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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3-1)
게시물ID : lovestory_942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15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05/25 1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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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2. 건국연맹(7)   


 느지막이 아침을 얻어먹고 여비까지 두둑하게 받아 챙긴 김은 평양역으로 향했다. 어차피 중경행은 포기한 참이었다. 일단 미행을 당했으니 개운치가 않았고, 계속 미행을 할지도 몰랐다. 얼굴을 보아하니 쉽게 포기할 놈도 아니었다. 그럴 바엔 완전히 물을 먹여야 했다. 그래서 다시는 관심을 가지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임정에 연락을 취하는 일이 바쁘다고 해도 서두르다 일을 그르친다면 더욱 큰일이었다. 
 수확도 없지 않았다. 든든한 자금원을 확보한 것이었다. 한바탕 노래를 부르며 기분이 좋아진 황보에게 매일처럼 와도 여비를 주겠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하루에 몇 번을 와도 어김없이 여비는 주겠노라고 약조를 한 것이었다. 황보의 아내도 옆에 있었던 터라 자네가 주지 않으면 제수씨에게 받아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장부일언중천금이라며 오히려 호통을 쳤던 것이다. 말실수를 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기가 한 말을 어기는 법이 없는 황보였다. 이번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면 평양을 거치거나 오갈 일이 많을 것이었다. 김은 황보에게 최대한의 여비를 받아낼 작정이었다.
 박가는 부리나케 김을 따라붙었다. 그걸 모를 김이 아니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경성행 열차에 올랐다. 멀찍이 자리를 잡은 박가는 슬슬 자신이 없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뭘 잘못 알고 고생만 한 것 같았다. 그랬다가 또 의심이 일기 시작했다.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한 탓에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었지만 잠들었다가 어디에선가 내려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박가는 다리를 꼬집어 가며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김을 지켰다.
 경성에 도착할 때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김을 따라 내리며 박가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생각 같아서는 김의 콧잔등을 한 대 갈겨 버리고 싶었다.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이 그렇게 분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밀정노릇에 이력이 붙을 대로 붙었다고 자신해 온 박가였다. 자신이 캐낸 굵직굵직한 사건만도 무려 10여건이었다. 그런 자신이 헛다리를 짚다니. 생각할수록 분하고 억울했다. 아니지. 저놈이 나의 미행을 눈치챈 것은 아닐까? 그럴 리가 없지. 내가 누군가. 이중형도 혀를 내두르는 박두희가 아닌가. 진짜 다른 이유 없이 단지 친구를 만나러 간 것일까? 시원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박가는 더 두고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
     3. 아베 노부유키(1)


 임창식의 도장에 여운형과 구본오, 이기범, 김정대, 황규철, 박도근 등 십여 명이 모였다. 여운형이 입을 열었다. 
 “모두들 오시느라 고생들 하셨소이다. 이 자리에 이렇게 모인 취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아시리라 보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소이다. 조직의 명칭에 대해서 의견이 있는 분은 말씀해주시기 바라오.”
 “가칭대로 ‘대한민국 건국연맹’으로 하도록 합시다.” 
 이기범의 말이었다. 다들 동의해서 명칭은 쉽게 결정이 됐다. 
 “그러면 지금부터 조직 인선에 들어가겠소이다. 주석 각하를 고문으로 하는 데는 다들 이의가 없으실테고...... 먼저 위원장에 나는 안대순 선생을 추대하겠소.”
 “안대순 선생님이 인품이나 투쟁경력으로 보나 위원장 자격이 충분하십니다만 실질적으로 대중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데는 지명도와 활동력이 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원장은 마땅히 여선생님이 맡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오.” 
 “이런 거사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여동지만한 사람이 없소.”
 자신의 말에 한마디씩 거들자 여운형이 손을 내저었다.
 “나는 어쨌거나 왜놈들과 타협한 사람이 아니오. 그러나 안대순 선생은 끝까지 타협하지 않으셨소. 그리고 우리나라는 유림의 영향력이 적지 않소. 지주들 대다수도 유생이오. 아직도 지주들이 소작인들에게 갖는 영향력은 지대한 것이오. 자금문제도 있고 하니 우리는 지주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오. 그런 뜻에서 위원장은 안대순 선생이 적격이라고 생각하오.” 
 “여선생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허나 좌우합작을 추진하는 지금에는 여러 하부조직들을 아우르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적임자는 역시 여선생님이십니다. 안대순 선생님은 거동도 불편하십니다. 상대적으로 여선생님이 안대순 선생님보다 인지도가 높으신 것도 건국연맹으로서는 유리한 점입니다.” 
 박도근이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은 다들 동의하시지요, 묻고 있었다. 
 “그렇게 하시오.”
 “맡아 주십시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소리였다. 여운형은 한참을 침묵했다. 모두 그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여운형이 입을 열었다.
 “동지들의 뜻이 정히 그러하시다면 받아들이겠소. 그러나 한가지 조건이 있소. 나머지 인선은 내가 단독으로 처리해도 되겠소.” 
 잠시 좌중이 잠잠해졌다.
 “반대의견이 있으시면 지금 말씀들 하시오.”
 모두들 말이 없었다. 박도근과 백상열만이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 두었다.
 “그럼, 모두들 찬성하시는 걸로 알고......”
 여운형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조직도가 적힌 종이였다. 이럴 경우를 예견하고 혼자서 인선을 미리 해 온 것이었다. 모두 여운형의 주도면밀함에 놀라고 있었다.
 
 부위원장 안대순, 양한삼 
 내무위원장 조진택 
 외교위원장 정만규 
 재무위원장 황규철 
 군사위원장 이강욱 
 경제위원장 성주하 
 농림위원장 박도근 
 보건위원장 안홍균 
 여성위원장 김옥희 
 교통통신위원장 구본오 
 보안위원장 노운 
 사법위원장 이기범 
 교육위원장 유재상 
 공보위원장 권영훈 
 체신위원장 김충인 
 노동위원장 민상희 
 법제위원장 김정대 
 연락위원장 김인수 
 반민특위위원장 김경재 

 조공을 대표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참석을 한 박도근이 인선 내용을 두고 화를 냈다. 
 “여선생님께서는 우파 편을 들어도 너무 드십니다. 앞으로 확대될 하부조직 구성원들의 면면을 생각해 보십시오. 십중팔구는 좌파사람들입니다. 거기에 비해 지도부는 우파 일색입니다. 하부조직원들이 뭐라고 그러겠습니까? 이 인선을 수긍하겠습니까? 좌파로 흡수통합해도 우파는 할말이 없을 텐데......” 
 “그런 모든 문제들을 떠나서 지금 시급한 것은 뭉치는 일이오. 뭉쳐서 싸워서 왜놈들을 몰아내고 부왜파놈들의 씨를 말리는 일이외다.”
 구본오의 목소리도 더없이 강경했다. 백상열도 나섰다. 
 “우파 선생님들은 지도력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우파는 좌파에 비하면 투쟁경력도 일천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운동에서의 투쟁경력은 아주 중요한 겁니다. 지도부가 혁혁한 투쟁경력도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다면 조직원들이 지도부를 신뢰하고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 하겠습니까? 한마디로 이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누구의 지도력 우위를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오. 이런 문제들로 다투고 있을 시간이 우리에게는 없소. 한시가 급하오. 전황은 하루가 다르게 왜놈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소. 우리가 곧 해방을 맞게 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오. 중요한 건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해방을 맞아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오. 그렇게 되면 또 똑같은 고초를 당하게 될 거요. 이번 세계전쟁의 본질이 무엇이오. 결국 제국주의 국가 간의 식민지 뺏기 전쟁이오. 우낭이 위임통치를 청원한 미국은 제국주의 국가 아니오? 소련 또한 다르오? 저들이 말하는 신탁통치란 것도 말만 교묘하게 바꾼 식민통치요. 두고 보시오. 우리 힘으로 왜놈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총독을 원주민인 우리의 손으로 뽑게 될 것이오. 그렇게 돼야 되겠소? 시간이 많지를 않소. 왜놈들이 내일이라도 항복을 해 버릴지 알 수 없는 일이오. 부차적인 문제로 다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말씀이오. 아까 반대의견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가만히 있었으니 그런 문제들은 독립을 쟁취하고 난 뒤에 다시 따져보기로 합시다. 우선 우리 힘으로 왜놈들을 몰아내고 봅시다. 그리고 각 위원장들이 권력을 잡은 것은 아니지 않소. 아시다시피 우리가 무슨 권력이 있소. 거사가 성공하기 전에는 그런 감투는 만일에 발각나면 고초를 더 당할 자리들인 것이오. 어차피 여기 모인 동지들이 구성원 전체는 아니지 않소. 그러니 여기 모인 동지들이 완전합의한 인선이라고 해도 불만이 있는 분들이 생길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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