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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가고 싶어 간다
게시물ID : lovestory_926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1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1/29 18:25:02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오세영, 나를 지우고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산이 된다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를 지우면

숲이 되고

숲이 숲을 지우면

산이 되고

산에서

산과 벗하여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나를 지운다는 것은 곧

너를 지운다는 것

밤새

그리움을 살라 먹고 피는

초롱꽃처럼

이슬이 이슬을 지우면

안개가 되고

안개가 안개를 지우면

푸른 하늘이 되듯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2.jpg

 

김영석, 등불 곁 벌레 하나




옛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때

풀 나무나 꽃만 그리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느 구석일망정

작은 벌레 하나가

그 속에서 조용히 살게 하는 일을

결코 잊지 않았다


오늘은 내 홀로

하염없는 생각에 잠겨 있으면서

그 생각의 등불 곁에

작은 벌레 하나를 숨 쉬게 하여

그 가느다란 더듬이로

먼 세상을 조용히 그려 본다

 

 

 

 

 

 

3.jpg

 

이승훈, 가고 싶어 간다




그대 없으면 메모 한 장

남기고 온다

메모도 필요 없다

그대 집 마당에 내리던 햇살

그대 집 마당에 불던 바람만

알면 된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가고 싶어 간다

 

 

 

 

 

 

4.jpg

 

안현미, 와유(臥遊)




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5.jpg

 

박남준, 이름 부르는 일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리네

초저녁 분꽃 향내가 문을 열고 밀려오네

그 사람 이름을 불러보네

문밖은 이내 적막강산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뜨겁고 아플 수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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