다가 누렁이아저씨네 잡탕밥을 얻어먹었더니 꿀맛이 따로 없었습니다.

 알콩이 달콩이는 하얀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에는 둘이서 건너편 이웃집을 시작으로 마을의 마실 모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있기에는 몸이 너무 근질거리는 혈기왕성한 천방지축들이었습니다.

 누렁이 아저씨네 옆집에는 깜냥이 아줌마가 깜둥냥 아들 둘을 데리고 사는 작은 교회였습니다.

 사실 깜냥이 아줌마네는 하얀이랑 한번 같이 다녀온 뒤로 하얀이가 학교에가고 없을 때도 가끔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깜냥이 아줌마는 알콩이 달콩이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지만 쫓아내지도 않았습니다. 

깜냥이 아줌마는 교회마당에 있는 햇볕에 잘 구워진 큰 바위돌 위에서 항상 식빵처럼 몸을 부풀리고 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깜둥냥들은 냄새나는 시궁창에서 생쥐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교회에 들렀다가 누렁이 아저씨네 집에서 잡탕 죽을 얻어먹고 집으로 돌아와 집뒤 개울의 녹슬고 듬성듬성 구멍 난 철제다리를 조심조심 건너 들판에서 이리 저리 뛰어 놀며 자유를 만끽하였습니다.

4.하얀이
 "알콩아, 달콩아! 밥먹어라!" 흰 가운아줌마가 부르는 소리는 은색밥그릇에 알갱이를 주는 소리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휘리릭 달려가 저녁을 먹고 나면 저 멀리 찻길위에 하얀이가 교회의 순정언니랑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얀이가 제일 좋아하는 언니입니다. 

하얀이는 산골마을의 작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같은 학년  친구라고는 발달이 늦된 남자아이 승기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4학년 유경언니, 3학년 순정언니랑 3총사입니다. 2학년인 하얀이가 3총사의 막내지만 키는 언니들이랑 비슷합니다. 

올망졸망 3총사는 떡볶이, 김밥, 라면같은 분식을 좋아합니다. 

학교 뒤 언덕길로 20분정도 걸어서 올라가면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습니다.

 3총사는 부모님들 몰래 휴게소에가서 다꼬야끼, 떡뽂이를 사먹고 오기도 하는데,  알콩이 달콩이랑 같이 갈 때는 운좋게 휴게소 아줌마들이 공짜로 호두과자를 주기도 합니다.

한번은  부모님 허락없이 휴게소에 갔다가 흰 가운 아줌마에게 걸려 3총사 모두 혼쭐이 나기도 했습니다.

 알콩이 달콩이도 당연히 3총사와 함께 혼쭐이 났습니다.

 알콩이 달콩이는 3총사를 따라 산꼭대기 휴게소까지 다녀왔기 때문에 둘이서만 하얀이를 보러 작은 학교에 놀러가는 건 힘든 일축에 끼지도 않습니다.

 알콩이 달콩이가 학교에 가면 하얀이는 3총사들과 놀이터에서 철봉에 거꾸로 메달려 있거나 그네를 타고 있습니다. 

알콩이, 달콩이를 발견한 소녀들은 5총사가 되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멀리서 흰  가운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알콩아, 달콩아!  밥먹어라!"

 서쪽 산자락위에 걸쳐진 해님은 따뜻한 햇살을 뿌리며 산자락너머 어딘가에 있을  자기 집으로 돌아가기가 바쁩니다.

5.여름나기
 찻길 가 하얀이네 마당  화단은 어린 라일락나무의 달콤하고 향긋한 꽃향기로 그득합니다. 

철쭉꽃도 울긋불긋 화려한 빛깔을 뽐냅니다. 알록달록 무지개 색 백일홍들도 빼꼼히 얼굴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주말이라 흰 가운 아줌마가  가운을 입지 않고 있습니다. 

하얀이에게 속닥거리더니 큰 대야에 따뜻한 물을 붓고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하얀이와 함께 알콩이 달콩이에게 거품목욕을 시켜줍니다.

 달콩이는 달아나고 싶었지만 이내 포기하고 거품목욕을 당합니다. 

뽀송뽀송한 큰 수건으로 젖은 털을 닦아주고 작은 기구로 따뜻한 바람을 일으켜 털을 말려줍니다. 

하얀이와 아줌마는 땀  범벅이 되었습니다.
 달콩이처럼 부르르 온몸을 한번 털어내면 땀방울이 다 달아날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카시아향기가 바람을 타고 마지막으로 코끝을 간지럽히고도 한참이나 지난 푹푹 찌는 여름 어느 날 찻길건너에 사는 누렁이 아저씨가 사라졌습니다.

 주인 할머니 집에 아들과 사위들이 우르르 다녀가고 난 다음날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절름발이 백구 아줌마는 힘없이 철창집 안에서 축 늘어져 있습니다.

 아기강아지 세 마리는 채소밭 축축한 웅덩이에서 진홁 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 날씨가 아저씨를 시원한 곳으로 데려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늘 끝 가장 높은 곳에서 활활 불타고 있는 해님은 누렁이아저씨의 소식을 알고 있을 것 만 같았습니다.

 뜨거운 여름은 알콩이, 달콩이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집 뒤 개울가에 가서 첨벙첨벙 시원한 물에 한 번씩 몸을 적시고 물방울을 털어내면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6.연꽃축제
 하얀이도 몇 주 동안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머물렀습니다. 

몇 주 뜸했다가 다시 뭉친 5총사는 고개 넘어 호숫가 마을에 놀러갔습니다. 

강기슭 작은 늪에는 초록빛을 뿜어내는 물속에서 흰색, 붉은색, 분홍색의 연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오르고 강가 테라스엔 시끌벅적한 트롯트 노랫소리와 코를 찌르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연꽃축제가 열렸습니다.

 알콩이 달콩이는 쏘세지 구이를 먹고 3총사는 연잎 밥에 연근튀김, 시원한 묵사발에 연잎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푹푹 찌는 폭염 속이었지만 오랜만에 느껴지는 활기찬 기분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미술대학에서 온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알콩이 달콩이 하얀이의 얼굴을 크게 그려주었습니다.

 도화지는 셋의 얼굴로만 한가득 채워졌습니다.

 하얀 천 조각에 연꽃들을 닮은 색들로 염색도 하였습니다.

 하얀이가 염색한 천 조각이 장미꽃으로 변하는 마술공연도 보았습니다.
 
하얀이랑 같은 학년 승기네 아빠가 5총사와 승기에게 모터보트를 태워 주었습니다. 

달콩이는 하얀이처럼 무서웠지만 시원한 물바람을 맞으니 무서웠던 마음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하얀이도 어느새 웃고 있었습니다. 강물위에서 넘실거리는 물결이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멀리 날려 보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7.빠삐용
 연꽃축제도 뜨거운 여름도 끝나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습니다. 

알콩이 달콩이는 가을과 함께 꼼짝달싹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마을 이장님의 사모님이라는 중년여자가 다녀가고 나서 알콩이 달콩이는 건넛집 백구아줌마처럼 목줄에 묶인 불행한 신세가 된 것이었습니다.

 "소장님, 강아지 두 마리를 묶어두셨으면 좋겠어요. 어제는 두 녀석들이 저희 집 마당에서 쓰레기봉투를 모두 헤집어 놓았네요." 
중년여자가 말했습니다.
 
알콩이, 달콩이는 마을의 문제아들이 되었습니다. 

죄를 지었으니 철컹 철컹 구속이 되었습니다. 

앞산이며 뒷산이며 온 세상이 노란빛의 은행잎과 불타는 듯한 빨강단풍잎으로 물들어가고 있을 때 쯤 알콩이와 달콩이는 죄수가 되었습니다.

 흰 가운 아줌마는 알콩이 달콩이가 추울까바 줄무늬 폴라 티를 만들어 입혀주었습니다. 

알콩이 달콩이는 영락없이 빠삐용 두 마리가 되었습니다.

 아줌마는 똑같은 줄무늬 폴라티를 여러벌 만들어놓아 자주 갈아입혀 주었습니다. 

찬바람이 불어도 폴라 티 덕분인지 춥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8.크리스마스
 하얀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성탄절 공연을 위해 교회에 가서 연극연습에 악기연주에 댄스연습까지 바쁘게 지내느라 알콩이 달콩이랑 놀아줄 시간이 없었습니다. 

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속에서 하얀이가 보였습니다.    선물상자를 한가득 안고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알콩이 달콩이도 개 껌이랑 귀마개를 선물 받았습니다. 

대각선 방향의 교회마당에는 크리스마스 츄리가 반짝거렸고 눈이 쌓이는 뾰족한 교회지붕에도 밤하늘의 별님 대신 초록색 조명들이 줄지어 반짝였습니다.

 집안에선  잔잔하고 경건한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왔습니다.

 알콩이와 달콩이는 캐롤을 들으며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었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 도로위로 소리 없이 쌓이는 하얀 눈만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내려앉고 있습니다.

9.얼음썰매장
 쭉쭉 뻗은 잣나무 숲에 눈이 여러 번 내리고 난 후 온 세상의 나뭇가지에 다이아몬드 보석 꽃이 피었을 때 하얀이와 아줌마는 넋을 잃고 있었습니다.

 산골마을 전체에 반짝반짝 상고대 보석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알콩이와 달콩이는 잠시 석방이 되었습니다. 

흰 가운 아줌마 차를 타고 하얀이와 넷이서 어딘가로 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달콩이의 엄마가 살고 있는 강가 카페였습니다. 

엄마는 의젓하게 부쩍 자란 달콩이를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달콩이는 이제 엄마보다도 알콩이 보다도 다리가 긴 양치기견의 피를 물려받은 멋진 중형견이 되어있었습니다.
 
알콩이는 겉모습은 백구였지만 잡종이라 엄마처럼 다리가 짧아 달콩이 보다는 작은 체구였습니다. 

그래도 달콩이는 알콩이에게 꼼짝도 못하는 등치만 크지 순하기 만한 착한 미남 견이었습니다. 

하얀이 알콩이  달콩이는 강이 꽝꽝 얼어붙은 광활한 얼음판에서 스키보드로 썰매를 타고 놀았습니다.

 강 건너 마을이 닿는 곳까지 꽝꽝 얼어붙은 얼음판위를 미끄러져 가며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얼음 속 저 깊은 곳에서 들리는 울부짖음은 어느새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알콩이가 낑낑거리고 달콩이가 컹컹 짓는소리에 하얀이와 아줌마는 썰매를 멈추었습니다. 
 
"알콩이 다리에서 피가 난다! 저런 썰매 틈새에 끼여서 많이 다쳤어!"  
흰 가운 아줌마가 말했습니다.

 "빨리 집에 데려가서 치료해줘!  엄마!" 하얀이가 울면서 말했습니다.

 흰 가운 아줌마는 알콩이 다리에 상처를 소독해주고 붕대로 감아주었습니다.

 2주를  소독하고 나니 패였던 상처엔 살이 차올랐습니다. 

 칼바람이 부는 겨울바람을 피해 겨우 내내 원목 개집안과 집앞 입구의 겨울햇살이 좋은 아랫목 자리만 왔다 갔다 하면서 지냈습니다. 

목줄에 다시 묶여 어디 멀리 돌아다니지도 못했습니다. 
 
가끔씩 날이 포근할 때 하얀이 아빠가 뒷산 오솔길  등산로에 산책을 시켜주었습니다. 달콩이만 데려갈 땐 알콩이는 죽을 맛이었습니다. 

불만이 쌓여 바닥에 구덩이를 파놓기도 했습니다.

 몇 번 데리고 갔다가 알콩이가 다리도 짧고 호기심이 많아 멋대로 샛길로 잘 빠져 나중에는 알콩이를 찾아서 돌아 와야 해 알콩이는 덜 데려간다고 하였습니다. 

안 그래도 까칠한 알콩이는 점점 더 성격이 예민해졌습니다.

10.코기형
 알콩이는 원래 까탈공주이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더 예민하고 까칠합니다. 

심지어는 알콩이가 마당에 피까지 흘려 흰 가운 아줌마가 놀랍니다. 

알콩이에게 또 상처가 있지는 않은지 여기저기 살펴봅니다. 

알콩이에게 상처는 없었습니다. 아줌마는 알콩이의 대자연이 터졌다고 하얀이에게 속삭입니다. 

달콩이는 알콩이가 달라 보입니다. 알콩이는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어디선가 육중한 몸을 과시하는   숮컷의 냄새가 봄바람과 함께 코끝을 찌릅니다.
 
코기 형은 달콩이 엄마가 달콩이가 태어나기 전에 종이같은 웰시코기 아빠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달콩이 와는 아빠만 다른 동복형입니다. 코기형은 자유롭습니다. 

알콩이 달콩이처럼 메어있지 않습니다. 

알콩이는 코기형에게 고분고분합니다. 심지어 안방도 내어줍니다. 

달콩이는 바깥에서 심드렁히 앉아있고 코기형과 알콩이는 개집안에서 깨를 볶고 있습니다.

 달콩이는 그들 중 제일 어리고 순해서 알콩이의 사랑을 독차지한 코기형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알콩이는 자기 밥이랑 달콩이 밥까지 코기형에게 줍니다. 

하얀이도  달콩이도 코기형을 좋아합니다. 

흰 가운 아줌마만 코기형을 빗자루로 내쫓습니다. 

아줌마는 달콩이에게 따로 밥을 더 챙겨주기도 합니다. 코기형 이름도 하얀이가 지어주었습니다.

 흰 가운 아줌마 눈을 피해 알콩이와 코기형은 연애를 하고 속없는 달콩이는 망을 봅니다. 

번번히 쫒겨 나지만 코기형은 자주 또는 가끔 알콩이를 만나러옵니다.

 알콩이가 밥을 먹지 못해 알콩이 밥은 늘 코기형 차지입니다. 

밥을 먹으려면 자꾸 토하려고 합니다. 

안 먹을 때도 헛구역질을 합니다.

 흰 가운 아줌마는 알콩이가 입덧을 하고 있다고 하얀이에게 속삭입니다. 

알콩이는 계란프라이를 해주면 그건 잘 먹습니다. 

흰 가운 아줌마는 하루에 두번씩 알콩이에게 계란프라이를 해줍니다. 

하얀이의 명령이자 간곡한 부탁이라고 합니다.  

11.5남매
 길가 옆 화단에 붉은 장미꽃이 도도하게 피어오르던 따사로운 5월 햇살아래 개집에서 알콩이는 혼자서 새끼를 낳습니다. 
 
달콩이는 알콩이 옆에서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 

코기형도 달콩이처럼 죄를 짓고 목줄에 묶였는지 안온지가 꽤 지났습니다. 

첫째 조카가 태어납니다.

 알콩이는 갓 태어난 새끼강아지를 혀로 핧아 주고 배꼽에 탯줄도 잘라줍니다. 

갓 태어난 귀여운 강아지는 갈색. 흰색. 짙은 회색이 섞인 얼룩이 입니다.

 둘째는 짙은 갈색이고 셋째는 코기형이 아기 때였으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드는 모습입니다.

 넷째도 둘째랑 같은 옅은 고동색이고 막내는 옅은 색의 얼룩강아지 입니다. 

알콩이는 다섯 녀석을 낳았습니다. 

넷째가 막 태어났을 때 흰 가운 아줌마는 강아지들의 낑그리는 소리를 듣고 막 달려왔습니다.

 막내까지 태어나자 알콩이는 다섯 마리를 혀로 하염없이 핧아 주었습니다.

 달콩이도 알콩이를 도와 함께 핧아주었습니다.

 흰 가운 아줌마는 알콩이에게 하얀 고깃국을 한 대접 주었습니다. 

미역국도 퍼 날랐습니다.
 
다섯마리 강아지들은 벼리, 두리, 쫑이, 누리, 다리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역시나 하얀이가 지어주었습니다. 새끼강아지들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느라 포동포동 살이 올라 꼬물꼬물 온 세상 귀여움을 온몸으로 발산하는데 알콩이는 점점 살이 빠져  갈비뼈만 보입니다. 

안쓰러운 알콩이의 모습에 하얀이도 울고 달콩이도 걱정이 됩니다. 

코기형은 코빼기도 안보입니다. 

흰 가운 아줌마가 고깃국을 밤낮으로 가져다 바쳐도 알콩이는 살이 붙지를 않습니다.

 흰 가운 아줌마는 모유수유가 끝나야 알콩이가 건강을 회복할거라고 하얀이에게 속삭입니다. 

알콩이는 다섯 마리 새끼강아지를 거두느라 지쳐 쓰러져 있습니다. 

새끼강아지들은 마당에서 달콩이와 함께 풀냄새를 맡고 있습니다. 

자두나무에서 새콤한 자두열매를 따먹을 때 즈음 새끼강아지들은 모두 집을 떠났습니다. 

알콩이도 다시 살이 올라 예전 모습과 가까워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얀이의 일기장엔 알콩이. 달콩이. 코기형, 그리고 벼리, 두리, 쫑, 누리, 다리의 그림들과 함께  여러 소식들이 기록됩니다.
 
하얀이 담임 선생님은 알콩이 달콩이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고 하얀이의 일기장 끝퉁이에 빨간 글씨로  적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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