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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하다가 죽을 뻔한 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374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타락남아
추천 : 6
조회수 : 6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21 19:56:35

흔히 군대에서 제설이라 함은 하늘에서 내리는 무한 번식하는 ‘똥가루’라고들 하며 부대에 따라 독특한 별칭이 붙은, 다들 기피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치워도 치워도 뒤를 돌아보면 다시 하얗게 쌓여있는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노래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군대에서의 제설은 ‘작업’이 아닌 ‘작전’이라고 명하는 고귀한 일이다. 유사시에 눈이 쌓여 차량 등 이동에 제한이 걸리면 큰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며 눈에 쌓임의 정도에 따라 작전이 짧거나 길거나가 정해진다. 보통 작업은 부대 내에서 처리하지만 제설 작전은 인솔 간부, 인원, 장소 등을 상급부대에 보고까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대한민국의 축복받은 사람들 이른바 ‘신의 아들’ 이나 눈이라고는 평생을 못 볼 가능성이 농후한 후방에 떨어진 사람들을 제외하면 군대 다녀와본 사람들이라면 제설을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마다 제설에 대한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훈훈한 추억이 많겠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필자가 제설하다 요단강을 건널 뻔한 이야기다.


때는 2010년 12월 28일이었다.


상부의 새로운 제설 작전 방침으로 인해 사람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4시 반에 일어난 우리는 가히 좀비와 같은 모양새로 저마다의 장비를 챙겨서 작전에 투입했다. 여명이 밝기 전인 때라 ‘별로 안 쌓였겠지.’하며 되도 않는 기대를 하고 나간 우리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바로 병신으로 만든 밖의 풍경은 요즘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겨울왕국’이었다.


한창 겨울인지라 제설이외에 기억이 없는 팀원들은 옆팀의 교대시간을 기다리며 지옥 같은 추위와 싸우며 2시간 정도를 버텨냈다.


이윽고 7시가 넘고 옆 팀과 교대를 하고 따땃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는 꿀맛같은 2시간 정도의 취침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꿀맛을 맛보기도 전에 9시 반에 칼같이 깨우는 옆팀을 향해 시부렁대며 일어나야했다.


장비를 챙기고 밖을 나와보니, 과연 4시간 넘게 제설한 공로는 음경이나 까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찬란한 겨울왕국을 바라면서 매번 제설하면서 느끼는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려니 다시 제설에 착수를 하고 어느덧 쉬는 시간이 다가왔다.


보통 쉬는 시간이면 우리들은 소대장이나 분대장(수색대는 보통 분대장이 간부) 등을 덮쳐서 눈을 퍼먹여주는게 관습이었다.


으래 늑대와 같은 눈을 하고 서로 견제가 오가던 일촉즉발과 같은 상황에 누군가 나에게 기습이 들어왔다. 옆 팀의 선임분대장이었던 그는 방심하고 있던 나를 번쩍 들더니 WWE의 괴물 바티스타의 장기인 스파인바스터로 나를 제설한 눈을 엄청 쌓아둬서 작은 언덕이 되어버린 곳에 꽂아버렸다.


한창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리는 상말을 잔뜩 만끽하던 필자의 권위는 그 가련한 몸이 눈언덕 꽂혀버리자마자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먹이를 호시탐탐노리는 하이에나로 돌변한 내 후임들, 자기만 아니면 되는 내 선임들, 평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간부들은 한마음으로 신나게 눈을 나에게 처맥이고 나는 눈의 거대한 덩어리에 순식간에 파묻혀 갇혀버렸다. 당시 설두건으로 안면을 보호했던 나는 잠시 숨을 돌리려했다. 하지만 눈에 파묻히면 공기가 안통하고 순식간에 없어진다는 것을 갇힌 그때서야 깨달았다. 다급해진 나는 음경됬다 싶어서 손으로 막 파헤쳐서 나올라는데, 사람들은 애가 파헤쳐 나오려니까 못나오게 눈을 신나게 뿌려댔다. 다시 쌓이는 눈에 호흡곤란이 온 나는 나의 소속이 군대라는 것을 망각하고 저질스런 육두문자와 함께 ‘ㅅㅂ! 아, 숨못쉴것같다고!’라고 외치고 정신을 반 놓아버렸다.


그제야 상황파악이 된 간부들은 거의 반 실신상태인 나를 눈덩이에서 끌고 나왔다. 응급처치 후, 생활관까지 업혀 들어온 나는 강제로 옷이 벗겨지고 속옷만 입은 채로 모포로 몸이 둘러싸였다. 잠시 후, 후임이 따뜻한 물을 가져와서 발에 물을 담근 채로 있으니 슬슬 잠이 오려 했다. 소대장은 오늘은 푹 쉬라고 말하고 나의 상황을 체크하라고 내 맞후임을 남기고 제설을 하러 나갔다. 나는 그 맞후임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 ‘아 새끼, 고참이 뒤질 뻔했는데 넌 여기서 꿀 빠내?’라고 농담을 한 뒤, 잠에 골아 떨어졌다.


그러나 다음 날도 역시 제설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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