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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의 의료비 상한제(사실상의 무상의료)에 대해서...
게시물ID : medical_13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복왕간디
추천 : 20
조회수 : 4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22 14:55:46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시간이 좀 남아서 글 한번 써보겠습니다.

어제 저녁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토론을 해서 시사게가 시끄러운 모양인데요,

그 중 베오베에 올라간 무상의료 공약을 의사 입장에서 보면 너무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반대먹을거 각오하고 의사의 시각으로 썰 한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항상 말하지만 어느 집단이나 도덕적, 비도덕적인 양 극단은 존재하므로, 일부 사례를 들어 일반화 하는 일은 피합시다.

절대다수의 의사 혹은 국민이 지극히 "합리적인 자본주의적 사고"를 한다는 가정 하에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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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무상의료의 실현 가능성을 논하기 앞서, 현재 의료계의 상황을 간단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료주의적 의료제도와 터무늬없는 저수가에서 거의 모든 문제가 파생됩니다.


1. 의료수가가 원가의 73.8% 수준입니다. 비급여 포함해도 104%정도에 불과합니다.(보복부 자료입니다.)

 1-1. 보험진료로 손해보는 부분을 비급여로 메꿔야 하므로 각종 비급여 검사나 치료가 늘어나게 됩니다. 비보험과로 의사가 몰리는 이유입니다.

 1-2. 심평원의 지침때문에(교과서적인 진료를 할 수 없도록 만듦) 어쩔 수 없이 비급여 치료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1-3. 의료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방어진료"를 하게되어 비용대비 효과가 적은 고가의 검사를 하게 됩니다.

 1-4. 중증질환으로 갈수록 보장성이 줄어듭니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서 경증질환을 과하게 보장해주었기 때문입니다.

 1-5. 진료비가 지나치게 싸고, 병원 별로 차이가 없다시피 하므로 환자들이 3차병원으로 몰립니다.

 --> 환자 입장에서 병원비가 비싸지는 이유입니다. 보장성 좋다고 광고때리는데 정작 중증환자가 낼 돈은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2. 병원이 충분한 수의 의료인을 고용하지 못합니다. 주 60시간이라 쳐도 지금보다 몇 배의 인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감당이 안됩니다.

 2-1. 의사 월급을 깎으면 되지 않느냐? 의료사고가 날 경우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손해를 감당하려면 그만큼 위험관리비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비슷한 예로, 파일럿과 스튜어디스의 급여 차이를 보시면 되겠습니다.

 2-2.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병원약사 등 병원에 근무하는 다른 직역도 마찬가지로 해당됩니다.

 --> 의사 수 문제가 여기서 나오는데, 선진국에 비해 "임상의사" 수는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병원에 취직을 못하니 개원가로 밀려나간거죠.

      의료수가를 높이고 의무고용인원을 강화하는 법을 만들어, 병원이 도처에 깔린 전문의를 흡수하도록 유도해야 기피과 문제가 해결됩니다.


3. 싼 값에 부려먹는 전공의, 인턴, 펠로우 티오를 최대한 늘리고, 전문의도 최대한 많이 부려먹습니다. 간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3-1. 여기서 대학병원의 3시간 대기 3분 진료가 발생합니다.

 3-2. 의료인들이 과로에 시달리게 되므로 의료사고의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3-2. 병원수익 위주로 모든 역량이 집중되므로 전공의 및 인턴 교육은 뒷전으로 밀립니다. 내시경 한번 못잡고 전문의 되는 전공의도 많습니다.


4. 그나마 병원에 취직하지 못한 의사들은 개원시장으로 내몰려서 피터지게 경쟁합니다. 5년간 의원 문 안닫고 진료할 확률이 50%가 안돼요.


5. 한정된 의료자원의 배분이 보복부 꼴리는대로 이뤄집니다. 대부분은 약사에게 유리하게 집행되죠.

   이런 말 하면 약사님들 열받을거 알지만 수가문제에서 언급 안할수가 없네요.


6. 위에 열거한 모든 정책의 부작용을, 정부에서는 장장 12년간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원인"이라고 언플해왔습니다.

   결국 원인을 따지자면 정부가 먹어야 할 모든 욕이 의사에게 집중되는 개좆같은 상황이 펼쳐지죠.


7. 더불어 응당법, 도가니법, 주취자법, 액자법 등 황당한 법안들이 자꾸 만들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서론이 너무 길어지므로 패스... 

   결론은 의사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병아리 눈꼽만큼도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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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어째서 의사들이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는가에 대한 배경설명이었습니다.

본격적인 논의로 들어가보도록 하죠.


현재 우리나라 의료비 총액은 연간 약 64조원, 그 중 건보재정의 지출이 약 40조원정도로 계산됩니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003&aid=0004811143 )

즉, 무상의료가 실제로 이루어지려면 24조원이라는 재원을 매년 어디선가 끌어와야 한다는 말이죠.

이걸 국민 5000만명이라고 생각하면 한사람당 연간 48만원을 추가부담해야 가능한 수치입니다.

4인가구당 연간 192만원을 지출해야 하는군요.

다시말해 사보험을 거의 반 작살내고 그 돈을 모조리 건보재정으로 집어넣지 않으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소리라는거죠.

이게 가능하려면 전국민적 동의가 필요하고, 기업의 반발을 이겨내야 하며, 보험사가 모조리 망한 후의 후폭풍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제로 사보험에 들어가는 돈을 빼앗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국민을 건보로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국민들이 국가보험만 믿고 사보험을 넣지 않으려면 중증질환을 거의 100% 보장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거든요.

믿음을 주는데만 수조~수십조 정도의 예산을 적어도 십수년간 추가 집행해야 합니다.

이런 까딱 잘못하면 반정부 시위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감히 어떤 정치인이 할 수 있을까요?

표 날아갈까 무서워 경증질환 보장성 낮춰서 중증질환 보장하는 일도 못하는 새끼들인데요?

거기다 정치인에게 선거비용을 대줄 기업인의 반발은 어찌 할 것이며, 만에하나 이뤄진다고 해도 수많은 보험업계 실업자들은 또 어떡합니까.


여기서 끝이냐?

아니죠.

위 결론은 현재의 의료비 지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서 이루어진겁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급속도로 노령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의료비지출의 증가는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소득대비 의료비 지출은 해가 갈수록 늘어날게 뻔해요.

또 하나, 위에서 말한건 그나마도 지금의 터무늬없는 저수가를 유지할때에만 가능한 스토리에요.

위에도 설명했지만 저수가로 인해서 의료구조가 갈수록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필수과목은 의사가 점점 줄어가고, 그나마도 실사크리, 소송크리 먹고 한강다리로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원의들은 경쟁이 한계에 부딫혀서 보험진료를 포기하고 비보험(미용, 피부 등) 진료로 몰리고 있구요.

의사 더 뽑아봤자 비보험으로 몰려갈 뿐,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절대 해결 안됩니다.

등등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수가 현실화가 반드시 따라줘야 하는데, 연간 48만원이 아니라 6~70만원쯤으로 부담이 올라갈겁니다.


여기서 끝이냐?

아직도 남았어요.

무상의료라는 빛에는 의료이용의 폭발적 증가라는 어둠이 항상 따라붙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의료비가 싸기때문에 연간 병원 방문 횟수가 OECD 평균의 두배, 미국의 세배정도 입니다.

다른 예로, 무상의료를 하는 영국은 의사 얼굴보려면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리고, 상급진료는 기약도 없습니다.

그럼 의사가 판단해서 과잉이용을 막으면 되지 않느냐?

그게 임상에서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의료이용이 필요하느냐를 따지기 위해서 검사를 해봐야 하는데, 이미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의료비가 지출되죠.

설사 의사가 거른다고 해도 위에 설명했듯이, 보복부는 모든 경제적 부담과 도덕적 책임을 의사에게 뒤집어씌울겁니다.

언플을 통해 "진료 거부하는 의사들, 모럴 해저드 심각" 이런식으로 의사 개새끼 만들고 환자랑 싸움붙일거에요.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말이죠.

아무튼 이런 의료이용의 증가를 막지 못한다면 추가부담해야 할 비용은...얼만지 상상하기도 싫군요.


의료민영화는 절대 되어선 안되지만, 그렇다고 대책없는 무상의료도 의료를 개판으로 만들긴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본인부담금이라는 최소한의 문턱은 유지해야 의료이용량이 억제된다고 봐요.

대신 경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을 대폭 올리고, 그걸로 중증질환을 최대한 보장해줘야겠죠.

그렇게 되면 정부로서도 자연스럽게 사보험으로 들어가던 돈이 건보재정으로 흘러들어갈(건보료를 인상 할) 명분이 생길겁니다.

또한, 현재의 기형적인 의료구조를 바로 잡기 위한 수가의 현실화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떡하든 의료비 증가는 막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재원을 이용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줄요약:

1. 의사 입장에서 더 이상 정부가 하는말을 믿을수가 없다.

2. 무상의료는 건보료의 몇 배 인상이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3. 만에하나 무상의료가 이뤄지더라도, 영국의 예에서 보듯 의료의 질은 개판이 될 것이다.




사담. 전 문재인 후보 지지자였고, 이번 선거에서도 문재인으로 단일화 되길 바랬습니다.

그런데 의료공약을 본 순간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간단하게 생각해도 이렇게 엄청난 예산이 드는 일을, 한사람당 5천원만 더 내면 된다고 아주 간단하게 말해버리니까요.

그것도 보편증세 없이 부유층과 기업에만 과세해서 이런 일을 이루겠다니...할 말이 없습니다.

아마 문재인 캠프에 있는 김용익이란 놈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공약이겠죠.

그렇다고 닭모씨를 지지할 바에야 손모가지 자르는게 나을거 같아서,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길 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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