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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데드 시즌5 12화까지 감상 (성경이야기, 스포 다수 함량)
게시물ID : mid_122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IG_DADDY
추천 : 10
조회수 : 12969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5/03/03 12:42:36
참고로 저는 개신교 가정에서 태어나 20대 중반까지 독실한 신자로 지냈으나
성인이 되면서 한국 개신교의 (그리고 미국에 있는 한국'식' 개신교의) 저열하고 추잡한 이면을 보고 
(비도덕에서 부터 시작해서 민,형사 까지 직/간접 적으로 체험하였습니다.)
신의 존재는 믿되, 한국 개신교를 통해서 믿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저의 감상평을 읽으시기도 전에 제목만 보고
'오 역시 하나님의 메세지를 담은 거룩한 드라마야' 
라는 식의 내용으로 오해하실까봐 입니다.

어제 FOX TV 에서 한미동시 방영해 준 12화 본방사수했습니다.
성경에 대해 얕으나마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다보니 
문득 시즌 5의 내용이 구약 성경의 '출애굽기'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르시는 분들은 근래 개봉한 '엑소더스' 라는 영화를 생각하면 되시겠습니다. 
(보지는 않았지만 줄거리가 그 내용이라고 알고 있어요)
릭의 얼굴이 덥수룩한 수염으로 뒤덥힌 모습에서, 
'모세'의 전통적인 이미지가 오버랩 되어 보이면서 부터 이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시즌 5 전반부는 몰아보고 그 이후는 주 1회씩 방송으로 보기 때문에 제 기억이 틀린 부분도 있을 것이니 틀린 부분은 말씀해주세요)

12화 까지의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면
<터미너스에서 (터미너스를 끝장내고) 탈출하여 고생도 하고 방황도 하다가 알렉산드리아 라는 안전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로 볼 수 있겠습니다.

모세가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떠날 때, 이집트에 큰 타격을 주고 나가죠 
(메뚜기 떼, 역병, 영아 돌연사, 홍해에 군대 수장 등등)
그리고 나서 신은 그 노예였던 유대인 무리를 바로 약속의 땅에 가게 하지 않고, 40년간 황무지를 뱅뱅 돌립니다. 

성경에는 써 있지 않지만, 제 생각엔 그러면서 세대 교체를 하고 노예근성에 배여있던 구세대가 늙거나 죽기를 기다렸다가 
황무지 척박한 땅에서 태어나 역경을 이겨내며 강하게 자란 세대가 주축 세대가 될 때 비로소 약속의 땅을 허락한 것 같습니다.
(지도자 혼자 독단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실행한 거라면 소오름;;)

릭 일행이 터미너스를 탈출하고 방황을 하면서, 아쉽게도 여러 사람이 죽고 다치지만 
결국 안전 마을 (아직까지는 그렇게 보이는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계속 강조되는 것이 그 그룹은 온갖 역경을 '함께' 이겨내고 (폭풍우 치는 밤 헛간에서 다함게 문을 막는 장면) 
아주 강한 사람들로 성장했다는 점이고, 
이는 주인공들 스스로 대사로도 말하고 남으로 부터도 확인을 받습니다. ("너희들은 아주 강해.")
(참고로 성경에서도 유대인들이 황야에서 버티다 버티다 죽을거 같을 때 
신이 불기둥, 구름기둥, 메추리 떼 등을 보내 연명을 하게 해 줬는데, 
이 헛간 장면에서 주인공들 포위 당해서 딱 죽게 생겼는데 폭풍이 헛간을 교묘히 비켜가며 
주변의 좀비들을 청소해 줍니다!! 그리고 중간에 목말라 죽을 거 같을 때 단비가 내리는 장면도 있었네요)

중간에 베스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체적으로 현재 까지는 성경 이야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안전한 마을에 왔음에도 릭과 대럴 등은 (그리고 정착을 원하는 미숀 마저) 뭔가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들의 불안감의 원인은... 이렇게 편하게 지내다가는 약해질 것이라는 불안함 때문이고 (본능이죠)
그것은 우리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대화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 대사를 듣기 전에 이미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에 완전 동화되어 
이 평화롭고 친절한 사람들이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불안해하고, 
나아가 안전한 마을에서 편하게 살아온 다른 사람들을 약간 깔보게 됩니다. 
(극에서는 이것을 '이들은 강하지 않아' 식의 대사로도 확인을 해 주죠)

이것은 스토리 뿐 아니라 영상 음향 배경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연출의 힘인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 흐름을 통해 시청자가 주인공들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고 
(그래서 일부러 길에서 떠도는 분량을 길고 힘들게 잡은 것 같아요)
그 감정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서 적재 적소에 그것을 확인 시켜 주고, (대사나 어떤 작은 사건 등으로)
그러면서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대다수의 미국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성경 스토리 흐름을 차용해서 그걸 더 돕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방금 생각나서 하나 더 덧붙이자면, 성경에서는 유대인들이 이집트를 떠나와서 새 땅에 정착하기 위해 
그 곳을 차지하고 있던 다른 민족들과 전쟁을 벌입니다. (어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우리집 다시 내놔라?)
숫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도 개인 전투력이 높은 그들은 연전 연승을 하고, (다윗과 골리앗 뭐 이런 이야기요) 
패배한 이교도들을 같은 백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모두 도륙을 합니다. 
제정일치 사회에서 민주주의나 자유의 가치를 아직 모르던 시절이다보니, 
순혈주의를 통해 단합력의 극대화를 꾀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12화 마지막 장면에서 릭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수틀리면 우리가 이 마을을 접수한다'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온갖 개고생을 이겨낸 강자가, 온실속에서 평화롭게 자라난 약자를 향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겠죠. 

아무튼 이런 부수적인 부분까지 아울러 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 시즌 5 입니다. 4화 남았는데 결말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하네요.
아무도 안죽었으면 좋겠지만... 아마 힘들겠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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