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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이 진짜 간에 안좋은가?
게시물ID : medical_212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tradeer
추천 : 2
조회수 : 1178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24/01/22 18: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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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눈팅만 하다가 잘못된 정보가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서 써봅니다. 

현직한의사입니다. 임상 20년차입니다. 

한약 먹으면 간독성으로 간이 나빠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진짜일까요?

자생한방병원 등 몇몇 한방병원에서 한약 먹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기능 검사를 해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간이 나빠진 예가 없었습니다. 

 

저도 억울한건 못참는 사람이어서 개인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혈액검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양방이든 한방이든 규모가 크지 않은 동네 의원은 환자 혈액을 뽑아서 혈액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에 보내서 혈액검사를 합니다.

몇군데 수탁 업체에 전화를 돌려봅니다. 

한의원이라고 하니 난감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받아주는 곳이 있어서 혈액검사를 맡겨봤습니다. 

저희 한의원에서 한약을 처방받아 드시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약 복용 전후 검사를 해봤습니다. 

결과는?  이따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수탁업체에서 모종의 이유로 인해 한의원 혈액검사는 못받아주게 되었다고.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돈 주고 혈액검사기를 샀습니다. 돈 좀 손해봐도 억울한건 못참거든요. 

 

그래서 혈액검사기를 사서 한약 복용 전, 후로 마음껏 검사를 했습니다. 가끔 한약 복용 중에도 검사를 했습니다. 

 

결론은?

 

한약 복용 전 간수치가 낮았던 환자가 정상 수치 이상으로 높아진 케이스는 없었습니다. 약을 며칠을 복용하건 몇달을 복용하건 마찬가지입니다. 

한약 복용 전 간수치가 이미 높아져서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양약을 복용중인 환자였습니다. 만약 제가 혈액검사를 안하고 한약을 썼다면 나중에 한약 먹고 간수치가 올랐다고 덮어쓸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한약 복용 전 간수치가 높아져 있는 환자의 경우에 케이스에 따라 양방병원으로 전원을 시키기도 하고, 제가 치료해서 한약으로 간수치를 정상으로 만들어드리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결론

우리 한의원에서 간수치가 정상인 환자가 한의사(나)가 진찰하고 처방한 한약을 복용하고 간수치가 오른 경우는 한 경우도 없다.

한약 복용 전 이미 간수치가 높았던 환자가 한약을 먹고 간수치가 떨어지는 것도 가능하다. 

한약 복용 전 이미 간수치가 높아져 있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 대부분 양약 복용중. 

한약 간독성은 과장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한약먹고 간수치가 오르는 경우는 

1. 산에서 캐온 독초를 한약으로 착각하고 복용한 경우.(이게 의외로 많다. 하지만 케이스에 원인을 한약으로 분류한다.)

2. 이미 간이 망가지고 간수치가 올라 있는 상태에서 한약을 복용한 경우.(다른 원인으로 한약 복용 전에 간이 망가진 상태에서 한약을 복용한 경우도 원인을 한약으로 분류)

3. 미세분말로 갈아서 만든 녹즙(이거 생각보다 간에 매우 안좋습니다.)

4. 장기적인 음주, 약물 복용, 과도한 운동 등으로 글루타치온이 고갈되고 간세포가 파괴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진찰 없이 한약을 먹은 경우 

5. 제대로 된 진찰을 받지 않고 대충 시장이나 건강원에서 질 나쁜 한약재를 이것저것 사서 달여먹은 경우

6. 일부 개념없는 한의사가 제대로 된 진찰도 안하고 함부로 한약을 지은 경우.(예: 전화로 처방하는 비만한약) 

 

대충 이 정도일겁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상적인 한의원에서 정상적인 진찰을 받고 한약을 복용한다면 간독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최소한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나 항생제, 스테로이드제제, 항진균제 등을 복용하는 것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합니다. 

 

사족으로 웃픈 이야기.

한약 지으러 왔는데 진찰을 하고 혈액검사를 했는데 간수치가 매우 높은 환자였습니다. 급성 간염이 의심이 되서 바로 의뢰서를 써서 큰 병원 가시라고 보냈는데, 의사가 한약 먹고 간 망가졌다고 환자 보호자에게 막 뭐라고 했다네요. 저는 의뢰서만 써줬을 뿐 한약은 지어드리지도 않았고 그 환자도 최근 6개월 내에 한약은 안먹었고 양약만 꾸준히 먹던 환자였거든요. 아마 한의원에서 의뢰서를 써줘서 그랬나봐요.

환자 보호자는 속으로는 좀 웃겼지만 거기서 한약 안먹었다고 하면 괜히 불이익을 받을까봐 그냥 죄송하다고 하고 말았다고, 저한테 나중에 죄송하다고 사과하시더라구요. 

이런 일이 생각보다 종종 있는 현실이 한의사로서 좀 슬프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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