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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기다림 하나로 만족할 수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932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5/26 23:56:1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정하, 변명




사랑이란 것은 쓸쓸한 거였다

누군가를 위해 한 발짝 물러선다는 것은

자신은 내내 외로움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곁에 두지 않는 법이라고

 

 

 

 

 

 

2.jpg

 

김재진, 기다리는 사람




설령 네가 오지 않는다 해도

기다림 하나로 만족할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묵묵히 쳐다보며

마음속에 넣어둔 네 웃는 얼굴

거울처럼 한 번씩 비춰볼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함께 있던 저무는 해를

눈 속에 가득히 담아둘 수 있다

세상에 와서 우리가 사랑이라 불렀던 것

알고 보면 다 기다림이다

기다리는 동안 따뜻했던 내 마음을

너에게 주고 싶다

내 마음 가져간 네 마음을

눈 녹듯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다

삶에 지친 네 시린 손잡아 주고 싶다

쉬고 싶을 때 언제라도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기다림으로

네 곁에 오래도록 서 있고 싶다

 

 

 

 

 

 

3.jpg

 

신경숙, 폐허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

무턱대고 함께 있어야 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 것이다

 

 

 

 

 

 

4.jpg

 

이해인, 풀꽃의 노래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5.jpg

 

탁명주, 통째로 가슴이 멍들다




통째로 가슴이 멍들다

녹듯이 슬픔의 순간은 지났건만

통째로 가슴이 멍들다


어두운 조명이 한꺼풀 접히어 갈때면

혼자서 지껄이던 라디오 소음마저

시름없이 조으는 듯 느껴지리라

오늘밤처럼 달이 달무리 속으로 숨어든 채

침침히 저무는 날


통째로 가슴이 멍들다

바스러지듯 별리의 순간이 지난 지금

갑절 더한 고통으로

통째로 가슴이 멍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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