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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쁘다 보다는 예쁘다
게시물ID : lovestory_933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5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7/03 16:32:3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엄지용, 눈맞춤




오늘처럼 달이 먼저 눈 맞춰오는 날엔

카메라 대신 눈을 들이대야지


네게 달빛을 받았으니

나는 눈빛을 주어야지


깊이 패인 너의 바다에도 빛이 난다고

나는 눈빛으로 말해줘야지


말하지 않아도 나는 다 알 수 있다고

나는 눈빛으로 말을 해줘야지

 

 

 

 

 

 

2.jpg

 

김준, 표현




이쁘다 보다는 예쁘다

몇 획이라도 더 그어서

너를 표현하고 싶어서

 

 

 

 

 

 

3.jpg

 

박성우, 오래된 건망증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나를 잃어버린 지 오래야

하도 오래되어서 언제 잃어버렸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해


그 어디서도 나는 없어

학교에도 학원에도 버스에도 집에도 나는 없어

혹시나 해서 찾아가 본 분실물보관소에도 나는 없었어

그렇다고 나를 완전히 잃어버린 건 아니야

출석을 부를 때 분명히 '예' 하고 대답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거든

하지만 그뿐 그 어디에도 나는 없어


부탁이야

어디서든 나를 보면 곧장 연락 좀 해줘

잘 타일러서 보내줘

바다도 보여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맛있는 것도 실컷 좀 사먹여서 보내줘

암튼

하고 싶다는 거 다 해줘서라도 꼭 좀 내 몸한테 돌려 보내줘


우연히라도 나를 보거든 꼭 좀 연락해줘

후사할게

 

 

 

 

 

 

4.jpg

 

김선재, 이상한 계절




돌아설 곳이 없는 밤입니다


모닥불은 꺼지고

부풀어 오르는 구름들이

점점

먼 곳으로 흘러갑니다


사실은 그렇습니다


찢어진 하늘에 매달린 맨발들을 따라가면

이 길 끝은 섬들의 무덤


가라앉은 섬들이 울고 있습니다


버려진 신발에 발을 넣어 보는 일은

어제로 다가가 보는 일

나의 생에 당신의 먼 생을 포개 보는 일


잃어버린 말과 잊지 못할 이름들 사이에 서 있습니다


점점

달은 차오르고

발목을 자르고 흘러가는 구름들


영영 가지 않는 어제와 오지 않을 내일 사이에서

아직 내게 남은 부위를 확인하는 나날입니다


우리의 시간은 소금을 찍어 먹듯 분명해졌습니다


사실은 그뿐입니다


떠난 적 없는 사람들이 내내 돌아오지 않는

이상한 계절입니다


더 이상 돌아설 곳이 없는 밤입니다

 

 

 

 

 

 

5.jpg

 

신미나, 환생

매미가 울다가

어느 순간 뚝 그쳤다

뜨거운 길 위에서

내 영혼을 만났다


이게 네 운명이야


내 영혼은

작은 주머니를 주고 떠났다

주머니 끈을 풀자마자

뭔가가 휙 날아갔다


그때 알았다

소중한 걸 놓쳐버렸다고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거라고


꿈속에서 나는 울었다


무언가 날아가 버렸고

빈 주머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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