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웬 호들갑이냐굽쇼?
게시물ID : mers_22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3
조회수 : 49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6/03 11:07:17
네, 이런 일은 국민들이 호들갑 떨 일이 아니죠.
이런 일은 응당 정부가 호들갑을 떨어야 할 일입니다.

이런 일에 있어서 정부는 항상 최악의 최악 상황을 상정해두고 그것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생호들갑을 떨어야 합니다.
공항 출입국을 비롯해서 검역해야 할 곳은 철저하게 검역하고 알려진 전염경로 외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전염 가능성 역시 고려해두고 움직여야 하죠. 국민들 귀찮게 자꾸 다들 괜찮냐 건강하냐 물어보고 검역하고 호들갑을 떨어서 국민들로부터 '아 왜이리 호들갑이냐' 핀잔을 들을 정도로 바지런히 움직여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정 반대로 움직였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기는 커녕 최상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미적미적 꿈지럭 거리다가 일을 이만큼 키웠습니다. 최초 환자가 중동에서 돌아온 후 메르스 유사 증세를 보인다고 신고가 들어왔으면 일단 발빠르게 움직인 후 판단은 나중에 내렸어야 합니다. '바레인? 거기선 아직 메르스 발병했단 소리 없는데?'따위 소리 하기 이전에, 바레인발 최초의 메르스 환자가 하필 지금 여기서 발생했을지 모른다는 가정을 했었어야죠. 메르스 최다 발병국가인 사우디와 바로 인접한 나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랬어야 합니다.

이후에도 현 정부의 태평한 대응은 계속됩니다. '메르스 그거 뭐 전염성 낮고 전염 경로도 한정적이라던데?' 딱 이런식의 안이한 대응 덕분에 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제대로 격리조치 되지 않은 의심환자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기어이 해외까지 나가서 발병하는 사태가 발생했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작은 일에도 호들갑을 떨어줘야 할 정부가 태평하고 낙관적으로 드러누워 있으니, 애가 타는 국민이 대신 호들갑 떨게 될 수 밖에요.

그러나 이런 위협 앞에서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입니다. 힘도 없고 정보력도 없어요. 그러니 그저 불안에 떨면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에도 휩쓸릴수 밖에 없죠.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호들갑 떨어주지 않고 태평하게 앉아서 일을 키우고만 있으니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와 혼란에 빠집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직무유기 정부가 되려 '국민들이 왜이리 호들갑이냐'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다뇨.

정부가 이렇게 '호들갑 떨어야 할 때 호들갑 안 떨고 발 빼고 있는' 이유는, 책임을 지기 싫어서 그런겁니다. 실컷 호들갑 떨어놨는데 정작 사태가 별다른 결과 없이 마무리 되면 위로부터 "별것도 아닌일에 호들갑 떤 놈들 알아서 책임져라"는 하달이 내려오기 때문이죠. 세월호때도 그랬고,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의 대응이 항상 한발 늦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99번 별탈 없이 지나갈 일들 사이에 단 하나의 대형사고 가능성이 끼어 있다면 그걸 막아내기 위해 매번, 100번 모두 호들갑 대응을 해야 하는게 정부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그 99번의 헛고생에 대한 책임을 제일 윗선에서 다 져 줄테니 일선 실무자들은 언제건 마음껏 호들갑 떨라고 보장해줘야 하는게 정부 고위층의 역할이구요. 이래야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 99번의 헛수고가 세금 낭비라고 생각하고 아깝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단 한번 있을까 말까한 화재를 막기 위해 소화전과 화재경보기에 물,전기를 끊임없이 공급해주고, 단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도난사고를 막기 위해 세콤류 보안업체에 정기적으로 돈을 주는 것 처럼, 단 한번의 대형 재난을 막기 위해 정부는 끊임없이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들에도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말단 실무자들이 마음껏 호들갑을 떨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정부 윗대가리들이 그 책임을 대신 다 짊어져야 하는 것이구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정부의 총책임자인 현대통령은 지독하게 무책임한 사람입니다. 언제나 뒤로 물러서서 일선 실무자들의 탓만 하시는 분이시지요. 세월호 사태때에도 해경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 해경만 해체하고 본인은 나 몰라라 한 사람입니다. 윗 사람들이 자기 책임을 회피하면서 대놓고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 구조에서, 최일선 실무자들이 앞장서서 호들갑 떨어줄리 만무하죠. 단 한번의 사고방지보다 99번의 헛수고에 대해 자기 책임을 물을까 그게 겁나서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는겁니다.

무정부 상태가 다른게 아니에요. 정부 윗대가리들이 자기 책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주의 뜻'이나 빌고 자빠졌으니 아랫사람들도 제 몸 사리기에만 급급하고, 99번의 별것 아닌 일들에는 대한민국이 '오늘도 무사히' 우주의 뜻에 감사하며 넘어가지만 100번째의 대형 사고 앞에선 속수무책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작년 세월호가 그랬죠. 올해 메르스 사태도 그러고 있구요. 메르스 사태가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될거라 생각하고 있지만 이미 몇명의 목숨이 희생되고 두자릿수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국민들이 혼란과 공포에 빠져든 현 상황에 대한 것은 집계조차 힘든 피해라고 보입니다.

국민들더러 호들갑 떤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세금 내가며 우리 지켜달라고 고용한 정부집단들이 이따위로 무책임한 직무유기를 벌이고 있는데 그거보고 공포심과 분노 안 느끼면 그게 이상한거죠.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