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미드를 찾다가 시간여행물이 있길래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원작 11.22.63 과거로 돌아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막는 내용입니다.
쭉 보다가 마지막 완결에 이르러서는 약간 허무감이 드는군요. 결국 케네디 대통령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완전히 무의미합니다. 목적자체도 결과도. 이게 8부작이 된 것도 허무함 그 자체였습니다.
주인공에게 시간여행을 가르쳐주는 이전의 시간여행자 알이 케네디 대통령을 구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자신의 베트남 전쟁에서 겪었던 과거를 겪고싶지 않아서죠. 주인공은 그말을 믿고 따르지만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의 과거로 되돌아가 그를 구하거나 빌과 함께 녹취를 하거나 세이디와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 케네디를 구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세이디의 죽음과 고맙다는 전화한 통. 그래서 되돌아간 미래는 디스토피아.
예전에 동생이랑 얘기를 했습니다. 만약 같은 시간대로 되돌아가, 같은 확률로 같은 동전을 던지면 과연 그 결과는 같은가?
동생의 의견은 그 결과가 앞면이 나왔다면 무조건 앞면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동전은 결국 50퍼센트의 확률이고, 어떤 외적인 요인의 변화에 의해 뒷면이 될 수도 있거나 혹은 앞면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 운명론에대해서 믿지 않습니다. 어차피 벌어질 일은 무슨 일을 해도 벌어진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있고 납득해라라는 의미죠.
작중에 나온 노숙자 시간여행자도 마찬가지의 장치 같은데 개인적으로 꽤 실망했습니다. 결국 그걸 말해주기 위해서 나온거니까요. 결국 케네디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갔던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만약 누가 살아남았다면, 만약 누가 무언가를 했다면. 이런 가정들은 다 역사가 정립 되고 난 이후의 이야기들이니까요. 케네디 대통령이 살아남았다면, 또 어떤 역사가 생겨서 인간은 전쟁과 질곡을 겪게 되겠지요. 인간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케네디를 구하는건 도박도 아니었습니다. 50퍼센트의 확률로 미래가 행복해질 결말과 50퍼센트로 미래가 불행한 결말. 또는 아무일도 안 일어날 수도 있죠.
마지막에 한번더 과거로 되돌아간 주인공이 케네디를 암살하지도 않고 세이디와 단지 함께하고 싶을 뿐이라고 하지만, 다시 노숙자 노인이와서 그만두라고합니다.
다시 되돌아온 주인공이 식당 계단에 턱하고 앉아있는 것에서 극도의 허무감이 들더군요. 결국 모든 것이 의미없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세이디와 함께 춤을 추면서 마지막 엔딩이 뜹니다. 하지만 허무감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어쩌면 생각해본것이, 미래의 세이디는 교사로 끝까지 살아있으니 주인공과 함께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만약 전남편이 되돌아오는 사건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세이디는 결과적으로 살아남았으니 함께 살 수 있겠죠.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만, 또 드는 생각이 걍 작가맘인듯....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과거의 사건을 바꿀려면 과거가 시간여행자를 밀어낸다니. 그렇게 생각하면 과거에서 했던 모든 일들은 부정당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과연 사람이 행한 일을 부정하는 것이 누구일까요? 신? 여기서는 작가겠죠.
엔딩에서 춤추는 장면을 통해서 제이크가 세이디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는 장면에 의미를 담겠다고 하는것 같습니다만...
어차피 죽을 거 왜사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그것도 살면서 무언가 남지 않습니까. 물질적인것들. 연인, 연인과 함께할 시간들, 돈, 집, 자식들등등등등. 하지만 제이크 에핑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가진 것은 추억뿐이죠.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엔딩이었습니다. 과거가 시간여행자의 행동에 대해 간섭한다는게 너무 마음에 안듭니다. 너무 작위적이었습니다. 그럴거면 왜 토끼굴을 만들어놓은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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