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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제 더 떨어질 꽃도 없다
게시물ID : lovestory_926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1/28 17:33:0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심보선, 잃어버린 선물




이별은 다른 별에서 온 전언

매일매일 죽는 우리에 대한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다

믿을 만한 죽음은 항상 맨 나중 것이기에

네게서 받은 이상한 선물

다른 별에서는 사랑스런 생물이었고

이 별에서는 무서운 사물이었던

그것을 무어라 불러야 했을까

그것을 잃어버렸다

이름도 없이 처량한 그것을

어느 날 밤에

무심코 떨어지는 유성

십 년 전에 멈춘 시계

내 손이 앉았다 떠난 어깨

먼 외계에서 멸망하고 있는 그것들이

길고 낮게 숨 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들으면서 흐느껴 운 적이 있다

 

 

 

 

 

 

2.jpg

 

정희성, 아버지의 안경




돌아가신 아버님이 꿈에 나타나서

눈이 침침해 세상일이 안 보인다고

내 안경 어디 있냐고 하신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나는

설합에 넣어둔 안경을 찾아

아버님 무덤 앞에 갖다놓고

그 옆에 조간신문도 한 장 놓아 드리고

아버님, 잘 보이십니까

아버님, 세상 일이 뭐 좀 보이는게 있습니까

머리 조아려 울고 있었다

 

 

 

 

 

 

3.jpg

 

우정연, 오직 고요, 종심(從心)




한 생이

가녀린 벚꽃 떨어지듯

하느작거림으로 분주하더니

그보다 한 발 먼저 후드득거리는

깊은 속, 점 하나

떨림으로 사분사분하다

바람이 쉼 없이 머물다 간 후

저문 날 문고리처럼

무거운 정적만이 흐르던 오후

이제 더 떨어질 꽃도 없다

 

 

 

 

 

 

4.jpg

 

이산하, 나에게 묻는다




꽃이 대충 피더냐

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소리내어 피더냐

이 세상에 시끄러운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어떻게 생겼더냐

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모두 아름답더냐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

그 꽃들이 언제 피고 지더냐

언제나 최초로 피고 최후로 진다

 

 

 

 

 

 

5.jpg

 

이수정, 지금 세상은 가을을 번역중이다




구름이 태어나는 높이

나뭇잎이 떨어지는 순서

새를 날리는 바람의 가짓수

들숨과 날숨의 온도 차

일찍 온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고양이의 노란 눈동자

밤새 씌어졌다 지워질 때

비로소 반짝이는

가을의 의지


고르고 고른 말

이성적인 배열과

충동적인 종결


각자의 언어로

번역되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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