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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영지에서 전율을 보았었다.
게시물ID : military_396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케로로로로로
추천 : 1
조회수 : 85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3/11 00:11:43
갑자기 과제하다가 옛생각이 나서 글 한자 적어봅니다...
 
 
 
 
... 군대에서 하루하루 적어놓은 일기가 지금은 곁에 없구나.
그 해 여름, 지옥의 열이 있다면 바로 그곳이였을까? 연병장에서 모래의 열기와, 시도때도 없는 바람은 모든 군장병을 미치게 하기 충분했다.
나의 보직은 조교, 훈련병을 훈육하는 군인이였다. 나의 뿌리 31사단은, 훈련소가 그리 크지 않아 조교의 운영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었다.
그 때만해도 선임병이 후임병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은 그리 바다와 같지 않아 애좀 먹었고, 내 전투복은 소금기가 가득했다.
혹자, 어떤 분들이 31사단은 허니부대라고 말을 하던데, 글쎄. 나는 그곳에서 전역을 했다는 것이 참 고맙고, 고맙다.
이 일은 내가 상병 때 종합각개전투 '숙영근무' 를 하던 도중 일어났던 일을 적어보려 한다.
 
상병 쯤이라 그런지, 숙영근무를 처음 들어간다고 해도 그리 긴장하지 않았었다. 나는 군생활에 적응을 너무 잘 하다 못해, 약간의 나태한 기운마저 있었으니, 뭐랄까 군생활의 권태기라고 했어야 됬을까? 친구들이 소위 말하는 하루하루가 개같은 군대생활과는 나는 거리가 멀었다. 힘들지만, 작은 것에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글을 썼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전주의 모든 훈련을 성공리에 마친 훈련병들은, 종합각개전투를 준비하기 이르렀다. 조교들은 교보재, 배식, 환자, 결산등에 집중하며,
소대장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에 집중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훈육에 즐거움을 느꼈던 것일까, 소대장들의 잔소리를 피한 것일까?
 
아침부터 시작된 종합훈련에 훈련병들은 기운이 넘쳤었다. 그들 눈에서는 우리가 캠프파이어를 드디어 하는구나 라는 기분이 느껴졌었다.
그래... 너희들은 정말 많이 친해졌을 것이다. 비록 얼마뒤면 서로 갈길을 걷겠지만, 그들에게는 오늘 하루, 지금이 너무나 소중하다.
몇개의 훈련을 끝내고, 텐트를 짓기 시작했다. 그 전날 미리 구성해 놓은 팀별로 텐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나는 당직준비를 했었다.
 
드디어 열기가 잠시 침묵하고, 여름의 한기가 밤을 감싸았다. 약간 한기가 도는 듯 했고, 그 상황에서는 다들 고요함을 즐겼던 것 같다.
나는 의자 하나와 책 하나를 들고 숙영지 입구쪽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는 잠 잘 생각보다, 책 한권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고 싶었었다.
귀뚜라미 소리와, 약간의 바람소리, 총기가 덜그럭대는 소리, 고요한 말소리 이외에는, 모든 것이 침묵했다.
 
당시 나는 고도원에 어떤 책을 보았었다. 에세이형식의 책이였는데, 상당히 감수성이 나와 잘 맞았고, 약간의 권태로운 군 생활에 영감을 내게
주었다고 생각한다.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며 야상을 여며쥐고 있었을 때, 나의 왼쪽 귀에서 이질감이 섞인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모르게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저 왼쪽에서 작은 탁구공만한 유성이 오른쪽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너무도 소름이 돋았던 것은, 유성이 불타는 소리가 내 귀에 속삭이듯이 들리고, 머리부분은 반짝반짝 인지될 만큼 격렬히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유성은 비행기 구름을 만들듯이 연줄을 길게 뽑아내며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몇 초후, 하늘에서 작은 소리와 함께 터졌다.
그 장면에 나는 넋을 놓아버렸다.
내가 군대를 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구나, 라고 생각할 만큼 너무나도 멋진 장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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