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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1-2)
게시물ID : lovestory_940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150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3/03/09 11: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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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씨앗(2)




 “육군성에서 나오신 분입니다.”

 한 보초병이 얼른 말했고, 그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양복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대위는 졸병들 앞에서 맞은 것이 못내 분해서 신원을 세밀하게 확인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대위의 오기는 이내 허물어지고 말았다. ‘육군성 대좌, 오에 겐또, 특수임무’라고 또렷하게 기재된 신분증 옆에는 대좌 복장을 갖춘 강성종이 역시 군복으로 성장(盛裝)한 왜왕과 어깨를 맞대고 다정하게 웃고 있는ᅳ반짝반짝 윤이 나는, 찍은지 오래지 않아 보이는 사진도 함께 있었던 것이다. 사진의 밑부분에는 글씨도 선명하게 ‘대좌 진급기념’이라고 적혀 있었다. 왕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도 그렇고, 새파란 나이에 대좌가 된 것도 그렇고...... 어마어마한 거물을 잘못 건드렸다는 생각에 대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대위가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를 붙였다. 보초병들 보다 훨씬 더 절도 있는 경례였다. 그가 사정없이 뺨을 후려갈겼지만 이미 얼어붙은 대위는 별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이 새끼야, 죄송하다면 다야? 그래, 찾아는 놨어?”

 “무슨 말씀이신지......?”

 다급한 그의 물음에 대위는 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가! 그럼 아직 헌병대에서 연락도 못 받았단 말이야?”

 “연락받은 게 없습니다!”

 “헌병대 이 새끼들은 뭐하고 자빠진 거야, 아직까지 연락도 안 하고...... 이 새끼들, 모조리 총살을 시키고 말테다!”

 “무슨 일이신지......?”

 가슴팍에 차고 있던 권총까지 꺼내 휘두르며 길길이 뛰는 시늉을 하면서도 그는 초조해지고 있었다. 지금쯤 전화가 와야 될 일이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더 끄는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야, 지금 어떤 일이 있는지 알아? 영사관 안에 폭탄이 들어갔단 말이다, 이 새끼야! 전방 중에 최전방인 영사관에 폭탄이 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잠이나 자빠져 자는 새끼, 너 같은 새끼는 대일본제국의 수치고, 너 같이 멍청한 새끼를 장교로 보임한 것은 황군의 중대한 실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

 총구로 이마를 밀어대며 모욕을 주는데도 대위는 얼어붙은 듯이 부동자세를 풀지 않고 있었다.

 “이 멍청한 새끼야, 네놈이 자빠져 자는 바람에 내 신원을 다시 확인하느라 시간을 더 썼잖나, 일초가 급한 상황에서, 이 새끼야! 빨리 한 놈 남기지 말고 전부 데리고 가서 샅샅이 수색해! 빨리, 빨리!”

 “...... 죄송하지만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역시 장교는 달랐다. 그때까지의 부동자세를 푼 대위는 막사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아무리 거물이라고 해도 강성종이 직속상관은 아니었고, 병력은 함부로 움직여서 될 일이 아니었다. 명령계통을 통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것이었다.

 이 친구는 도대체 뭘하고 있는 거야? 어느 전신주에 올라가 영사관 경비대로 통하는 전화선을 찾고 있을 훙더가 원망스러웠다.

 “이 새끼가! 나를 못 믿겠단 말이야, 뭐야?”

 “그게 아니라......”

 그가 고함을 내지르자 대위가 쭈볏거리며 멈춰섰다.

 “내가 분명히 이야기했지, 이 새끼야, 지금 일초가 급하다고! 이 새끼야, 내가 왜 직접 온 줄 아나? 지금 영사관 안에 있는 건 건드리기만 해도 터지는 그런 폭탄인지도 몰라, 이 새끼야! 그런데 네놈은 폭탄에 대해 뭘 좀 아나, 해체할 줄은 아냐고, 이 새끼야!”

 “......”

 “내가 바로 폭발물 전문이란 말이다, 이 새끼야! 빨리 병력 투입해서 찾아내!”

 “그래도 확인은......”

 대위가 채 말을 마치기 전에 막사에서 전화가 울었다.

 “알았어, 새꺄! 만약에 폭탄이 터지기라도 하면 네놈이 책임져, 알았어? 네놈 골통에 총알을 박고 말테니까!”

 훙더이기를 간절히 빌면서 대위의 머리를 향해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처럼 시늉하면서 싸늘하게 내뱉았다. 그의 입술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대장님, 관구사령부 헌병댑니다.”

 병사 하나가 뛰어나와 입술을 달싹이던 대위를 향해 소리쳤다. 대위가 부리나케 막사로 뛰어갔다.

 “......그런데 왜 이제야 연락하는 거야, 새꺄! .......이 새꺄, 뭐라고? ......통신선로에 문제가 있었다고? ......알았어, 새꺄!”

 대위의 고함소리를 들으면서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망할 친구, 웬만하면 나 죽고 난 뒤에 접속하지. 훙더를 향한 원망도 한순간에 스러졌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헐레벌떡 뛰어온 대위는 다시 부동자세를 취했다.

 “이 새끼야, 죄송할 시간도 없어! 쓰레기통이고 책상 서랍이고 이 잡듯이 수색해! 이상한 걸 발견하면 절대 건드리지 말고 지키고만 있어, 알겠나? 아직 쥐새끼가 안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한 놈도 못 나오게 출입문부터 봉쇄하고!”

 그의 명령을 받은 대위는 뭐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졸병들을 모조리 이끌고 영사관 건물을 향해 내달렸다. 20여 명 남짓이었다. 초소의 보초병들도 우왕좌왕하며 무리를 따라가려 나서다가 또 그에게 따귀세례를 받았다.

 “이 새끼들이, 보초 서는 새끼들이 근무지를 이탈해?”

 이래저래 재수없는 보초병들이었다. 달려가는 경비병들의 뒤통수를 향해 그가 고함을 질렀다.

 “제일 뒤에 가는 네 놈, 이리 튀어왓!”

 넷이 돌아서서 허겁지겁 뛰어왔다. 제일 먼저 도착한 하나가 그에게 따귀세례를 받았다.

 “이 멍청한 새끼들아, 그냥 가면 어떡해! 장비를 갖고 가야지, 새끼들아!"

 자동차 뒷좌석에는 커다란 검은색 가방이 실려 있었다. 양쪽에 손잡이가 두 개씩 달리기는 했지만 넷이 들기에는 많이 무거운 가방이었다. 가방을 든 넷이 낑낑거리며 계단을 올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그가 또 고함을 질렀다. 계획대로 대위는 가방의 존재는 까맣게 모른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린 뒤였다. 

 “장비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 놓고 수색부터 해!”

 넷은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 계단 밑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무거운 짐에서 풀려난 것만 좋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리나케 윗층으로 뛰어올라가 버렸다.

 운전병으로 위장한 롱뻐원이 황급히 차에서 뛰어내려 그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데 대장님, 장비 하나를 안 갖고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새끼가 정신을 어디에 팔고 있는 거야, 이 급박한 상황에?”

 롱뻐원이 그에게 따귀를 두 대나 맞았다. 잠시 롱뻐원과 이야기를 나눈 그가 그때까지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보초병들을 돌아보며 느닷없이 호통을 쳤다.

 “이 새끼들은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 한 놈이 아쉬운 판에?”

 “그게...... 초소를 지키라고 하셔서......”

 보초병들은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그가 명령을 내렸다. 

 “이 새끼들아, 네놈들은 보초니까 내가 갔다 올 때까지 쥐새끼 한 마리도 못 나오게 철저하게 현관문을 막고 있으란 말이다, 알겠나?”

 “옛, 알겠습니닷!”

 “먼저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안쪽을 딱 감시하고 있다가 어떤 새끼가 튀어나오면 앞에서 막지 말고 옆에서 찌르고, 그래도 튀어나가면 그때는 뒤에서 쏘란 말이다, 알겠나? 퇴로를 영 막다가는 네놈들이 죽는단 말이다, 알겠나?”

 “옛, 알겠습니닷!”

 “당장 발이 안 보이게 튀어갓!”

 보초병들은 잠시 뒤면 들이닥칠 최후는 짐작도 못한 채 그에게서 벗어난 것만 좋아서 경례를 올려붙이고는 꽁지가 빠지게 뛰어갔다.

 재빠르게 차를 돌린 둘은 왔던 길을 되달렸다. 적당한 거리에서 차를 세운 롱뻐원이 뒷자리로 넘어가 가방을 향해 망원경을 장착한 저격용 총을 겨누었다. 그의 명령대로 보초병들은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놓았고, 가방은 최적의 위치에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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