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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나쁜 기억
게시물ID : military_399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배웠어요
추천 : 3
조회수 : 109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3/16 11:32:51
안녕하세요.
해군 부사관 출신 '글로배웠어요'입니다.
저는 해군에서 5년 6개월 근무하는 동안
좋은 추억도 많지만 나쁜 기억도 많습니다.
맞기도 많이 맞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도 많았으며
입대 당시 70kg 가까이 나가던 몸무게가
전역할 때쯤 60kg이 되어 있을 정도로 누구보다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에 대해 좋은 글만 쓰는 이유는
나쁜 기억을 떠올리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괴롭고 힘들었던 날보다는
즐겁고 행복했던 날이 더 많았습니다.
좋은 기억들도 많은데,
굳이 나쁜 기억들만을 떠올리며
내 과거의 선택을 송두리째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군대라는 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보니
어딜 가나 때리는 놈, 괴롭히는 놈, 얍삽한 놈, 치사한 놈, 더러운 놈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건 그 사람들이 인성이 잘못된 것이지
여러분들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 박중훈씨가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화내지 마라. 왜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나를 벌주려 하느냐"
제가 예전에 썼던 '전역자의 꼬장'이란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저를 괴롭히고 힘들게 했던 사람들,
평소에 남들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뒤통수 한대 후려주고 왔습니다.
http://todayhumor.com/?humorbest_610127
 
 
말이 나온 김에 저도 나쁜 기억들을 한 번 꺼내 볼게요.
 
1. 머리가 나쁘다고
전입 첫날, 함장부터 시작해서 바로 위 선배까지
기수와 직별 이름이 적힌 종이 쪼가리를 주더니
다음날 그거 못 외운다고 요철이 있는 철판에 머리 박고 전진, 후진을 했습니다.
당시 기합 주는데 동참했던 선배와 지금도 연락하는데,
최근에 그 땐 미안했다며 사과를 하더군요.
 
2. 팔을 스쳤다고
식당에서 밥먹다가 자기 팔을 살짝 스쳤다고
그자리에서 숟가락 집어 던지고 나가더군요.
나중에 보수공작실에 끌려 가서 머리 터지게 맞았습니다.
 
3. 네가 아픈 이유는 기합이 빠져서야
허리를 다친 제게 기합이 빠져서 그런거라며
차렷 자세를 4시간 동안 시키고,
체력단련을 해주겠다며 윗몸 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몸을 움직여야 빨리 낫는다며
자기 빨래와 청소까지 시키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견디다 못해 우리 직별 선배한테 하소연했더니
항해 중에 후갑판에서 밀어버리라고 하더군요.
그 두 사람은 동기였습니다.
 
4. 직별장에게 술을 사지 않았다고
어떤 배에 부임을 갔더니
이사람 저사람 들러붙어서 하도 술을 사라고 하길래
꽤 여러명에게 술을 샀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통장(원사)에게 술을 못 샀습니다.
어느날 저를 부르더니 술 마시고 다닌다고 야단을 치더군요.
그리고 그날 이후 사통장의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부두에서 자전거 묘기했다고 함장이 보는 앞에서 싸대기를 때리고
일과정렬 때 먼산 바라봤다고 싸대기 때리고
갑판에서 작업하다 잠깐 쉬는 시간에 춤 췄다고 싸대기 때리고...
별의별 이유를 다 들어서 저를 괴롭히더군요.
결국 보다못한 선임하사가 자리를 만들어서
제가 1차부터 3차 까지 200만원 가까이 술을 사고 나서야
그 괴롭힘이 멈췄습니다.
너 자전거 잘 타더라며 함장이 보는 앞에서 자전거 묘기 한 번 해보라고 하고
우리 배 체육대회 때 앞에 나가서 춤 좀 춰 보라고 하고
술 덜 깨서 출근하면 침실에 가서 자라고 하고...
 
5. 장비 공부 좀 했다고
항해 중에 당직을 서면서 장비에 대해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어느날 누구도 제게 가르쳐 준 적이 없는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장비 책임자니까
그자리에서 장비를 작동시켜서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함교에서 포술장이 바로 호출을 하더군요.
저희 장비를 켜면 함교에 있는 모니터가 같이 켜지는데,
마침 당직이던 포술장이 본 겁니다.
장비 책임자인 제가 함부로 장비를 켰다는 이유로 포술장한테 혼났습니다.
그리고 사통장을 불러 오라고 하더군요.
사통장은 제 편을 들어주는 대신 제 출입증을 빼앗아 가더군요.
원사 진급을 앞두고 있어서 포술장한테 찍히기 싫었던 겁니다.
그 양반...
원사진급 못 하고 계급 정년에 걸려서 옷 벗었습니다.
 
6. 눈동자가 노랗다고
아무 이유없이 저를 괴롭히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다른 선배들을 선동해서 저를 왕따 시키는 선배였죠.
나중에 저랑 친하게 지내던 갑판선임하사의 주선으로
같이 술을 마시며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눈동자가 노란색인게 마음에 안 들었답니다.
 
얘기를 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쁜 기억들로 인해
제 선택에 후회를 하거나
해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건 그 사람들의 인성의 문제니까요.
그보다 좋은 기억들이 더 많은데
굳이 나쁜 기억들만을 떠 올리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저는 앞으로도 좋은 기억들만을 위주로 글을 쓸 겁니다.
전역한 지 15년이 지나서까지 과거의 일들로 괴로울 필요는 없으니까요.
여러분들도 과거의 나쁜 기억에 얽매여 괴로워하지 마시고
좋은 기억들을 더 많이 떠 올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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