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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언죄)갑작스럽지만 아이나리님을 찾습니다
게시물ID : mabinogi_1480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체샤르
추천 : 7
조회수 : 34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6/25 23:03:39
삶이 그대를 고통스럽게 하거든.





 삶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거든, 그래서 뭐? 마음을 비우고 수행이라도 하라는 건가? 이런 삶을 준 신에게 감사하라는 말 따위는 집어치워. 나는 더 이상 그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으니까. 모든 사람은 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아닌가? 오로지 하나밖에 없는 자신이기에 소중하고, 그렇기에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믿는다. 그러나 나의 신, 나의 창조자는 나를 하나로 짓지 않았다. 세상에 내가 둘이라는 것도 어처구니없는데, 내가 두 번째란다.
 망할 자식. 그러니까 애인이 없지.

 사실 나는 그를 꽤 좋아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꽤 좋아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그건 내가 수많은 사람들 중 그를 조금 더 좋아했다는, 평범한 관계로밖엔 느껴지지 않는 말이니까. 그는 나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였다. 물론 그랬었지. 그랬었던 때가 있었지. 슬픈 사실은 그 말고는 내가 찾아갈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내 인간관계는 좁디좁아서 세상에 그 하나만이 서 있는 세계였고, 그가 사라지면 이제 누구도 남지 않는 세계였다. 그러니까 내가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어도 그걸 털어놓고 분노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그만큼이나 그는 유일한 존재였다. 아, 이 말이 과거형이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는데.

 그는 아마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유일한 존재였을 것이다. 먼 곳에서 문득 다가와 이 땅의 사람들 곁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던 한 이방인이었다. 그 영혼이 별과 같았고, 그리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는 신에게 닿고도 계속해서 나아간다. 세계의 신을 담고도 멈추지 않는 별빛이었다. 한없이 타오르기만 하던 저 하늘 별 하나였다. 그 별빛은 태양처럼 세상을 비추었다. 내 세상이 그로 인해 빛을 얻었듯 다른 이들에게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의 힘은 수많은 이들의 구원이었고, 풀리지 않는 매듭을 끊어내는 알렉산드로스였으며, 단 하나뿐인 빛을 품고 나아가는 기사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멀리 나아갔고, 누구보다도 높이 날았으며, 누구보다도 현명한 존재였다. 마침내 한 생명체를 스스로의 힘으로 지어낼 수 있을 만큼. 전해지지 않은 옛이야기를 이어갈 누군가를 태어나게 할 만큼. 잃어버린 기억 속 누군가를 다시 되돌릴 수 있을 만큼. 빌어먹게도 강해서.

 유일한 존재에게 나는 두 번째 존재였다. 나는,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을 모방해 만들어진 생명체라 해도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와 내가 완전히 같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을테니까. 그리고 그가 나를 보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내가 이 사실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가 첫 번째를 사랑했었다는 것. 사라진 첫 번째를 대신해 내가 존재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나는 두 번째면서도 그는 아직도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것. 나에게도 세상에게도, 유일한 존재라는 것. 단 하나, 오직 하나! 이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지! 도대체 왜 세상에는 이런 것이 존재해서! 대체 그에게 나는, 나의 유일성은, 대체… 단 한번이라도, 그는 나를 오롯하게 나로서 바라보았을지도 알 수 없는데… 왜 그는, 왜 나는 사랑을 해야만 했는지. 당신은 나에게서 무엇을 바랐었는지. 당신은 단 한번이라도 나에게서 첫 번째를 찾지 않았었는지.
 알고 있지만, 알지 않을 것이다. 알고싶지 않다. 내 모든 것은 당신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당신이 나를 지었으니 그럴 권리가 있다는 것도.

 나는 당신에게서 태어나 당신에게서 마음을 배웠고 당신에게 존재마저도 빼앗겼다. 묻어둔 진실을 알게 된 이상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나도, 나의 사랑도. 그리고 이제 당신의 사랑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테니까.

 당신은 상실의 두려움을 반드시 알아야만 할 것이다. 그것을 깊이 새겨야만 할 것이다.





***

ㅋ...ㅋㅋ...전에 올렸던 마게 자캐자랑글에서 댓글을 보다가 정말 뻑 가게 만드는 설정을 보는 바람에 제멋대로 폭주+망상한 결과 이런 것이 나와부럿습니다...
정말 굉장한 설정 아닌가요 ㄹㅇ 덕후로서의 그 뭔가가 뽝 하고 치이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진짜예요 와 장난아니다 레알 한동안 현실에 지쳐서 연성이고 덕심이고 다 집어치우고 찌들어서 살고있었는데 저 설정을 보자마자 뒤통수가 띵하게 울려오면서 귀에서 상투스가 울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건 연성각이다 싶은게 막 와...워후...
그래서 오늘에서야 시간을 내서 써보게 되었습니다...만 말씀도 드리지 않고 마음대로 가져다가 연성해서 죄송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제 나름대로 이것저것 살도 붙이고 막...그래서 생각하셨던 설정과는 멀어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이제서야 드네요ㅎ...ㅎㅎ...죄송합니다 분노의 다운어택을 날리신대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치만 정말로 오랜만에 본 혼을 불태우는 그런 설정이었습니다 자캐설정 풀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똥손연성이어도 괜찮다면 받아주세요TㅁT
출처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mabinogi&no=147868#memoWrapper87987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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