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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934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7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7/26 23:26:2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조연호, 거의 모든 세상




침묵은 모두 너희들의 슬픈 눈알에서 온 것

나의 사랑하는 감미료들 폭설들


밤과 낮에 갇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가 신의 구두라는 걸 알지 못한다


내가 들어갔던 어떤 문보다 좁았던 겨울

고향집에서 껌을 보내와 아주 맛있게 씹었다


각설탕처럼 달고 네모난 그림자를 하나씩 쌓아올리며 발끝은 시작된다

장애물을 뛰어넘는 심정 겨울은 그래도 심심했다는 생각

감미료들 폭설들


그가 자살했어요

심해어처럼 모든 방을 홀로 떠돌고

포화지점을 지나 그는 최대가 됩니다


동쪽 끝에서 아니 거의 모든 세상에서


나의 사랑하는 감미료들 폭설들

나는 양말이 없는 사람에 편지를 쓴다

 

 

 

 

 

 

2.jpg

 

임솔아, 모형




기린이 보고 싶어서

기린을 보러 간다


기린은 보지 못하고

기린을 만든다


기린을 지구 옆에 둔다. 지구 옆에

얼굴이 백팔십도 돌아간 채 웃고 있는

영웅이 있다


지구가 보고 싶어서

지구를 돌린다


바다가 이렇게나 더 많은데

해구가 아니라 지구가 되다니


기린에 기린이 없어서

지구에 지구가 없어서

사람에 사람이 없어서

좋다


보려던 것을 못 보면 가짜를 만들게 된다

나는 사람 같은 모형이 된다


이 세계도 어느 세계의 모형에 불과하다

보고 싶은 세계를 보지 못해

이 세계를 만들던 손들이 지금

이 세계를 부수고 있다


세계가 세계로부터 헛걸음을 한다

나는 나를 모형들과 함께 세워둔다

 

 

 

 

 

 

3.jpg

 

최인숙, 지나가던 바람이




창문을 열어 놓았다


가슴을 열어 놓았다


지나가던 바람이

너를 데리고 들어왔다

 

 

 

 

 

 

4.jpg

 

박지우, 나뭇잎과 청소부




고독이 그렁그렁 매달린다


한 장의 다이어리 같은 나뭇잎

기성품 웃음을 짓는 자본주의 얼굴들이 황색 점멸하는 거리

청소부는 종로를 떠돌며 나뭇잎과 말다툼을 한다


진실과 거짓은 서로 질투를 하지

당신은 거짓말의 상인인가요

자꾸 물어보면 누구나 거짓말을 하게 돼


바람과 바람 사이에 갇힌 시간

거리를 떠돌아다니던 어둠이 가라앉는다


내 영혼은 비상구가 없어

그럼 당신의 기억은 어떻게 처분하나요

내 영혼에 글씨를 쓰지 마 난 별을 꿈꿔


오래된 골목

두고 온 희망이 싸구려 할인코너를 기웃거린다


바람의 길은 어디에 있나요

누구나 외롭지 않을 권리가 있지

한 봉지의 슬픔 따위에 흔들리지 않아


말다툼은 끝나지 않고

일수를 찍던 햇살이 거리에 광택을 낸다

 

 

 

 

 

 

5.jpg

 

박시하, 가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서늘한 첫 바람

옆에서 걷는 사람의 온도

달이 둥글어진다는 사실

구름이 그 달을 가끔 안아준다는 것

별들의 생명도 꺼진다

그래서 알게 되었지

결국 쇠락하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라나는 손톱을 깎아내며

시간에게 기도를 한다

사라진 목소리가

나뭇잎이 색을 바꾸는 것처럼

더 아름다워진다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던

너의 얼굴이

더 아름다워진다

어둠도 빛이다

변하지 않는 합창


달의 멜로디를 듣는다

한 번도 같은 적 없던

너의 눈빛

앞에서 계절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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