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삶이 나를 불렀다
게시물ID : lovestory_927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2/23 14:37:0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홍사성, 겨울 밤




찬 달

하늘 높이

혼자 떠있네


그 달

창문열고

혼자 쳐다보네


종일

기다리던 소식

끝내 없네


텅 빈

마당에는

달빛만 가득하네

 

 

 

 

 

 

2.jpg

 

류시화, 눈물




슬픔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이 환하다

누가 등불 한 점을 켜놓은 듯

노오란 민들레 몇 점 피어 있는 듯

슬픔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민들레밭에

내가 두 팔 벌리고

누워 있다

눈썹 끝에

민들레 풀씨 같은

눈물을 매달고서

눈을 깜박이면 그냥

날아갈 것만 같은

 

 

 

 

 

 

3.jpg

 

정호승, 설해목




천년 바람 사이로

고요히

폭설이 내릴 때

내가 폭설을 너무 힘껏 껴안아

내 팔이 뚝뚝 부러졌을 뿐

부러져도 그대로 아름다울 뿐

아직

단 한 번도 폭설에게

상처받은 적 없다

 

 

 

 

 

 

4.jpg

 

김재진, 삶이 나를 불렀다




한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다

남보다 목소리 높이진 않았지만

결코 턱없이 손해보며 살려 하진 않던

그런 것이 삶인 줄 알았다

북한산이 막 신록으로 갈아입던 어느 날

지금까지의 삶이 문득

목소리 바꿔 나를 불렀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건가

반짝이는 풀잎과 구르는 개울

하찮게 여겨왔던 한 마리 무당벌레가 알고 있는

미세한 자연의 이치도 알지 못하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듯 착각하며

그렇게 부대끼는 것이 삶인 줄만 알았다

북한산의 신록이 단풍으로 바뀌기까지

노적봉의 그 벗겨진 이마가 마침내

적설에 덮이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는 그렇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

 

 

 

 

 

 

5.jpg

 

우은숙, 딱 한 번




가슴에 달빛 하나

옮겨 심지 못한 내가

뼈에 밴 눈물의 독소

뽑지도 못한 내가

딱 한 번 물들겠다고

노을 끝에 서 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