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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테니스병이었습니다. 긴글주의
게시물ID : military_561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단군의후예
추천 : 12
조회수 : 3366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5/06/12 02:17:39

그래요

예비역들이 때깔보직이라고  하기도 하는

당나라 군바리라고 욕하던 테니스병이었답니다.

 

20여년전에...

 

주특기 106 무엇인지 아실겁니다.

하지만 주특기만 그겁니다 ㅠ

경기도의 모사단의 모 연대에 배속받아서

인사과에 대기하고 있을 때,

인사과장(연대라 소령)님이 너 테니스 칠줄 아냐?

 

그때까지 해본거라곤 학교 테니스 동아리에서

벽치기밖에 안해본 내게....

자리가 거기뿐이네 하고 배속을 받았습니다.

 

테니스 코트 4..

테니스 장에 도착하니 병장 2명이 어서오라하더군요.

다음날 아침에 인사과장님이 불러서 갔더니

외출증을 끊어주더군요.

테니스 라켓, 운동복, 테니스화 챙겨서 집에 다녀오라고...

 

집에 갔더니 아버지 놀라시고

어머니 밥하다 말고 우시고...

아버지와 시내 체육사에 가서 한일꺼 젤 싼거하고

짝퉁 츄리닝을 사서 부대로 복귀했지요.

 

앞서 말한대로 테니스장엔 병장 두명뿐이었습니다.

전 오전엔 테니스장에 로울러를 낑낑대면서 혼자 굴렸꼬,

테니스장에 물조리개로 물을 떠다가 4면의 코트에 뿌렸습니다.

한낮에 뙤약볕 밑에선 중국산 저가 소금을 코트에 뿌렸죠.

 

테니스 관리병으로 한달이 지나자 한명이 말년휴가와 동시에 본대 복귀.

저와 제 위로 3개월 남은 말년 병장과 저 둘이 남았습니다.

 

테니스 병은 일반병과는 틀리게 주말에 쉴수가 없습니다.

장교분들이 운동할 시간은 테니스병에겐 죽음의 근무시간이었지요.

 

20여년전 군대생활하신분은 전투체력의 날이라고 아실겁니다.

수요일과 토요일...

수요일은 오전 업무가 끝나면

전 장병 연병장에서 공놀이..

테니스장은 모든 장교의 집합...

 

근데 수요일보다 더 싫은 날은

분식의 날이라는 토요일이었습니다.

숟가락밖에 없는데..

냉면이라고 국수가 겨우 식초들어간 느낌이 나는 국물에 퐁당

그걸 먹고 토요일 오후를 하루종일 숨도 못쉬고 뛰다녀야 했습니다.

 

평일은 일과후에 테니스 치러 나오는 장교와 난타나 시합이나 볼보이를 하면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신병때는 그래도 저녁을 받아놔주던 고참들이

어느날부터는 밥도 안받아놔줘서

여름엔 8시까지 테니스를 치고 내무반에 가면

아무것도 먹을게 없고, 아무런 이유없이 머리를 박아야했습니다.

그리고 2달만에 위에 탈이나서 신물이 넘어오더군요. ㅠㅠ

 

테니스장 3개월차에 드디어 연대장이 저를 호명했습니다.

자기랑 치자고...

실력도 없는데...대령과 테니스 난타를 치라니...

공이 제대로 안갑니다.

저보다 연대장이 더 뜁니다.

 

하다 지쳤는지 연대장님이 관사로 가시고

다음날 저는 완전군장에 연병장을 돌았습니다.

 

현역중에 테니스병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제대 한달남은 고참이 곧 말년휴가를 가니

급하기 볼보이라도 할 신병을 맞으러 신병대기하는 교회에 갔습니다.

 

테니스 칠줄 아는 놈 손들라 하니 2놈이 손들데요.

일단 데리고 왔습니다.

중대장 간만에 신병 데려왔다고 무조건 쓰랍니다.

 

근데...이 두녀석이 육방이었습니다.

공 줏으러 좀 뛰다니더니 소집해제 하더군요.

 

또 신병을 받았습니다.

이번엔 18방이었습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아들이 현역으로 왔습니다.

 

그것도 청소년대표출신의 선출이....

이제는 한시름 놓나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군대는 일 잘하면 안되는거였습니다.

 

3군단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전 휴가중이었는데 복귀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복귀하니, 테니스장 모든 페인트칠이며, 코트정비의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쇠기둥에 그물이 쳐진 테니스장 주변..

페인트를 사다가 처리할 방법이 없더군요.

 

중대장 깊은 시름...

선임하사 무조건 욕시전...

나보고 어쩌라고...

 

외출증 무조건 끊어달라해서 밖에 나와서 페인트 상점에 갔더니

라카가 보이더군요.

라카 100개 샀습니다.

중대장 카드로 긁었습니다.

초록색 라카....

사다리를 대고 기둥이며 그물이며 모두 뿌렸습니다.

실제 뿌린것보다 허공에 더 뿌렸습니다.

그래도 잘했다고 칭찬받았습니다.

하지만, 포상휴가증 준다는거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테니스장에 포상휴가를 가면

십중팔구 집에서 전화받고 복귀해야합니다.

휴가라도 누가 하나 가면 나머지 관리병들 죽어납니다.

그래서 아무 의미없어서 필요없다했습니다.

 

다음날 3군단장과 3군단장 사모 그리고 우리 사단장과

저 서 대각선에서 난타를 쳤습니다.

그 날 그래선 안되었는데...

3군단장 사모와 공하나로 30분넘게 쳤습니다.

이례적으로 3군단장님이 맘에 든다고 포상주라해서

사단장 표창도 후에 받았습니다.

거기까진 좋았습니다.

 

사단장 갑자기 사단으로 절 데려간다합니다.

시키니 까야하지만,

사단 테니스장엔 저보다 한달 고참과 두달고참이 있다는걸 알았기에

기를 쓰고 버텨보려 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

그렇게 전 상병 말호봉에 테니스장 왕고에서

사단 테니스장 젤 쫄따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대할때까지 전 거의 대부분을 혼자 로울러를 굴렸습니다.

역시 연대때와 마찬가지로

물뿌리고 소금뿌렸습니다.

 

역시 이곳에서도 휴가나가면 3일 이내로 불려들어왔습니다.

 

혹자의 예비역들은 테니스장은 비오면 쉰다고 때깔보직이라고 하죠.

네 맞습니다. 비오면 쉽니다.

하지만 다음날 죽어납니다.

 

행여 간부랑 테니스 시합하다 이기기라도 하면

백촉짜리 전구하나 켜놓고 공이 안보일때까지 치기도 합니다.

 

군인가족들 테니스 가르쳐주라고 명령이 내려와서

군인가족들한테 성희롱도 무지 당했습니다.

한여름에 군인가족들 테니스 가르칠 때,

반바지 입으면 아줌마들 바람난다고

긴바지 입으라고 해서 땀띠를 달고도 살았습니다.

 

테니스병 생활로 얻은건

위염과....

간부들과 함께 지내는 빡셈과

적은 인원으로 생고생을 하면서도

휴가 나가는 놈을 미워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손목엘보가 왔습니다.

다시는 테니스를 치지도 못하게 되었고,

골프치러가면 손목이 욱신욱신합니다.

 

네 저는 군대의 때깔보직

테니스병 출신입니다.

예비역인 당신은 테니스장에 대해서 얼마나 아십니까?

 

신병들 공줍는 볼보이 하루하고 나면

다음날 앓아눕습니다.

 

포병, 공병, 통신병....다들 힘들겠지요.

테니스병도 죽을맛입니다.

(게다가 군복 잘 안입는다고 보급도 제대로 못받았습니다.)

제대할 때 위장복도 못갖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테니스병으로 군대를 제대하니...

군대때 이야기 할게 없습니다.

그래서 술자리가 싫습니다.

엉엉

 

우스갯 소리로 군대갈때 총사가야한다는 말......

전 테니스 장비부터 테니스줄 끊어지면 전 늘 제돈으로 메꿨습니다.

근무시간 졸라 길었고, 돈도 집에서 갖다 메꿔야 했고....그럽니다.

테니스병 무시하시지 마세요. ㅠ

 

출처 민방위도 끝난 준 노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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