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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는 자유롭게 구입 가능한 서비스일까요?
게시물ID : medical_195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조이엔젤이
추천 : 14
조회수 : 48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8/24 14: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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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의료는 자유롭게 구매 가능한 서비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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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당직 전공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응급실에 환자 왔는데, 수술해야할 것 같다고. 
들어보니, 수술해야하는 상황 맞습니다. 24시간 안에. 그것도 가급적 빨리.
개인병원에서는 당장 대학병원 가서 수술하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이 환자분이 1곳의 전문병원/1곳의 대학병원을 들렀는데, 두 곳에서 수술을 못해주겠다는거죠. 이리저리 다른 핑계로.

그래서 저희 병원에 오셨습니다. 
결국 저희 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2-3주후 원무과에서 응급가산료가 삭감당했으니,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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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생명을 다루는 과는 아닙니다만, 살아가는데, 나름 꽤 필요한 장기를 다루는 의사입니다.
자부심도 있습니다. 뭐, 남들에게 행복을 주는 직업 중에 하나죠. 아니면, 불행을 조금 덜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주요 질환 1개에 대해서, 응급가산료를 없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헐~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곧 현실이 되더군요.
교과서 상 어떤 상황에서의 해당 질환은 24시간안에 수술을 하는 것을 권고합니다. 다만, 너무 진행하면, 오히려 1주 안에 하면 결과가 똑같다고 합니다. 
들리기에 이상하겠지만, 감각기의 경우 종종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빨리 병원에 오면, 빠른 치료로 원래 기능을 대부분 살릴 수 있지만, 조금 늦으면, 그날 하나, 1주안에 하나 결과가 비슷한...

위의 예에서, 개인병원 선생님은, 배운대로 환자에게 이야기한 것입니다. 어서 가서 수술해야한다고. 

문제는 1곳의 전문병원/1곳의 대학병원입니다. 이 수술은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당직 간호사 2명, 안과의사 2명, 마취과 의사 1명이 필요합니다. 근데, 수가도 저렴한데, 응급가산료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원래 있었는데, 폐지되었거든요. 

그거, 당연히 직업윤리상 해야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간호사도 집이 있고, 가정이 있습니다. 아이 씻기거나, 가족하고 밥먹거나, 자다가 나오기 당연히 싫습니다. 그러니, 추가 수당을 주어야 합니다. 저희는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안과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저는 연봉제라 수당 없는 것은 비밀입니다. 원래는 주는게 맞죠. 주는 곳도 있고, 안주는 곳도 있습니다.)
하다못해 교통비라도...

그러니,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해야하는 것 알면서도, 여러 핑계로 다른 병원으로 돌립니다.
한두번도 아닌 상황을 매번 병원이 손해볼 수는 없으니, 아예 시스템으로, 막은거죠. 이 수술은 안하는 수술로.

근데, 그 응급가산료 얼마정도 할 것 같으세요? 생각보다 별로 안비쌉니다. 제가 내막을 알면, '그거 내가 낸다. 내가 낼테니, 응급으로 수술 받을께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거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전기관이 지정 요양병원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정해진 가격에서 벗어나서 돈을 받고 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돈을 더 내도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덜 내도 나쁜 서비스를 받지 않는 체계입니다. 자본주의와 반대입니다.

참 나쁜 제도로 보입니다만, 들여다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만일, 특정 서비스에 대해서 추가로 돈을 내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집팔아서라도, 자신, 배우자, 부모 자식들에게 돈을 쓸겁니다. 그렇게되면, 정말 메디푸어를 양산할 겁니다. 특히 의료와 같이, 정보가 불균등하게 제공되는 상황이라면(제가 내시경을 하더라도 제 뱃속을 제가 내시경해서 들여다볼 수는 없죠.), 구매자인 환자는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의료는 매우 복잡합니다. 생각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내가, 내 돈 갖고, 전문가 고용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겠다는게 당연해 보이지만, 의료에서는 불가능하고, 그게 가끔은 나쁘지만, 순기능도 많습니다. 
그런의미에서, 일률적으로, ***폐지하겠다. 이런 식의 공약은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그거.. 곤란한데...'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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