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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보이는 "왜 그래요?" 류의 질문에 대한 통합 답변 (2)
게시물ID : medical_200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알탈
추천 : 14
조회수 : 503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7/12/15 10:45:20
어제의 글 (http://todayhumor.com/?medical_20011)에 이어서 의료게시판에서 보이는 여러 글들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편의상 번호는 어제 글에 이어서 진행하도록 할게요.
 
5. "보장률이 63%에서 70%로 단 7%만 상승하는 것 뿐인데왜 자꾸 재정이 부족하다고 하는건가요?"
 
이 부분은 어제 언급했던 '수가'에 대한 부분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 이번 정부에서도 수가 현실화를 위해 대화를 하겠다고 하였으니, 수가가 인상이 되겠죠? 그래서 한 번 간단한 계산을 해볼까 합니다. 계산의 편리를 위하여 급여/비급여 항목의 모든 원가를 동일하다고 놓고, 삭감 또한 없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ㄱ. 기존 건강 보험 : 보장 63% / 수가는 원가의 70% / 환자 부담금 10% (20% 적자)
 
이 경우 급여 항목으로 보장되는 항목이 전체 의료 서비스의 63%이고, 그 중 수가로 건강보험료가 지출되는 부분은 수가 70%이니 보장 항목의 원가 중 44.1%가 건강보험료로 나갑니다.
 
ㄴ. 보장율 70%로 확대시 / 수가를 현실화 하여 원가의 90%를 줄 경우 / 환자 부담금 10% (급여 항목 진료시 의사의 손실 없음)
 
자 이 경우 보장율이 70%가 되었는데 그 항목들의 원가 90%를 건강보험료로 납부해 주네요? 그러면 보장 항목 원가 중 63%가 건강보험료로 나가게 됩니다.
 
즉, 보장율을 단 7%만 올리고 수가를 현실화 하여도 건강보험료 지출은 기존의 42.8% 이상 상승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계산의 편의를 위해서 삭감이라는 제도가 없다고 가정을 했습니다. 삭감이 있다면 기존 건강 보험료는 보장 항목의 원가 중 44.1%가 채 안되겠죠.
 
그리고 문재인 케어의 모토는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인데, 계산의 편의를 위해 모든 보건의료 서비스가 같은 원가라고 가정했지만, 당연히도 비급여 항목이 급여 항목보다 비쌉니다.
 
그 비싼 비급여 서비스를 급여화 할 수록 건보료의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겠죠?
 
급여화에 대한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가 고생을 하는 것은 알지만, 왜 간호사가 과다한 업무에 비해 박봉을 받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이는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심평원에서 수가 보존을 안 해주기 때문입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10명인 병원이 있다고 해봅시다. 만약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간호사를 두 배로 고용해서 1인당 환자수가 5인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당연히 간호사가 늘었으니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진 만큼 인건비는 늘어날 것이고,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기존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심평원에 청구해야 하겠죠?
 
하지만 심평원은 이 건에 대해 어떤 혜택도 주지 않습니다.
 
가설을 위하여 1인당 환자 수 10명이라고 언급했지만, 심평원에서는 자신들이 정한 기준을 초과하는 간호사 고용 및 운영에 대해서 추가적인 수가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병원 경영진은 간호사 더 뽑는다고 보험료 더 받는 것도 아니니 병원이 최소한으로 운영될 수 있을 만큼의 고용을 하고, 업무가 과다한 간호사들은 힘들어 하는 것이죠.
 
문제는 병원의 노동자들이 의사, 간호사 외에도 약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치위생사, 간호조무사 등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점입니다. 의사, 간호사들도 제대로 수가를 받지 못하는데 과연 이 모든 보건의료인들이 제대로 된 건강 보험 수가를 보장받으면서 일 하고 있을까요?
 
왜 초임 간호사의 첫 월급이 수습이라는 명목 하에 100만원도 안 되는지, 많은 근무시간과 초가근무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더 뽑아서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지,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6. "왜 급여 항목 때문에 적자가 나서 힘들다고 하는데 의사들은 그렇게 많이 돈을 버나요? 적자나면 월급 적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 사원들이 야근과 주말 근무 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기본급에 초과근무수당이 이것저것 붙으면 월급 통장에 꽂히는 돈은 남들보다 훨씬 많아 보이지만, 기본 시급 자체는 생각보다 높지 않아요. 그게 초과근무수당/주말근무수당 등으로 뻥튀기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의사, 간호사들의 기본 시급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노동법에 노동자의 법정 근무 시간은 주간 40시간, 초과근무시간은 52시간을 넘지 않게 되어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것이 병원의 의사, 간호사들에게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특히 전문의가 되기 전의 인턴, 레지던트들은 시급이 최저시급도 되질 않아요. 대부분의 대형 병원 의사들은 주간 근무시간이 100시간이 넘습니다. 일반 노동자의 두 배 가까운 근무시간이죠?
 
주말을 쉬고 월화수목금만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하루에 10시간 (09:00~19:00) 일한다고 해도 그 두배가 넘습니다. 만약 여러분은 월급 두 배로 줄테니 두배로 더 일하라고 하면 두 배 받는 봉급에 만족하실 수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의사가 돈 많이 버는 직업이라고 알고 있지만, 어떻게 그 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더불어 전문직이며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사이기에 이정도의 봉급이라도 받는 것이지, 약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치위생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조무사들의 대우는 과연 어떨까요?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의료계의 적폐나 일부 병원의 방만한 운영 혹은 잘못들에 대해 의사들을 비판하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만, 대형 병원의 의사는 노동자이지 경영 주체가 아닙니다. 그들이나 우리들이나 고용되서 일 하고 월급 받는 것은 똑같아요.
 
우리는 삼성이 최순실 일가와 결탁한 것을 보고 이재용을 비판하지 삼성이라는 기업의 노동자들을 비판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대형 병원의 경영진이 잘못을 하면 그 병원의 노동자들인 의사들이 비판받아야 합니까?
 
오유에서 보는 많은 사람들이 의료계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사들을 손가락질 하지만, 사실 그 손가락질의 대상은 대형 병원의 경영진들, 대형 제약회사의 경영진들, 대형 의약품도매상들의 경영진들이지 그 밑에서 일하고 있는 보건의료인들이 아닙니다. 대학 병원의 의사들이라고 해서 병원 경영진들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비판해야 할 대상을 잘못 알고 있어요.
 
 
 
7. "병원에 가면 어떤 진료나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어도 의사들이 싫어하고 불평해요. 왜 친절하게 환자를 대하지 못하는거죠?"
 
축하합니다! 이런 경험을 하신 분들은 드디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심평원의 문제점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보건의료서비스는 심평원이 "그 원가 및 수가"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음식점의 예를 들면 재료비도 주방장이 하는 말만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고, 주방장이 본인이 생각하는 원가에 이익을 붙여서 음식의 가격을 결정하겠죠?
 
하지만 병원 및 약국의 의료서비스는 심평원이 원가를 정하고 심평원이 수가를 정하고 심평원이 환자 부담금을 정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심평원은 의사가 과다 진료를 못하게 하기 위해 모든 급여 항목에 대해 기준을 정합니다. 가령 유산이 잦은 환자에 대해서 유산을 막기 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유산 2번 까지는 제공하지 못하고 3번 이상 유산 해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못박아 놨습니다.
 
환자분들이야 몸이 아프고 마음도 힘든데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시겠죠. 하지만 그 서비스가 급여 항목에 포함되어 있는 이상 의사가 마음대로 조치해 줄 수 없습니다.
 
이러이러할 때 무슨 서비스, 그 뒤에 이러이러하면 무슨 서비스, 이런 식으로 심평원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건보료를 받을 수 없거든요? 이걸 지키지 않으면 바로 삭감입니다. 일은 일대로 했는데 환자부담금을 제외한 건강보험료를 심평원에서 주지 않는 것입니다.
 
"건보료 더 내면 의료서비스는 그대론데 의사들 월급만 더 늘어나는 거 아니에요? 그 수가의 기준을 저는 믿을 수 없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준은 의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평원이 정하는 것입니다. 의사가 원가 대비 수가가 너무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심평원이 "우리가 생각하는 의료 서비스의 원가는 이정도인데 그 중에 70%만 주고 있는 것 같다." 고 본인들이 인정한 것이라고요.
 
건보료가 오른다고 해서 의사 봉급이 맘대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의사는 어디까지나 노동자고 급여는 병원 경영진들이 결정하는 거라서요. 그 병원 경영진들도 수가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의사들 중 적자가 심한 파트의 의사들에 대해 좋지 않은 대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참된 의사라고 존경해 마지 않는 이국종 교수님 같은 분 말이죠. 그 분 또한 본인이 하는 의료 행위에 대해 심평원에서 수가를 제대로 쳐주지 않으니 그렇게 어마어마한 적자가 나고 있는 겁니다.
 
 
 
이 외에도 추가적인 질문이나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댓글로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여력이 되는 대로 최대한 설명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더불어 저는 보건의료인이지만 의사가 아니어서, 보다 주관을 배제하고 사실전달을 할 수 있을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정확한 정보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인분들이 첨삭하여 주시기바랍니다.
 
출처 http://todayhumor.com/?medical_2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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