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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는게 진짜 싫다
게시물ID : menbung_584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직은젊다
추천 : 7/4
조회수 : 5073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8/08/01 18:29:04
중3때 캐나다 이민와서 지금껏 한번도 한국인인게 싫은 적이 없었다.

도리어 한국인인게 자랑스러웠다.

여명과 같이 가장 어두울때 빛을 내는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 것에 항상 감사했다.

독립운동사를 읽을때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부모님이 한국인인게 너무 싫다.


최근 일이다.

대학교때 부터 꿈이 있었다. 군인.

사실 운동하기 보다 책읽고 사색하길 좋아한 청소년 시절. 내 어릴적 친구들에게 군인이 꿈이라고 하면 엄청 놀랄거다.

난 돈 버는것도 명예 얻는 것도 꿈이 아니다. 비피할 집, 세끼 굶지 않을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저 작게는 아들로서,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평생 봉사하며 사는게 꿈이었다.

그래서 군인이 정말 내게는 꿈이었다.

정말 많이 노력했다. 열심히 운동하고 내 부족한 곳도 채우면서 한때 '내가 정말 해낼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끝내 해냈다.

동양인 이민자. 거의 고등학생때 이민온 나로서는 정말 힘들었다. 대학교때부터 10년 준비했다.

캐나다군에 20명도 안되는 작은 병과. 잘 열리지도 않아서 지원은 했지만 기대는 많이 안했다. 필기시험도, 인터뷰도 생각보다 잘봤고 직장 동료들도, 친구들도 응원해 줬다.

2-3년에 한두자리. 전국에서 한두명 뽑는데 합격했다.

우연히 6월6일 합격전화를 받았고 8월11일 훈련날짜를 받았다.

그런데 엄마가 절때 안된단다...

여기는 캐나다 인데 자꾸 한국 군대이야기만 한다.

답답해서 자료들을 보여줘도 안된단다.. 영어를 모르니까 직접 읽지를 못하신다. 번역해 설명해도 말을 못알아 들으시고 엉엉 울며 절대 아들 군대 못보낸다고 한다.

옛날 이웃에 살던  모씨아저씨가 군대에서 바보가 되서 왔단다. 60년대 일이다..

삼촌이 행군하다 발에 습진이 나서 고생했단다.. 아는 사람 아들이 군에서 병신이 되었단다. 신문에서 군대 자살한단다..

모두 한국 이야기들.. 왜 난 캐나다에서 사는데 자꾸 한국 이야기만 하지? 한국에서 산 날들보다 캐나다에서 산 날이 많은데.. 

캐나다 군대도 군대인만큼 문제 많은 것도 안다. 근데 난 할수 있다고.. 엄마가 군대 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군인 훈련 힘든것도 알고 그래서 오래 준비했고 난 더 많이 경험하고 배우고 싶은데.. 부모님은 집에 있으란다. 엄마아빠가 이민자니까 꼭 여기 있으란다.

내가 외동아들이라면 이해가 가는데 남동생이 있다. 쭈욱 한동네에서 초중고 대학교까지  나와 보모님과 살며 지금도 같은 도시에서 일한다. 

내가 평생 군생활 한다는 것도 아니고 4년 계약이다. 4년 해보고 부모님이 정말 내가 필요하면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그래도 안된단다..

내가 전투병과도 아니고 비전투병과다. 3개월 기초훈련 끝나고 대부분 내 직업관련 일 하는데 도통 못알아 듣는다. 자꾸 한국 군대만 이야기한다.. 

8시에서 4시 근무.. 파병갈수도 있지만 아직 결혼도 안했고 난 다른 나라 돌아다니고 싶은데 이해를 못한단다.

엄마가 하루종일 화장실에서 울며 군대가면 죽을거란다. 부모와 연을 끊으란다..

그래서 그만 두었다. 10년동안 준비한 꿈이 구겨져 버려졌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엄마가 겁이 많아서.. 캐나다 사정을 몰라서 이렇게 되었다.

캐나다 사람들과 교류도 없고 캐나다 사회에 대한 지식도 많이 없다. 난 이해한다.

어쩌면 나를 위해 먼 곳으로 터전을 옮기신 분들이다. 언어도 안통하는 곳에서 얼마나 외로우신지 안다. 그래서 지금껏 잘 해드리려고 노력했고 필요하면 처음 4년 계약 끝나면 다시 온다고 말씀 드렸다.

그런대도 안된단다.

한국 정말 싫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부모님에게 얼마나 정신적 충격을 준거지.

한국 사회, 한국 군대가 캐나다까지 따라와 제 자식까지 영향을 미치는거지?

정말 힘들다. 화가 난다.

나 살면서 화내본적 없는데 진짜 화가난다.

욕심없이 살면서 처음 가져본 꿈인데.. 단지 내 자손이 살아갈 나라니까..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은 거였는데..

1달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화가난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때까지 화가난다.

엄마가 엄마로 보이지가 않는다. 진짜 싫다.. 

이해는 가는데.. 아들에 믿음이 없는거 같다. 설명해도 한국사고만 가지고 오기와 고집으로 박박 우겨서 이렇게 만들었다.

이제 꿈도 없고 살고 싶은 욕심도 없다.

그저 원망만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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