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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댓글에 달았던 군에서 반성문 100장 쓴 썰~(스왑)
게시물ID : military_501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리크루
추천 : 6
조회수 : 86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10/23 02:08:49
* 먼저 글을 쓰기전 밤낮으로 국민을 위해 군에서 고생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1996년 10월 2일 102보충대에 입소.
 
최강산악요원육성이라는 간판을 달고있던 2사단훈련소에서 6주훈련받고 32연대로 전입...
 
자대에 배치받고보니 소대인원 절반이 상근이라 제 위로 고참들이 줄줄이 1년근무하고 다 전입을 가더군요.
 
제 바로위 현역고침이 저랑 10개월차이가 났을정도였으니까요. (일병달고보니 소대절반이 후임이였습니다.)
 
그덕에 후임병들이 3주에 2명씩 몇달동안 들어오더군요.
 
그 현역고참이 제대하고 소대왕고생활만 근 1년가까이했습니다.
 
(그 고참 겨울에 다른소대 고참이랑 주먹다짐 후 영창갔다가 자대복귀하고 행보관님의 배려로 연대썰매장에 파견나가버려서...)
 
사건의 발단은 소대별축구리그에서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5분대기소대로 전투복입고 취침,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으로 인한 대기, 5대기교육훈련등으로 소대가 피폐해져있을때
 
다른 중대와 경기가 있는 관계로 연대에 보고한 후 허락받고 소대리그에 참여했습니다.
 
소대리그는 대대장님이 대대에 있는 소대가 리그전을 통해 1위를 하면 1위확정과 동시에 전원포상휴가를 주겠다며 시행한
 
거의 축제나 다름없었습니다.
 
일과가 끝나면 대진표에 있는 다른중대소대와 경기를 치루고, 대대장님께서 직접 사열대에서 관전을 하는 등 당시 큰 행사중에 하나였을 정도였으니까요.
 
다들 목숨걸고 리그에 매달렸습니다.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것처럼 전원포상휴가라는 당근이 있었기 때문이였죠.
 
그날 단독군장을 연병장 한쪽에 가지런히 놓고 다른소대와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당시 저희 소대가 승승장구하고 있어서 모두가 저희소대의 우승을 예상할 정도였으니까요.(그날 붙은 팀도 우승후보 중 하나였습니다.)
 
밤에 비상이 걸리고, 출동했다 온 탓인지 그날따라 몸놀림들이 무거웠습니다.
 
결국 컨디션 난조로 2-1로 지고 말았습니다.
 
경기가 끝나고나서 저희 소대는 단독군장을 모아놨던 계단으로 모였고, 거의 2시간 가까이 뛰고 온터라 목이 몹시 마른 상황이였습니다.
 
그런데 소대장이 그날 경기에 졌다고,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한것이였습니다.(울 소대장 서울대 영문과 ROTC출신. 자대온건 저보다 늦게왔스니다.소위로.)
 
목은 마르고, 입안이 텁텁하고, 너무 뛰어서 그런지 마른침이 자꾸 고이는것이였습니다.
 
사건은 그 마른침에서부터 시작된것이였습니다.ㅠ
 
소대장은 소대원들 줄세워놓고 정신력이 부족했다라고하며 열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분대장이라 맨앞에 위치한 저는 마른침을 뱉기 시작했습니다. 퉤퉤퉤~~ 하면서...
 
몇번 뱉고나니 저쪽에서 누군가가 저를 부르는 것이였습니다.
 
중대장님이였습니다...젠장....
 
제가 소대장이 예기하고 있는데 앞자리에 서서 침을 퉤퉤하고 있으니 소대장한테 반항하는걸로 보였는지 중대장님 앞에 도착하자마자
 
엎드려뻗쳐를 시키기 시작하는 것이였습니다.
 
그러면서 너는 니 분대원들이 그런 행동을 하면 욕하고, 때리고 할거 아니냐면서 막뭐라 하시더군요.
 
때마침 지나가던 보급계원한테 곡갱이자루를 가져오라 시키며 저에게 계속 뭐라뭐라 하는것이였습니다.
 
소대에서 왕고라는 놈이 소대원들 다 모인자리에서 침을 뱉으면서 소대장무시하는 행동을 하고있냐? 니가 그러고도 분대장이냐...
 
보급계원이 곡갱이자루를 가져오자 저를 툭툭치면서 니가 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건줄 아느냐...라며 막 뭐라했습니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빵터져서 웃을뻔했습니다.
 
막 뭐라하던 중대장님이 저에게
 
"최분대장은 내일까지 부모님 모시고와라."
 
라고 하시는겁니다. 무슨 고딩도 아니고...ㅠㅠ
 
부모님 모시고와, 부모님 모시고와, 부모님 모시고와.....라니...
 
저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참으며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라고...
 
부모님을 모셔오라니....주말도 아니고 그것도 평일에....
 
잘못했다고 하니 조금 누그러 들었는지 저에게 그러더군요.
 
"아침까지 반성문 100장 써와."
 
아....썩을.... 고딩때도 안써봤던 반성문을, 그것도 군대서 무려 100장씩이나 쓰게될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녁먹고 오자마자 휴게실에 쳐박혀서 반성문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5대기라 단독군장을 한채로...
 
첫장부터 뭘 적어야할지 고민하다 오늘 있었던 제 잘못에 대해 적었습니다. (실제로 소대장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마른침이 자꾸나와 숨쉬기 힘들어서 뱉은거였는데..ㅠ)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 몇장 나오더군요. 글씨도 이쁘게 또박또박 적었습니다.
 
한 서너장 쓰고보니 더이상 쓸 말이 없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였습니다. 순간 고민하다 에라모르겠다 싶어서 적은걸 다시 복사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열몇장 복사하고나니 똑같은걸 더 쓰면 안될거 같아서 고민했습니다. 100장은 커녕 30장도 못 쓰게 생겼다싶었습니다.
 
고민고민하다 복무신조와 애국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글씨는 점점 커지고 있고, 또박또박적던 글씨는 점점 괴발개발로 변해갔고,
 
장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지만 또 똑같은것만 쓸수가 없어서 다른걸 쓰기, 아니 복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휴게실에 있던 군에서 볼수있는 정훈서적들을 복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한시쯤인가 연대에서 언넘이 비상걸어 5대기 출동했다가 점검받고 돌아와서 다시 복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상시간이 가까워오니 100장을 가까스로 채울수 있었습니다.
 
중대장님은 중대장실에 있는 간의침대에서 취침중이였기에 중대인사병에게 반성문을 주고 소대로 돌아왔습니다.
 
괜스리 책 배낀것때문에 뭐라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아침을 먹고 인사병에게 물어보니 중대장님 드렸는데 중대장님께서
 
" 뭐 이거 안봐도 되겠지?"
 
라고하며 보지도 않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하더군요.
 
밤새 고생한 보람도 날라간것 같은 기분도 들고, 책 배껴쓴거 안걸려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ㅎ
 
그날 잠도 한숨못잔 저는 하루종일 꾸벅거리며 버티다 그날밤 아주 꿀잠을 잤더랬습니다.ㅎ
 
초중고 다니면서 반성문 한장 안써봤던 제가 군대에서 학창시절 써본적 없는 반성문을 원없이 써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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