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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말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이유.
게시물ID : medical_210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민방위특급전사
추천 : 2
조회수 : 113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0/09/17 14: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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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로그인 한 김에 잡썰 하나 올려봅니다. 저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입니다. 예전 레지던트 초반에 교과서에서 봤던 내용을 각색, 왜곡, 과장하여 가볍게 볼만하게 써봅니다.

 

35세 동갑에 당뇨병을 진단받은 두 남자가 있다고 해봅시다. 한명은 갑, 또 한명은 을이라고 하고 이 두명의 질병에 대한 자세에 따라 어떠한 경과를 보여주는지 한번 봅시다.

 

갑은 당뇨진단을 받고 패닉에 빠집니다. 물론 의사가 약을 처방해 줍니다. 부모님이 당뇨라 부모님 같이 되는것이 두렵습니다.

'아 내가 당뇨라니, 믿을 수가 없어 35살인데 당뇨라니. 일단 당뇨라는 말을 믿기도 어렵고 맞다 하더라도 분명히 이겨낼 방법이 있을거야'

하고 인터넷과 책을 뒤집니다. 아주 적극적으로 질병에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을은 당뇨진단을 받고 잠깐 고민은 되지만 뭐 아버지도 당뇨고 어머니도 당뇨라 별 생각은 없습니다. 의사가 약을 처방해 줍니다.

'아놔 ㅅㅂ 약먹어야 겠네 ㄴㅁ 귀찮겠다'

하고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대충 약을 먹습니다. 별로 공부를 안하니까 생활패턴은 별로 바뀌지 않네요.

 

 

 

갑은 인터넷과 책에서 체지방 과도와 근육량 부족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당뇨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약을 먹지 않고 운동으로 극복하려 해봅니다. 유산소와 웨이트를 적절히 조합하여 최적 조합도 만들었습니다. 탄수화물 섭취량도 줄이고요. 저번에 그 병원을 가자니 약도 안먹어서 혼날거 같고 다른 병원에서 당검사를 해봅니다. 우와 많이 좋아졌네요.

 

을은 약을 잘 먹습니다. 하지만 운동도 안하고 우울하다는 핑계로 술도 더 많이 먹고, 식사는 크리스피크림이네요.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뭐라뭐라 하는데 욕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아 네 진짜 욕이네요. 약도 안빼먹었는데 당은 더 올랐네요. 일단 약이 하루 한알에서 두알로 바뀝니다.

 

 

 

갑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기는 하지만 사실 몇번 빼먹습니다. 직장에 바쁜일이 생기기도 해서 도저히 운동을 똑같이 하기는 힘드네요. 그래도 탄수화물은 줄였습니다. 병원에 가서 당체크 해보긴 해야 할건데 시간이 잘 안납니다. 살짝 걱정은 되지만 작년에 괜찮았으니까 별 문제 없겠죠.

 

을은 의사의 심한 언어폭력에 두 손 들었습니다. 술은 일주일에 한번만, 식사는 봐주는 대신 크리스피크림과 음료수는 끊으라고 하네요. 대충 시키는대로 하니까 다시 약이 한알로 줄었습니다. 약간 크기는 커졌지만 뭐 술도 안마시다 보니까 몸이 가볍고 좋네요. 그런데 당조절도 잘되는데 약을 15일치씩 주냐고 하니까 의사가 슬쩍 째려보더니 30일치로 줍니다. ㅎㅎㅎ 좋은 점도 있군요.

 

 

 

갑은 직장 검진에서 당이 높게 체크 되었습니다. 혼자서 10년 가까이 당조절을 해왔는데 결국 약을 먹어야 하나 봅니다. 그래서 병원으로 갔더니 콩팥도 좋지 않고, 망막혈관도 증식되었다고 하네요. 의사가 약을 처방해주는데 한 주먹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요.

 

을은 벌써 10년째 언어폭력의사를 만나고 있습니다. 한 2년쯤 되었을 때 약을 두달치 달라고 신경전 벌이다 이긴적이 있습니다. 10주년이 된 기념으로 3개월치 시도해 봅니다. 실패했습니다. 우울하네요. 언어폭력 의사는 아직 쌩쌩합니다. 뭐 그래도 하루 한알 먹어도 조절은 잘되고 나이들고 술 적게 먹으니 술자체가 줄어서 술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좋습니다. 그나저나 언어폭력 의사를 한번쯤 실제 폭력으로 제압하는 꿈을 꿔 봅니다.

 

 

 

당뇨는 물론 근육과 지방 그리고 지방간에 의해서 더 심해지고 상태가 나빠 지는 병이긴 합니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소를 빼 놓을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완벽하다면, 아무리 살찌고 운동안해도 안오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근육질 몸매에 단백질 식사를 해도 오는 경우는 옵니다. 마른 당뇨라고도 하죠.

 

우리가 흔히 보는 당뇨병은 2형 당뇨로서 인슐린 저항성으로 생깁니다. 그러니까 인슐린 부족이 아닌 인슐린을 인식하는데 실패하여 인슐린 저항이 생겨서 발생하죠. 당연히 당뇨진단시에 인슐린이 몇배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슐린이 정상량으로는 인식을 못시키니까 더 많이 분비해서 혈당을 떨어트리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시기가 길어지만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베타세포가 지쳐 쓰러지게 됩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는 약으로 췌장베타세포를 쉬게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 시기를 놓치면 차후에 먹어야 하는 약이 많이 늘어나는 이유 입니다.

 

물론 약이 전부는 아니고 생활습관 변경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약은 기본이거든요.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과장, 왜곡하였습니다. 그래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최근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사태라는 용인되기 힘든 사고가 있었습니다만 진료실에서는 의사말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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