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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9-10)
게시물ID : lovestory_952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0
조회수 : 12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4/25 11: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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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9. 귀향(10)



 매타작을 당한 박가들은 장태식 앞에 무릎이 꿇려졌다.

 “이 ㅇㅇ놈들이 왜놈들 똥꼬를 빨아?”

 “......”

 “이 족 같은 ㅇㅇ들아, 내가 누구 아들인지 알지? 니들은 오늘 임자 만난 줄 알어!” 

 무쇠주먹에 한 대씩 더 맞은 박가들은 정신이 아득했다.

 “내가 분명히 약속한다! 지금부터 거짓말하는 놈은 여기서 바로 죽는다! 바른대로 말하는 놈은 살려 준다!”

 몇 명이 달려들어 정가와 김가를 따로따로 끌고 갔다. 며칠 이중형이를 지켜봐서 짐작은 갔지만 확실하게 알아야 했던 것이다.

 장이 박가에게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어떤 족 같은 ㅇㅇ야, 니들에게 우리 감시하라고 시킨 ㅇㅇ가?”

 “......”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박가는 볼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장이 따귀를 때린 것이었다.

 “이 ㅇㅇ놈이 거짓말 깔려고 대가리 굴리고 있었지?”

 “아닙니다요! 아닙니다요!”

 “좋아! 다시 말해 봐! 근데 저 새끼들하고 말이 틀려도 죽는다!”

 “......”

 박가는 또 번갯불을 봐야 했다. 정가와 김가가 어떻게 말할지 알 수가 없으니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이 박가의 멱살을 잡았다. 금방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이 ㅇㅇ놈이 여기서 죽여달란 말이지?”

 “아닙니다요, 아닙니다요! 켁켁! 이중형이가 시켰습니다요! 켁켁!”

 “정말이지?”

 “예!”

 박가들은 대질신문(?)을 당했다.

 “이 ㅇㅇ야, 네가 우리끼리만 하자고 그랬잖아? 이중형이가 시키는대로만 했으면 이럴 일도 없는데 뭐한다고 욕심은 부려가지고...... 우리 이제 죽게 생겼잖아, ㅇㅇ야아!”

 김가가 울부짖는데도 박가는 아무 말도 못했다.

 장은 셋만 제거하면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강성종에게서 지시받은 게 있었던 것이다.

 “이 ㅇㅇ들아, 니들 안 죽일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왜 같은 동포를 죽이겠냐? 니들 예상대로 우리 큰일 꾸미고 있어. 곧 왜놈들 다 쓸어버릴 거야. 우리나라가 해방이 될 거라구. 그때까지 니들은 좀 숨어 있으면 돼!”

 “형님, 고맙습니다요!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요!”

 “형니임!”

 “형니임!”

 생각지도 못한 장의 말에 박가들은 진심으로 감격하는 척했다. 우미관 근처로 다시 끌려간 셋은 자갈이 물리고 결박당한 채 어느 방에 갇혔다. 청년 둘이 그들을 지켰다.

 다음날 오후 늦게 다른 청년 둘이 술과 안주를 푸짐하게 가져왔다. 아침부터는 결박도 풀어 줬고 끼니도 챙겨 줬다. 감시는 받고 있었지만 큰 불편은 없었다. 너무 잘해줘서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박가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호시탐탐 도망갈 기회만 노리고 있는 중이었다. 경무국에 알리기만 하면 팔자 고치는 건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자, 한 잔해!”

 빙 둘러앉았다.

 “이 ㅇㅇ들은 내일 아침에 평양으로 보낼 거래. 거기서 시킬 일이 있다네.”

 술과 안주를 가져온 청년의 말이었다. 정말로 죽이지는 않겠구나, 생각한 박가들은 크게 안심했다. 도망갈 기회만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모두 신이 나서 먹고 마셨다. 그러나 그것은 박가들의 착각이었다. 청년들은 안주는 먹었으나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취한 셋은 청년들이 권하는 대로 먹고, 마셨다.

 “자아, 형님이 얘네들 오입이나 한 번 시켜주라니까 덕분에 우리도 원님 덕에 나발이나 불러 가자고!”

 앞의 청년이 술과 안주가 동이 나자 혀 꼬인 소리로 희소식(?)을 전했다. 박가들은 웬 떡이냐, 싶었다. 죽는 줄로만 알았다가 오입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바깥은 제법 어두워져 있었다. 걷는 내내 청년들은 혀 꼬부라진 소리로 장태식을 향해 욕을 해대고 있었다.

 “ㅇㅇ, 속옷도 나더러 빨으래!”

 “야,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난 태식이 그 새끼가 술 쳐먹고 토한 것도 닦았어!”

 청년들의 불만은 끝이 없었다. 사창가로 향하는 길에 우미관 앞에 이르자 청년 하나가 역시 혀 꼬부라진 소리로 박가들에게 주문했다.

 “에이, ㅇㅇ! 니들이 우리 대신 ‘장태식이 이 ㅇㅇㅇ야!’ 하고 속 션하게 고함 한 번 질러주라!” 

 박가들은 취중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오입’에 마음이 쏠려 있어 시키는 대로 하고 말았다.

 “장태식이 이 ㅇㅇㅇ야!”

 “에이, 목청이 그래 가지고 우리 속이 풀리겠어? 이번에는 우리도 목소리를 보탤 테니까 진짜 크게 한 번 질러봐!"

 “장태식이 이 ㅇㅇㅇ야아!”

 주문대로 있는 힘을 다해 고함을 질렀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훨씬 더 컸다. 

 아니나 다를까 덩치가 산만한 청년 하나가 득달같이 우미관에서 튀어나왔다. 덩치도 덩치지만 힘이 항우장사라 별명이 ‘황소’인 권택관이었다. 박가들이 뭔가 잘못된 걸 깨닫고 둘러봤을 땐 같이 있던 청년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 ㅇㅇ들이 술을 똥구멍으로 처먹었나, 간뎅이가 처부었나? ㅇㅇㅇ들이 어디 우리 형님을?”

 속았다는 것을 깨달을 시간도 없이 박가들은 권의 주먹에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황소의 힘으로 내리꽂는 주먹 한 방씩을 배에 맞고 피똥을 싸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황천으로 떠나고 말았다.

 더하고 뺄 것도 없었다. 어제 낮에 박가들이 수표교 근처에서 빨래하는 아녀자들을 희롱하는 것을 장태식이 우연히 보고 꾸짖어서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미친 ㅇㅇ들이 그랬다고 기분이 나빴던가 술을 처먹고 찾아와서 그 지랄을 하는데 내 아우들이 가만 있겠소? 가만 있으면 내 아우들이 아니지.”

 다음날 아침, 우미관으로 들이닥친 형사들에게 장이 하는 말이었다.

 “어제 낮에 저 사람들을 때리지는 않았는가?”

 “아니, 생각을 해보쇼! 내가 주먹을 썼다면 그 새끼들이 저녁에 그렇게 찾아왔겠소? 뒈졌거나 병원에 있지!”

 “그 여자들은 누군지 아는가?”

 “세상 천지가 여자들인데 내가 어찌 알겠소.”

 “죽은 사람들은 누군지 아는가?”

 “어느 동네 골목 깡패겠지. 내가 그것까지 알아야 되오?“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나?”

 “설마 죽이려고 죽였겠소? 워낙 쎄게 나오니까 쎈놈들인가 싶어서 붙어서 싸웠는데 뒈지고 만 거지. 그놈인들 그렇게 약한 놈들인줄 알았겠소?”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어떻게 하긴 뭘? 그놈들 죽인 놈은 토껴 버렸는데? 아녀자 희롱하는 거 말린 게 죄라면 나를 처넣으시오!”

 형사들과 장이 나눈 대화였다. 죽은 셋이 밀정이라는 말은 형사들도 끝내 하지 않았고, 장도 죽이려고 작정하고 죽인 것이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었다. 부검도 하지 않았다. 맞아 죽은 것이 확실한 데다, 피똥을 엄청 싸고 죽었으니 제대로 맞아서 죽었다는 것은 의사가 아니어도 알 일이었다. 어쨌거나 죽인 자는 도망을 가버렸고, 죽은 자들은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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