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해군출신이 얘기하는 제주 해군기지
게시물ID : military_111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배웠어요
추천 : 15/7
조회수 : 2423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2/12/01 01:17:21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문제 때문에 여러모로 시끄러운 일이 많은데요,

해군에서 6년 가까이 작전 및 전투 계통 근무를 한 경험을 갖고 말씀드려 볼게요



□ 남방항로 보호를 위해 기동함대가 필요하다?

● 해군은 주둔지 방어가 아닌 해역 방어

해군과 타군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기본적인 임무의 성격이 주둔지 방어가 아닌 해역 방어라는 겁니다.

무슨 소리냐면요...

해군 함정은 주둔지에 정박하고 있다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으로 출동하는게 아니라

교대로 번갈아 가면서 경비구역에 상시 대기를 하는 겁니다.

즉, 남방항로 보호라는 것도 제주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일 생기면 나가는게 아니라

상시로 그 일대에서 대기하는 개념입니다.


● 해군이 제주도에 건설하려는 기지는 "기동함대"

기동함대라고 하니까 "기동성" 이런거 막 생각나고 그러죠? 그런거 아닙니다.

기동함대는요...

「태풍 상황에서도 피항(避港)하지 않고 원양에서 3개월 이상 작전이 가능한 함대」입니다.

즉,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일 생기면 그즉시 출항하는게 아니라

교대로 해당 해역에 상시 주둔을 하고 있다가 인근 해역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대응을 하는 것이 기동함대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면, 아덴만에 파견 나가는 "청해부대"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기동함대는 꼭 제주도가 아니어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에 상당히 중요한 얘기가 나오니 그 때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 내가 제주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

● 이미 기동함대용 기지가 있다.

2006년 6월 15일에 대부분의 언론은 해군발 기사를 리포트합니다.

아래 링크를 확인하시죠.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60615164214847&p=newsis

이 기사에 의하면 해군은 이미 2006년에 부산의 작전사령부에 기동함대의 전진기지를 완성했습니다.

16만여평 규모에 7천t급 이지스 구축함을 비롯해 30여 척의 함정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게다가 얼마전에 부산에 들어온 미해군 7함대 소속의 조지워싱턴함이

아무 문제없이 바로 이 기지에 정박을 했습니다.

조지워싱턴함은 미해군이 보유한 항공모함 중 크기가 가장 큰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6번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동함대용 기지 운운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입니다.


● 기동함대 건설??? 웃기는 얘기!!!

기동함대의 정의와 임무에 대해서는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는 기동함대의 구성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해군은 1개 기동함대에 3개 기동전단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3개 기동전단이 필요한 이유는...

1개 전단이 작전을 하는 동안 1개 전단은 기지에서 대기를 하고 1개 전단은 정비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기동전단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봐야겠죠?

가장 우선적으로는 파고 5~6m 이상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3천t급 이상 대형 함정이 필요합니다.

파고 5~6m 하니까 감이 잘 안 오시죠?

제가 해군에 있을 때, 만재배수량 2,100t 짜리 호위함을 타고

6m 짜리 파도를 측면으로 맞은 적이 있는데,

현창(배 옆으로 난 동그란 유리창)으로 밖을 보니

하늘 한 번 보였다, 바닷속 한 번 보였다 하더군요.

마침 점심시간 직전이었는데,

배식을 위해 준비했던 음식들이 다 엎어지는 바람에

조리실에 있던 조리병들이 뜨거운 국물에 데거나

부딪혀서 팔이 부러지거나 했습니다.

물론... 그날 점심과 저녁은 굶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기동함대에는...

1. 함대 방공을 책임질 이지스 체계 탑재 방공구축함 1척 (편의상 이지스함)

2. 3천t 이상 급 구축함 4~5척

3. 15만t급 이상 군수지원함 1척

1개 기동전단에 필요한 함정들입니다.

우리 해군은 3개 기동전단으로 1개 기동함대를 운영하겠다고 했으니

곱하기 3 하면 기동함대 구성에 필요한 숫자가 되겠죠.

그런데...

우리 해군이 보유한 3천t급 이상 함정은 올해 취역할 예정인 7천t급 이지스함 "서애 유성룡"함을 포함해 모두 12척 뿐입니다.

그 중 7천t급 이지스함이 3척, 3,500t급 구축함이 3척, 5천t급 구축함이 6척입니다.

그리고...

9천t급 군수지원함이 달랑 2척입니다.

애초에 기동함대 구성이 될 수가 없어요.

현재 보유한 함정을 갖고는 기동전단 2개 겨우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다른 함대들은 함령이 적어도 20년 정도는 된 구형 호위함과 경비함을 갖고

NLL도 지키고 독도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있었어요.

1998년부터 FFX(차기 호위함 도입 사업)를 추진했던 겁니다.

FFX는 현재 우리 해군의 주력 전투함인 만재배수량 2,100t급의 호위함을 대체하기 위해

경하배수량 2,600t에 만재배수량 3천t급 호위함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바로 이 호위함을 기동함대의 증원 전력으로 염두에 두고

해군의 기동함대 건설 계획을 승인합니다.

그러나...

이명박이 이걸 다 말아먹었어요.

취임하자마자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FFX 사업을 대폭 축소해버립니다.

그 결과물이 지난달에 진수한 FFX 1번함인 인천함인데

경하배수량 2,300t입니다.

여기에 무장과 각종 장비를 장착해봐야

만재배수량은 2,700t 정도밖에 안 될 겁니다.

즉, 구축함을 대체할 3천t급 호위함 마저도 물 건너 갔으니

제주도에 기동함대 기지를 건설해봐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항구를 텅텅 비워놔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제주도에 건설하려는 해군기지는

이미 기동함대용 기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동함대를 구성할 전력조차도 없는 우리 해군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와 해군이 기동함대 건설을 빌미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저의가 뭔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