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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1 스포일러/조각글] 누군가에겐 분명 전해졌을 이야기 - (2)
게시물ID : mabinogi_1497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이린♬
추천 : 3
조회수 : 3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2/12 04: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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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칭 같은 3인칭의 그 분의 시선.
* 2편으로 끝날 줄 알았더니 어마어마하게 길어질 전망입니다. 망했어요....
* 이번 것도 스크립트 안봐서 마구 설정파괴 하는 거 같기도 한데 맥락은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목숨은 무겁다. 축 늘어져 명줄 끊긴 시체를 운구하는 그 무게보다도 더 무겁다.
성소로 향하던 이들 중 살아남은 자는 이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원래부터 그리 많은 이들이 움직인 것은 아니었으나 남은 이들마저 다같이 성소에 다다를 수 있을 지 없을 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출발하기 전 그는 출발하기 전 머리 속 어딘가에서 시선을 느꼈다. 적의가 느껴지는 시선은 아니지만, 누군지도 모를 시선을 느끼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적의가 없다고 어렴풋하게 판단하는 정도지, 실제로 그런 지까지 판단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무엇인가 자신을 본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차단을 시켰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선'은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마치 자신에게서 답을 얻으려는 것처럼. 하지만 답을 직접적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처한 이 상황을 '보는' 것으로도 답이 된다는 듯 얻고 싶은 것만 얻고 떠났다.
"참 이기적이군."
"....예? 단장님, 무슨 말씀 하셨습니까?"
"아, 아니네. 미안하군. 좀 자둬야 할 텐데 깨웠나?"
그 시선이 어떠한 목적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즈음엔 아발론의 깊숙한 곳, 성소에 이르기 전 거대한 크기의 세계수를 지나 성소로 잇는 오솔길을 지날 때였다. 단순히 기분이 나쁜 정도여서 신성력을 이용해 차단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게 그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아튼 시미니의 첫번째 검. 아버지에게서 얻은 죽음에 맞서 사는 자.그리고 그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홀연히 사라진 알 수 없는 이.
단장의 말에 꿈뻑 졸다가 화들짝 놀라 깬 단원을 자라고 종용한 후, 단장 또한 잠시 눈을 붙이려고 할 때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그의 내면에서 들려오자 감겼던 눈이 뜨였다. 남자라기도 여자라기도 구별하기 어려운 불분명한 목소리지만 그 목소리엔 바람같은 느낌이 있었다. 
가볍고, 또한 우아하다. 남자라면 조금 실례인 느낌일지도 모르겠으나 실례하겠다는 한 마디로 성별을 구별하긴 어려운 일이었다. 그 존재 자체가 우아했다고 하는 게 맞을 듯 했다. 실제로, 그 마음 속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신성력은 어딘가 혼란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어느정도 벼려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느껴지는 느낌은 어딘가 익숙했다.
"자네는..."
[아, 이미 전에도 실례했었죠. 그 때는 죄송했었습니다.]
"아, 그 때... 그 시선인가."
그저 낯선 시선을 느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된 목소리가 들려와 그 또한 놀란 상태였다. 심지어 실례하겠습니다 다음 얘기가 '그 때는' 죄송하단다. 꽤나 예의바른 존재라고 생각하며 단장이 작게 입을 열었다.
"신기한 일이군. 그리고 지금... 자네 근처에 내 검이 들려져 있나?"
주신에게 하사받은 자신의 검이 미약하지만 웅웅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목소리 또한 조금 놀라 답했다.
[정확히 검의 형태는 아니고, 손잡이 정도지만...]
지금 그의 검은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목소리'의 정체는...
"그대, 미래... 에서 나와 감응하는 것 같군."
[아... 일부러 말 안하려고 했는데, 알아채셨네요.]
단어를 고심하며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시간이 어긋나면 안된다는 듯, 원래 성격과는 좀 다를 정도로 지나치게 차분하게 고르는 느낌이 들릴 정도의 감응이라니 웃기지도 않을 노릇이었다. 대체 어떤 존재이길래 이렇게까지 자신과 신성력의 상성이 좋은 걸까?
[단장님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아서 그냥 단장님,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무례하기도 할 거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좀 있거든요.]
"느껴지네. 아, 이제 조금씩 보이는군. 이멘 마하인가?"
[네.]
조금은 놀란 듯한 목소리가 긍정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이는... 아르후안 조의 조원같군. 근처에서 다른 신성력도 느껴지는데, 같은 조인가?"
[말 안해도 아실 정도면...]
아마 미래에서 닿는 목소리는 이 쪽을 보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단장은 그 목소리를 통해 미래의 이멘 마하를, 그리고 미래의 알반 기사단을 보았다. 
엄격해보이는 자주색 머리칼의 여자와, 약간 덤벙댈 듯한 갈색 머리의 남자, 그리고 연보라색 머리를 한 쪽만 길게 기른 남자. 아마 여자 쪽이 미래의 아르후안 조의 조장인 듯 했다.
- 르웰린, 지금 이게 무슨...!
- 검이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여서 밀레시안 님에게 가져가면 될 거 같았거든요.
- ...르웰린, 행동력이 빠른 건 인정하지만 상부에 허가도 없이 이런 돌발행동은 금지입니다.
- 저, 밀레시안 님 이번에도 또 '얘기하시는' 중인가요? 
밀레시안? 
단장도 아는 단어였다. 밀레시안이란 단어는 별에서 온 자라는, 일종의 민담에서 만들어진 초월적인 존재를 일컫는 말이다. 동화 속에서 간간히 언급되는 종족으로 그 특징은 단장인 자신과 비슷하다는 점이 있다.
그런데 후대의 단원들이 지금 자신과 얘기하는 사람을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밀레시안이라고 부른다. 정말 그 밀레시안인가?
양 쪽 모두 반응하긴 어려운지, 밀레시안이 오른손을 들어 그렇다는 긍정적 신호를 세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 보이고, 끊겼던 대화가 이어졌다.
[지금 이 검의 손잡이 부분이 약한 빛을 내고 있어요. 저는... 알반 기사단의 단원은 아니지만, 외부에서 도와주는...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용병은 아닌데.]
"이름은 저들과 대화할 때 들었네. 밀레시안."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시네요.]
어딘가 착잡한 듯한 목소리였지만 단장은 그 반응을 무시했다.
"아마 아발론 게이트에 무슨 일이 생긴 거겠지. 이 검이 반응할 때는 그 때 뿐이니."
- 대화하고 있는데, 아발론 게이트에 무슨 일이 있나요?
- 아, 밀레시안님 오랜만-
- 알터. 네, 밀레시안님. 선지자들이 아발론 게이트까지 접근했다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같이 가주셨으면 합니다. 르웰린, 이 건은 나중에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네, 네.
엄격한 목소리가 꽤 피곤한지 어린 두 조원을 채근한다. 밀레시안은 그 모습을 보면서, 단장과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미래의 조장과 다른 이유로 피곤한 듯 했다. 아무래도 일단은 여기서 끊어줘야겠다.
"무슨 일이 있는 지 대강 눈치챘네. 일단 아발론 게이트로 가보게."
[네. 그럼...]
툭- 하고 가벼운 물체가 끊기는 소리가 나면서 그렇게 연결이 끊겼다.
"........하, 하하, 하하하."
되도록 다른 이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단장이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아무리 주신께서 만든 육체와 정신이라도 해도 이 정도의 권능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다. 미래의 누군가와의 연결이라니. 시선 뿐만 아니라 시야도, 대화도 가능하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스멀스멀 목구멍으로 타고 올라왔다.
전처럼 불쾌한 건 아니었다. 다만 불안했을 뿐. 자신과 연결되었던 밀레시안은 어딘가 자신의 신성력과 매우 닮은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질적인 다른 기운들이 마구 뭉쳐진 느낌이었다. 마치 그대로 내버려뒀다간 폭발할 듯한 느낌이었다. 선지자들이 뿜는 이계의 신에게 받은 신성력이 아닌, 형용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그 근본없는 힘엔 공통점이 있었다.
"그 밀레시안, 강하군."
손을 내밀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봤다. 건틀릿의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그 무게감과도 다른 감각.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엔 내부의 혼란과 달리 차분했다. 모르는건가, 아니면 이용할 줄 알기에 내버려두는건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존재에 대한 평을 내리기 전에, 그 역시 잠깐이지만 눈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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