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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시물ID : lovestory_932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5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5/25 14:23:1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현주, 사랑한다는 말




한 점 바람 되어서나

할 수 있는 말

그때에서나 할 수 있는 말


그대는 죽어 나무 된다 하였지

나는 바람 된다 하였네


그대 젖은 잎들 조심스레 닦아주며

그때에서나 할 수 있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 말

내 죽어 한 점 바람 되어서나

할 수 있는 말

 

 

 

 

 

 

2.jpg

 

이승훈, 너를 본 순간




너를 본 순간

물고기가 뛰고, 장미가 피고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본 순간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걸레였고

갑자기 하아얀 대낮이었다

너를 본 순간

나는 술을 마셨고 나는 깊은 밤에 토했다

뼈저린 외로움 같은 것

너를 본 순간

나를 찾아온 건

하아얀 피 쏟아지는 태양, 어려운 아름다움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요한 공기

피로의 물거품을 뚫고 솟아오르던

빛으로 가득한 빵

너를 본 순간

나는 거대한 녹색의 방에 뒹굴고

태양의 가시에 찔리고 침묵의 혀에 싸였다

너를 본 순간

허나 너는 이미 거기 없었다

 

 

 

 

 

 

3.jpg

 

김이듬, 이제 불이 필요하지 않은 시각




나는 겨울 저수지 냉정하고

신중한 빙판 검게 얼어붙은 심연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로 나를 지쳐줘

한복판으로 달려와 꽝꽝 두드리다가

끌로 송곳으로 큰 구멍을 뚫어봐

생각보다 수심이 깊지 않을 거야

미끼도 없는 낚싯대를 덥석 물고

퍼드덕거리며 솟아오르는 저 물고기 좀 봐

결빙을 풀고 나 너를 안을게

 

 

 

 

 

 

4.jpg

 

정경순, 꽃밭에서




눈물겹다, 그대가 죽었던 자리

고요와 그리움과 외로움

본시 열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추억을 꺼내 보고 싶게 저물었네


오랫동안 무덤처럼 버려두었던

공복의 빈자리를

먼 인척 같은 허공 한자락을 잡아당겨

꽃씨를 심네


빈 것의 명줄을 허공으로 이어 놓고

기다리네, 추억의 닫힌 문을 열어 놓고

그립고 외로운 것들의 어둠

문 열고 들어와

환하게 등불을 밝혀놓으리

 

 

 

 

 

 

5.jpg

 

주인자, 그럴 수 있을까




너를 내 머릿속에서 밀어내고도

지나가는 바람을 무심히 안을 수 있을까

너를 내 가슴 가장자리로 밀어내고도

내리는 달빛에 무심하게 젖을 수 있을까

켜켜이 쌓아 놓았던 사랑을

먼지로 만들어 허공으로 보낼 수 있을까

이제 우리가 무심한 눈빛을 스치던

행인1과 행인2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정말 우리, 그럴 수 있을까

정말 우리,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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