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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한도전'과 '진짜 사나이'를 보고 나서 생각나서 끄적인 군대 썰
게시물ID : military_556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상혁
추천 : 5
조회수 : 212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25 00:56:03
m4_1.jpg
 
일단 그전에... 진짜 사나이 PD는 저번에 좀 빡쎄게 한뒤 시청률 좀 나오고 나서 미쳐버린듯 하다.
솔직히 여군편이나 보고, 어쩌다 운좋으면 보고, 챙겨보진 않는데, 오늘 한게 경험자분이 진짜 리얼이라고 해서 보았다.
와... 연예인한테 저렇게 까지 시키나. 솔직히 나 20대때 저기 갖다 놔도 중간에 포기한다.=_=;;;; 지금이면 말할 필요도 없음.;
PD진짜 촬영 끝나는 당일은 숨어있어야 겠다 싶을 정도로...;

아무튼 그걸 보면서, 좀 특별한일 하는 부대들은 왜이리 힘들게 돌릴까. 인간적인 모멸감으로 괴롭히는거 말고, 진짜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는것을 말한다. 물론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면 결국 정신이 붕괴하긴 하는데...;;;
그리고 저런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그냥 사람만 망가지고 마는거지... 저런다고 단기간에 체력이나 정신력이 좋아지기는 하는걸까?
하는 의문이 있는 분들이 있을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보통 효과를 내는 메카니즘이. '상식선에서 육체적으로 불가능한 미션 하달' -> '중간과정이 어떻게든 수행 완료' -> '스스로에 대한 놀라움을 동반한 자신감, 자부심 장착' -> '특정 상황에 괴력 발생' 이렇게 된다.

별거 아닌 경험이고 사석에서 몇번 얘기한적도 있는건데...
무한도전 보고 생각난게, '줄다리기'였기 때문이다.

수색대 전투중대서 수색, 매복, 부식 작전, GP근무하는 일반병이다가, 만화 그리는거 땜에 대대본부로 차출되간지 얼마 안됐을때 일이다.
같은 수색대대 안에서도, 나는 서류정리나 하는 대대 애들하는 '급'이 다른 '비룡소대원이다!'(2중대2소대 전투병)하는 자부심 같은게 있었다. 지금 생각하는 유치하지만..^^;
암튼 내생각에 작전도 안나가고 총도 별로 안쏘고(전투중대는 일주일에 3번 이상 1인당180발 이상 사격.) 그러는 대대애들은 보기에도 비리비리해 보였다. 암튼 그런 대대애들이랑 아침 점호를 하고 연병장에서 들어가려는데,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공병대 선임하사가 와서 우리 중대장에게 뭔가를 부탁한다.
뒤를 보니, 이번 무한도전 처음 스탭팀으로 나왔던 덩치들 같은 느낌의 애들 20명이 웃통 벗고 서있었다.
얼마후 전체 공병대 체육대회가 열리는데, 줄다리기가 메인경기라 힘좋은 넘들만 뽑아서 연습시켰는데. 상대해줄 사람들이 없어서 수색대가 한번만 상대해 달라는 것이었다. 상대가 없어서 60트럭에 줄매서 끄는건 보긴 했다...=_);;;;;;

그땐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힘도 좋아야 하지만 '합'을 맞추는게 중요한 줄다리기 경기를 즉석에게 모인 오합지졸들. 게다가 서류정리나 하는 애들이 이길 가능성이 없고. 훈련 상대로서의 가치조차 없는데 왜 공병대 선임하사가 우리에게 부탁했을까.
일단 1사단 내에게 평이 좋은 수색대대 애들을 무참히 밟아서 '사기'를 올리는게 목적 이었으리라.(과장된 헛소문이 난무하여 수색대대 애들은 좀 잘난줄 아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일단 서고 보니 체격들 부터가...;; 공병대 쪽은 다들 웃통 벗고 있는데... 다 헤비급이다.;;; 몸무게 90키로 이하는 없는듯???
수색대 쪽은 당시 70키로던 내가 좀 덩치 있는 편이고. 딱한명 중학교때까지 씨름했던 통신소대 녀석 헤비급. 나머지는... 뭐 공부벌레들 처럼 생긴 라이트 급들.
게다가 줄다리기 시작하니... 오합지졸 줄다리기의 특징 뻔한거 아닌가.
구령과 합을 맞춰 으쌰으쌰 당겨야 힘이 모이는데. 땡기면서 누워버리는넘... 짧게짧게 당기는넘. 남들 당길때 놓고 놓을때 당기는 넘...
개판이었다. 연습을 한적 없으니 당연한일.;

한번 하고, 자리바꿔 하고, 마지막으로 하고 이렇게 3번 했다.
3번다 수색대가 이겼다.

상식적으로는 이길 가능성이 없는데. 어떻게 된일인지. 암튼 뭐 이긴다고 상품 있는것도 아닌데. 기분은 엄청 좋았다.
웃으며 내무반으로 복귀하여, 바로 화장실 세면대로 갔다.
왜냐하면 손바닥 껍질이 7센치 정도 벗겨져서 벗기다만 비닐봉지 마냥 손에 매달려 덜렁 거리고 있었기 때문.;;;; 신기한건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세면대로 갔더니 나말고도 여러명이 손바닥에 덜렁 거리고 있었다.;;;;; 서로 보고 눈으로만 웃었다.(계급들이 서로 다르니.;;)

훈련소를 마치고 차출되어 수색대에 오면, 다시 독수리 훈련이라는 것을 2주간 또 시켰다. 내용은 별거 없다.
힘든걸 시킨후, 또시키고 또시키고 또시킨후 또시킨다. 흔히 말하는 '악'을 키우는게 목적이지 뭘 가르칠 의도는 없는.;
그런후 '너희는 전진 1사단 최정예 부대다' '1사단의 눈과 귀다' '우리 앞에 아군은 없다' 이런 레파토리로 세뇌(?) 시킨다.
그러고 나면...
'상식으로는 저 공병대 줄다리기 팀에게 이길수 없다. 그런데 1사단 수색대대원이 타부대 한테 뭐로든 질수는 없다' 이렇게 된다.
그래서 이기게 되는... 마술같은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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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중에 의학적으로 밝혀질것이다.
뇌에서 어떤 기억중추에 뭐가 어떻게 되서 어떤 호르몬이 어떻게 작용하고... 뭐 그런것이 있을것이다.
아무튼. 소위 '악'을 키운다는 과정이 신체능력을 넘어서는 괴력을 만들어 내는것은 가능하긴 하다.

물론 제대한지 18년이나 지난 지금 그런 메카니즘이 남아 있다면... 일할때도 힘들때도 정말 좋으련만.....^^
느낌상 유효기간이 한 2년 남짓 밖에 안갔던것 같다. -_)
하지만 100% 없어지진 않아서 사소 한데서 잘 써먹고 있다.
예전 39살에 나갔던 첫 무에타이 경기에서, 상대가 22살 이었는데... 경기 스타일이 닥치고 돌격이다 보니. 1라운드 끝나니 체력이 고갈되어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드도 안올라갔는데. 3라운드 끝날때까지 쉬지 않고 치고 받아서(3대 맞고 1대 때린 비율이었지만.^^;) 판정으로 지고도 대회 최우수상 트로피를 받았는데. 2라운드 중반에 정신줄이 끊어질쯤에 '비룡 소대가'가 생각나더라..^^;
"천지를 진동하는 비룡용사들! 강철 같은 의지로 뭉친 2중대! 사나이 투지로 적진 속에서!...."
다이어트 땜에 가끔 뛸때도... 한 15분 뛰고나면 온몸이 천근만근, 누가 칼로 찌른다 해도 못뛰어~! 하는 상태가 되었을때.
비룡소대가를 나즈막히 부르기 시작하면, 마법처럼 노래 끝날때까지는 절대로 쓰러지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신기하다.

지옥같았고 탈영생각도 수도 없이 했던 군생활 이었지만. 다행히도... 얻어온게 아예 없지는 않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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