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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잠시 눈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932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5/31 21:25:3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남희, 이별의 속도




구름과 이별한 빗방울이 전속력으로 뛰어내려

제 몸을 부수는 것은 목마른 땅의 간절한 눈빛이

빗방울을 전속력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별의 속도는 마음이다

마음이 버리고 마음이 잡아당긴다

언뜻 보면 지구는 태양이 버린 마음이고

달은 지구가 버린 마음이다

멀어져가는 지구와 달을 끝내 버릴 수 없어

다시 끌어당기는

태양과 지구의 마음을 어쩔 것인가

사람들은 그것을 인력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사실 사랑이다

멀어지려는 것을 끌어당기다보면 어느새 둥근 사랑이 된다

이별의 속도가 제로가 된다

 

 

 

 

 

 

2.jpg

 

서덕준, 구역질




어떻게든 잊어보려고

자리에 앉아 너를 게워내기 위해

시를 쓰고자 했다


종이에 남은 것은

한숨 열댓 번 뿐

한 글자도 적지 아니하였다


나는 한참을 뒤척여야 할지언정

너를 게워내기 싫은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3.jpg

 

이향, 한순간




잠시 눈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어제저녁 붉게 노을 졌던 태양의 한때처럼

오늘 아침 초록으로 흔들리는 잎의 한때처럼

한순간이란 붙잡아두고 싶은 것이어서

새벽마다 물방울이 맺히는 것일까


물방울 같은 한순간

그 물방울만 한 힘이 나뭇가지를 휘게 하는지

그때 붙잡고 싶었던 것은 네가 아닌 그 순간이었다


당신도 그렇게 왔다 가는 걸까

어느 순간 기척 없이 빠져나간 손바닥의 온기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의 그늘처럼


이미 예정된

한순간 속의 우리들

 

 

 

 

 

 

4.jpg

 

김상현, 세월




까마득히 어렸을 땐

누워서 별을 세고


그보다 조금 커서는

뜨락의 꽃송이를 세고


그리고 어느 날부터서는

돈을 세다 늙어버렸다


가슴에 꽃 시들고

꿈 잃어버린 지금은


그저 가난할 뿐

 

 

 

 

 

 

5.jpg

 

이병률, 아무것도 그 무엇으로도




눈은 내가 사람들에게 함부로 했던 시절 위로 내리는지 모른다


어느 겨울밤처럼 눈도 막막했는지 모른다


어디엔가 눈을 받아두기 위해 바닥을 까부수거나

내 몸 끝 어딘가를 오므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피를 돌게 하는 것은 오로지 흰 풍경뿐이어서

그토록 창가에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애써 뒷모습을 보이느라 사랑이 희기만 한 눈들,

참을 수 없이 막막한 것들이 잔인해지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비명으로 세상을 저리 밀어버리는 것도 모르는 저 눈발


손가락을 끊어서 끊어서 으스러뜨려서 내가 알거나 본

모든 배후를 비비고 또 비벼서 아무것도 아니며 그 무엇이 되겠다는 듯

쌓이는 저 눈 풍경 고백 같다, 고백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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