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시작은 언제나 작은 스침이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926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2/06 16:06:0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생진, 잠을 자야




잠을 자야

먼 거리도 좁아지는 거다

잠을 자야

물에 빠진 척척한 운명을

건질 수 있는 거다

잠을 자야

너와 내가 이 세상을

빠져 나갈 수 있는 거다

 

 

 

 

 

 

2.jpg

 

곽효환, 해 질 무렵




그림자는 조금씩 길어지고

그리움은 조금씩 짙어지는

더 이상 낮은 아니고 아직 밤도 아닌

사이의 시간

골목 가득 재잘거리던 아이들 소리 잦아들고

새들도 일제히 솟구쳐 하늘 높이 날았다가

다시금 제 자리를 찾아 내려앉는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시간

너는 멀리 말이 없고 나는

그 시간과 거리를 헤아린다

인적 끊긴 비포장도로에 붉은빛 비껴들고

털털거리며 떠난 것들이 남긴 뽀얀 먼지 속에

키 큰 느티나무 한 그루 우두커니 서 있다

 

 

 

 

 

 

3.jpg

 

김문배, 번짐의 속성




시작은 언제나

작은 스침이었다

유입된 감정은

경계를 벗어난 번짐으로

방향과 속도를 잃은 채

촉촉이 젖어 간다


체온을 공유하지 않고도

뜨거워진 심장

모세혈관을 타고 흐르는

림프액처럼

무너진 담장을 넘어

몸 속 깊숙이 파고든다


수묵화는

경계를 벗어난 번짐이요

사랑은

기다림과 갈증의 미학이다

 

 

 

 

 

 

4.jpg

 

전윤호, 그 사람의 뜰




만날 때마다

다하지 못했던 말들

헤어진 뒤에야 아쉬워서

두고두고 꺼내보던 마음들

먼 길 다녀온 후에

담장 위로 슬그머니 본

뜰에

철쭉으로 피었더군

아주 만발했더군

 

 

 

 

 

 

5.jpg

 

조향미, 문




밤 깊어

길은 벌써 꾾어졌는데

차마 닫아걸지 못하고

그대에게 열어 둔

외진 마음의 문 한 쪽

헛된 기약 하나

까마득한 별빛처럼 걸어둔 채

삼경이 지나도록

등불 끄지 못하고

홀로 바람에 덜컹대고 있는

저 스산한 마음의 문 한 쪽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