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의 소개를 잠시 하자면
10~12년 사이에 강원도 모 사단 GOP에서 8개월 동안 짧게 철책근무를 했던 사람입니다.
(겨울에 GOP에 없어서 다행이야..ㅠㅠ)
필력은 없고 그냥 간단간단하게 제가 보고 느낀 점들 써 볼게요.
군대 전역하신 분들은 그 부대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누리라 생각 많이 하시지만
저는 조금 다릅니다. FEBA는 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GOP는 정말 다시 가 보고 싶어요.
GOP근무 서다 보면 한 달에 서너번은 보는 광경입니다.
주로 후반야(12:00 부터 BMNTR까지)근무조가 철수를 하고 나서 군장검사를 마친 타이밍이나
첫번째로 들어가는 주간근무를 하면 보게 되죠
GOP자체가 고산지대이다 보니 산 아랫쪽에 아침안개가 끼면 저런 형태가 되어 버립니다.
저 광경 하나 만으로도 가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이죠.
2. 역동하는 자연의 생명력
우리나라에 번개가 그렇게 무섭게 치는 곳이 있을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여름 장마철에는 진짜 무슨 태초에 지구에 생명이 없을 때처럼 번개가 쳐요
다큐멘터리나 그런 데 보면 나오잖아요.. 막 하늘 시커멓고 번개 우콰오ㅛ코아쾅쾅ㅋ 치고...
GOP 갔다 온 분들이 흔히들 말하는 멧돼지만한 마티즈, 아니.... 마티즈만한 멧돼지는 아니지만
마트에 있는 카트 두 개정도 이어붙인 크기는 봤구요....
날개길이 2m는 넘어보이는 독수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부식차량이나 높은분들이 레토나 타고 들어오는 전술도로에는 고라니도 왔다갔다 하구요
아침에 지저귀는 각종 새소리는 주간 첫타임 근무 때 잔잔하고 아름다운 BGM이 되어 줍니다.
3. 남들은 할 수 없는 경험
실제로 제가 GOP근무를 할 때 옆 소초에서 귀순자 유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FM대로 이루어져 포상을 줄줄이 받았죠
그 귀순자가 유도된 통문이 저희 쪽 소초와 가까워서
저희 소초로 인계가 되었는데요
제가 직접 소초에 있는 귀순자유도함(귀순자가 오면 필요한 물품들이 있는 박스)을 까서
포박도 하고.... 담배도 주고(귀순자 유도함에 담배를 구비해놓게 되어 있습니다)
생김새는 PC방에서 흔히 보는 초딩 고학년 정도에 키와 깡마른 몸매인데
얼굴은 폭삭 삭아서...ㄷㄷㄷ 암튼 엄청 애처로워보였습니다.
DMZ 풀숲 헤치고 몰래몰래 오느라 얼굴하고 손에 상처가 장난 아니더군요...
북한군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기상시간, 식사시간에 구내방송으로 집합을 알리는데
걔네들은 꼭 아침에 일어날 때 쯤이랑 식사때 쯤에 땡땡땡 종을 치더군요
저희 중대본부가 있는 소초에 파견갔을 때는
이글아이(?) 암튼 무슨 망원경같은 게 있는데
그걸로 CCTV 통해서 북한군을 TV처럼 볼 수 있었습니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키 작은 아저씨가 똑같이 키 작은 아저씨한테 개쳐맞듯 맞고 있더군요..ㄷㄷㄷ
PVS-7이라고 이런 야간투시경도 원없이 쓸 수 있습니다. (PVS-04K도 있지요)
(2인 1조로 쓰게 되어 있는데 무겁고 귀찮아서 후임한테 짬시키지만...)
PVS-98K라고 딱봐도 비싸보이는 저런 것도 써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대공초소마다 하나씩 구비되어 있었어요.
달도 안뜨는 그믐날 밤에도 대낮처럼 훤히 보이면서 망원기능까지 있습니다.
간지폭ㅋ발ㅋ
K-4라고 해서
유탄(고폭탄)을 따발총처럼 발사할 수 있는
간지폭발 짱짱무기도 OP(관측소)에 하나씩 있습니다.
참 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네요..ㅠㅠ
GOP에 있는 달 수 만큼 보상휴가도 나와서 저는 휴가를 10일 더 받았는데
지금도 그런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암튼 하고싶은 말은
GOP는 생각보다 매력적인 곳이라는 겁니다.
입대를 앞두신 분들
훈련소에서 GOP 지원자를 모집할 땐
꼭 지원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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