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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1미리니름 / 짧은 글] .
게시물ID : mabinogi_1496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중구
추천 : 6
조회수 : 71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2/06 0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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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배제한다고는 했지만 커플링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G21 메인스트림을 소재로 한 짧은 글입니다.










 여느 때와 같이 던바튼은 북적였다. 그 사이를 헤치고 지나는 차가운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잔뜩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가락 빗질로 가다듬다 문득 치미는 생각에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그러나 잡념. 눈을 감고 머리카락을 검지에 감아 빙빙 돌린다.
 한차례 폭풍이 또 지나갔다. 이제는 끝나려나, 하는 기대는 또 다시 빗나갔고 운명은 좀처럼 편하게 놔두질 않았다. 살이 낀 것일까, 그렇다면 이건 어떠한 이름을 붙여야 맞을까. 아무런 생각 없이도 손은 잘만 움직이고 머리카락을 풀었다, 감았다 하며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다. 그게 태엽장치라도 되는 것처럼.
 손을 움직인 만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움직여야 할까. 어디에서 멈춰야 비극이 되지 않은 채로 남을 수 있을까. 모든 게 해결되지 않아도 좋으니 아무것도 모른 채 또 다시 바라던 때로. 마음을 다 한 말들이 모두 진심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을 때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마음 놓을 수 있던 때에 머무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만 할까.

 그러나 우리의 결말은 언제나 비극임을 알기에.


 독백
w.969



 울분을 토로하여 내던 것이나 득도한 양 잔잔하게 가라앉던 음성은 쉬이 머릿속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익숙하지만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가 비통하게, 처절하게, 땅바닥에 끌어내려진 사람마냥 감정을 토하고 원망을 쏟아내는 건 잦았다. 분명 그랬고 겪을 때마다 그걸 마음 한 쪽에 묻어두며 감내해야 하는 거라 홀로 삭였다. 정작 나는 아무에게도 그러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원했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영웅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호칭으로 불리고 있었고 이 세계에서의 영향력은 불어났다. 숨을 쉬고 눈을 깜빡이는 것에도 이유를 붙일 수 있을 만큼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부족한 것일까.
 일거수일투족 모두 감시하고 있었다는 불쾌한 말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집단과의 동행도 꽤 오래됐다. 그 과정에서 또 다시 누군가의 구원이 되고 영웅이 되었으며. 착오가, 기대가, 유일한 존재가 되었음을 안다. 보통은 어떻게 반응할까. 부담스러워할까, 피하려 할까. 그게 아니면 그 특별함을 기꺼워하며 웃을까. 그렇다면 평범하지 않은 나는 어떤 반응을 해야 했던 걸까. 아니,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게 정답이었나.
 하늘을 담은 양 청청하게 빛나던 눈을 기억한다. 그 눈에 담긴 내 모습 역시 기억에 남아있다. 그토록 경계하던 시리도록 푸른 시선에 안도하며 어쩌면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던 희망도 자연히 떠올랐다. 아아, 헛되고 부질없어라.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 자연히 딸려오는 한숨에 몹쓸 기억을 흘려보냈다.

 계속해서 선을 그어져 속할 수 없던 곳이다. 웃으며 찾아왔지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벽, 명백하게 다른 존재를 대하는 언행. 밀레시안과 다난, 크게 둘로 나뉜 구분에서도 나는 테두리 바깥에서 혼자였다. 그래서 그랬겠지. 치미는 배신감보다는 어쩌면 ‘우리’라고 칭할 수 있는 존재가 생긴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컸던 건. 그러니 인정하자. 이제는 내가 알던 톨비쉬가 아니어도 여전히 그는 특별한 존재이며 새롭게 피어난 내 실낱같은 희망임을.
 ―라는 건 어떻게든 좋게 생각하려는 버릇. 아직도 칼로 꿰뚫렸던 곳이 아리다. 부상도 잦았고 빈사도 잦았다. 죽음도 허다했다. 그럼에도 그 고통에 무뎌지기는 어려워서 가슴께를 연신 쓸어내렸다. 아니, 아픈 건 칼 때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미안하다는 말에 이어진 충격과 원망해도 좋다는 말이 벌레가 날갯짓하듯 버적대며 귓전을 울리던 때에도 내 시야엔 오직 너였다. 너만이 움직일 수 있는 검으로 날 억누르고 뒤를 돌아가는 모습 역시 망막에 눌어붙은 것처럼 떼어내기 어려웠다. 사실 배신감이 들었던 건 나를 해했다거나 그동안 해왔던 말들, 곁에서 함께 하겠다던가 마지막까지 같이 있어주겠다던가 하는 말을 반했다는 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일 수 있는 상황에서 등을 보인 것이 나를 분노케 한 것일지도 모르지. 너에게 반기를 들고 나를 구하려는 작은 움직임을 지키려던 것도 어쩌면 네가 생각을 달리해 다시 옆으로 와줬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사건이 끝나고 나자 모든 행동의 의미를 너와 연결 지으려 하는 내 모습이 여간 우스운 게 아니다. 입을 비집고 나온 실소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시 너의 눈을 바라봤던 순간을 떠올린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물빛이었다. 하늘에서 땅으로, 혹은 만물을 모두 담았던 눈. 느지막이 읊조리던 말은 허공으로 흩어져 모든 것을 기억하진 않지만 개중 네가 내게 했던 말 몇은 귀에 담았다. 찾아왔던 짧은 침묵에 나는 무어라 말을 하고 싶지만 차마 그러진 못했고. 이제 와 후회한들 시간은 지났다.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벌려서라도 말을 꺼내야 했다. 방황하던 긴 세월을 지나 비로소 나를 만났을 때에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묻고 싶었다. 숙고하여 정리한, 너를 완전케 만든 내가 아니라 맞닥뜨렸을 때, 그 당시에 지닌 날것의 감정이며 인상은 어떠했냐고. 무던히도 노력했던 것이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데에서의 좌절이었을까. 아니면…….
 끝맺음이다. 과오를 수습하겠다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너였으나 나는 알고 있다. 너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 동조하듯 바람이 일었다. 온화한 흐름으로 뺨을 감싸듯 하다가 다정하게 머리칼을 훑으며 사라진다.

 내가 서있는 곳은 낙원이다. 낙원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하여 왔고, 의지할 존재라던가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고 있다. 초월적인 존재가 되었기에 그에 부응하는 행동을 해야 하고, 나를 영웅이라 칭하는 이들을 사랑하고, 지켜야 하고…….
 과연 그럴까, 이제는 다른 답을 내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


 G21을 두 번 플레이하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포인트에 저 역시 분개했습니다.
대부분이 엉망진창으로 흘러간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톨비쉬는 배신을 하지 않았고, 저는 그걸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그간 있었던 일을 곱씹어보며 여전히 톨비쉬가 했던 말은 유효하다는 걸 알았어요.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건 어쨌거나 계속해서 그만이 할 수 있는 약속 아닐까요.
밀레시안도 불멸, 톨비쉬도 불멸. 분명 다르지만 비슷한 점이 많기에 
계속해서 밀레시안은 그에게 의지할 수 있고 의존할 수 있고.
플레이어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분명 게임 속 밀레시안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도 아니며 인간도 아닌 존재, 심지어 다른 곳에서 온 점에선 같은 타 밀레시안에게도 속할 수 없는 존재.
그런데 톨비쉬라는 존재가 그냥 지나가는 인간이 아닌 걸 깨달았을 때 밀레시안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이 둘의 관계가 참 안타까운 쌍방향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알터가 언급했던 것에서 조금 생각하자면, 톨비쉬와 밀레시안이 겪었던 일들은 
분명 보통의 인간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겠죠. 그저 슬프고, 철없이 행동한 것 같다고.
그리고 이어진 사과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전 이번 메인스트림을 플레이하면서 선택지들이 알터를 밀어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조건적인 동경을 받아내며 밀레시안은 그걸 부담스러워하고, 그게 한계에 달했던 게 아닐까.
르웰린의 말(*)을 또 생각하며 키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톨비쉬는 계속해서 밀레시안에게 유일한 존재로 남겠죠.
테두리 바깥의 존재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가며 이 낙원이 무너질 때까지.

(*) 세상에는 본인의 의도와 마음이 어떠했는가와 무관하게 독이 되는 감정들도 있죠.
애정과 호의는 누군가를 기쁘게 하죠. 때론 누군가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뭐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누군가의 믿음과 신뢰가 고삐나 짐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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