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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반신불수 될 뻔한 썰.begins
게시물ID : military_259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팥달팥
추천 : 10
조회수 : 333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7/02 17:28:10
먼저 베오베까지 보내준 분들 감사드립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117020&s_no=117020&page=3
그냥 10년 넘게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푼 것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동조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네요.
보답이라고 하긴 뭐한데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다른 글을 올리는 것 뿐입니다.
이번 글은 전편이 병장때의 이야기라면 따끈한 신교대 훈련병일 때의 일입니다.


99년 봄에 기다리던 입대 영장을 받았습니다.
딱 받자마자 열어보니 응? 102보충대? 여긴 어디여??  춘천이라고 되어있네?  아싸 후방이다~
라고 바보냄새 풍기며 어머니한테 말씀 드렸습니다.  춘천이라는데 여기 경상도에요 전라도에요?
어머니 : 춘천이 뭔 후방이여.. 강원도지..
헐... 고딩때 보던 지리 교과서 펼처서 확인해 보니 춘천은 강원도였습니다.

아무튼 입대하기 전날 밤이 되니 걍 아무 생각도 없었고 잠이 너무 안와서 맥주 한캔을 먹고 새벽 2시쯤 잤지요.
춘천에 있는 102보충대에서는 각 사단 훈련소로 보내기 전에 각종 주사(파상풍 등)를 맞고 피검사와 엑스레이 등 간단한 신체 검사를 합니다.
근데 검사한 다음날 간부가 절 따로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피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서 정밀 검사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몸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던지라 읭? 읭? 거리면서도 속으로는 아 집에 갈수도 있나??  하는 희망도 있기는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원주까지 가서 원주병원에 갔지요.
거기 군의관이 저한테 묻더군요.  "너 입대 전날 술 많이먹었지?" 라고..
진짜로 맥주 한캔이 전부였기에 그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절 요리 조리 뜯어보던 군의관이 알았다 나가봐라 그러더군요. (참고로 소도둑처럼 생김.. 180cm에 85kg 별명이 30대 후반이었음)
뭐 훈련병이 아는게 있습니까... 나가라면 나가야지..

그렇게 원주 병원에서 볼일을 마치고 다시 102보충대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런 조치나 뭐 그런 것 전혀 없이 보충대 생활을 끝내고 뺑뺑이 결과 21사단으로 당첨~
제가 10월 5일 군번인데 21사단 신교대는 레알....  수천마리의 까마귀가 울부짖고 있는 지옥도의 풍경이었지요.
그렇게 신교대에 도착해서 짐 풀고 맞고 설고 듣고 맞고 잠자다가 구르고...
3일인가 지난 일요일에 갑자기 신교대 군의관님이 절 부르시더라구요.

군의관 : 야.. 너 진짜 입대할때 술 안먹었냐?
나 : 레알 진심 맥주 한잔 먹슴돠.
군의관 : 휴.... 너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
나 : ㅇㅇ????/???

군의관이 보여준 표에 보니 제 간기능 수치가 279라고 써있었습니다. (gpt였던 것 같아요)
군의관 : 이거 45 이하가 정상인데 지금 니 상태는 완전 비정상에 간에 뭔가 문제가 있는겨..  근데 원래 이 상태면 102보에서 7급 때려서 재검 후 다시 입대를 해야하는건데 너 어쩌다 여까지 온거냐구.
군의관 : 일단 너 여기까지 넘어오면 완전 군인이 된거라서 집에 못가.. 일단 담주 화욜날 외진 있으니까 그때까지 의무대에서 먹고 자고 해라.  너 훈련하면 안됨.
알고보니 원주병원 군의관이 절 '알콜성 급성 간염'으로 판정했더군요 ㅋㅋㅋㅋ
그래 내가 술 잘먹게 생기긴 했다.. 참나...ㅋ

헐... 내가 아프다는 것보다도 집에 갈 수 있었는데 못갔다는게 더 서럽더군요.. 
근데 내가 신교대 의무대에서 잠을 자던 그 일요일이 이정현이 가수로 데뷔하던 날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그 '와' 데뷔 무대였지요.  헐~ 쩐다~ 이러면서 본 기억이 선명하네요.

암튼 각설하고 이번에도 철정 병원으로 갔습니다.
당연히 바로 입원했지요.
간쪽에 문제있는 환자들은 식사가 다른 사람들과 다릅니다.  고깃국에 고단백 식사. 꿀같더군요.
다만 계급이 이등병도 아니고 훈련병인지라 병실 생활은 그닥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2주 정도 보내면서 2일에 한번씩 새벽에 피뽑아서 검사도 하고
간 초음파 검사도 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철정병원 내과 군의관이 제 병명을 말해줬습니다. (이놈이 원주병원 군의관만큼 나쁜놈임)
지방간이라고 하더군요.
지방간인데 특이 케이스라서 수치가 좀 높게 나온거니까 훈련소 가서 열심히 훈련하고 그럼 그냥 낫는다고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6개월 후에 일병 달고 피검사 한번 더 해보라고 합니다.
제가 뭔 힘이 있습니까  하라면 해야지...
1주일 더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고 저보다 2기수 아래 훈련병들하고 같이 훈련소 생활을 했습니다.

근데 훈련소에서도 그렇고 자대 배치 받고 자대 가서도 그렇고...
이등병 상태인데 진짜 피곤하고 졸리고 한 것이 정말 말도 안되게 심하더군요.
근데 부대가 군기가 센 부대라서 (고참들이 곡괭이 자루로 맞는 것을 보니 브레이브맨이 촉촉하게 젖더군요 ㄷㄷ) 진짜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일병이 되고 피검사 받으라는 것이 생각 났습니다.
합법적으로 하루를 놀 수 있다 라는 단순한 생각에 조르고 졸라서 병원에 갔습니다. (물론 바쁘지 않은 날을 골라서...)
병원에 가서 피뽑고 띵가띵가 놀다가 검사결과 나왔다고 해서 병원 군의관에게 갔습니다. (물론 철정이나 원주병원 말고 사단 의무대입니다)
거기 군의관의 한마디가 절 맨붕시켰습니다.
"어 너 이제 다 나은 것 같다.  항체 생겼어."
응? 항체? 지방간 항체인가???
그래서 무슨 항체냐고 물어봤지요...  군의관 왈..
응? 무슨 항체냐니.. B형 간염 항체 생겼다고.  이제 간염 걱정 안해도 돼.  만성은 아니네.

-0-
전 급성 B형 간염을 이등병으로 고친 사람이 되었습니다.  허허허..
이거 만성 되었다면 결혼이든 취직이든 죽을 때까지 모든 것에 걸림돌이 되었겠지요.
뭐 결과적으로 지금은 간염 걱정은 없습니다만... 진짜 이런 군의관들은 반성해야합니다. 레알.....
요약하자면 이렇네요.

급성 B형 간염에 걸림 -> 알콜성 간염 판정해서 군대 보냄 -> 그걸 또 지방간 판정해서 자대 보냄 -> B형 간염 완치 (야호!)

이번에도 지난번 글과 같은 결론입니다.
아프지 말자.  아프면 본인이 적극적으로 챙기자.  군의관님들 당신들 군인이기 전에 의사입니다 의사...
아.. 당연한 말이지만 정말 죽을때까지 감사드리는 군의관님들도 몇 분 계십니다.  제 목숨을 구해준 분들...  기회되면 그분들을 위한 글도 언젠간 한번 쓰도록 할게요.

이번엔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또 길어졌네요.
그럼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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