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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말씀해주신 옛날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600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부잘하고싶
추천 : 0
조회수 : 62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23 12:29:22
참고로 저희 할아버지는 31년생이시고 53년에 전쟁이 끝나고 입대하셨다고 합니다.

전 할아버지가 일제시대도 경험하시고 6.25도 경험하신 분이다 보니 옛날이야기 해달라고 그때는 어땠냐고 그런 걸 많이 여쭤봤었습니다.

기억나는 것들만 추려서 좀 적어봅니다.


1.할아버지 어릴 때 이야기

어렸을 때 애들하고 산에가서 노는데 친구 하나가 뭘 주워왔답니다. 매끈하게 생겼는데 이리 저리 던져도 뭐 깨지지도 않고 신기한거 있다고 친구들 보여준다고 다 불러모았답니다.

이거 깨보자고 친구들이 모여서 빙 둘러 앉아가지고 돌로 내려치고 있는데 사촌형님이 자기를 찾으러 오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애들이 하고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라가지고 못하게 하는데 애들이 말을 듣지 않으니까 자기 팔만 붙잡고 이리 오라고 끌고 가셨답니다.

할아버지 본인은 나도 저거 보고 싶은데 끌고 간다고 당시 사촌형님을 원망하면서 안간다고 하면서 질질 끌려가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꽝 소리가 나고 붕 떠서 날아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천만다행히 자신은 사촌형님 덕분에 살았는데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다 돌아가셨고 그 친구들 부모님들께 자기만 살아왔다고 원망도 많이 들으셨답니다.

이 얘기 해주실 때 할아버지 표정이 참 잊혀지질 않습니다. 안타깝고 후회되고 슬픈 그런 표정이셨습니다.


2.군대 이야기

전쟁 끝나고 군대를 갔는데 참 없는게 많고 제대로 된 게 없었답니다. 심지어 막사도 부족해서 병사들이 돈 있는 애들은 돈 모아서 부대 밖에 방 잡고 모여서 자기도 하고 연병장에 텐트치고 자기도 하고 그랬다고 합니다. 

먹는 것도 별로여서 국이라고 주는 게 된장 좀 풀어서 주는데 맹물이나 다름 없었고 밥도 부족해서 요만큼씩만 줬다고 합니다.

밥먹는 얘기하다가 쌀이 부족한게 높은 놈들이 다 빼먹어서 그런 거라고 하시면서 직접 경험한 얘기도 해주셨습니다.

본인은 보급 관련된 일을 하셨었는데 부대에 쌀이나 기름이 새로 들어오면 밤에 대대장?(<-정확히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납니다.)이 몰래 불러가지고 다른 차에다 옮겨 싣게 했었답니다.

처음엔 뭔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빼돌리는 거였고 어차피 저놈들이 빼돌리는거 나는 뭣도 모르고 공범된건데 뭐 쌀을 받든 돈을 받든 할걸 싶으셨답니다.

그리고 여러 번 해주신 얘기가 심지어 병장 놈 발 씻을 물까지 떠다 바쳤다고 합니다. 대야에 물 떠다가 갖다주는데 한 번은 이놈이 물 차다고 걷어차서 물 엎고 넘어지기도 하셨답니다. 많이 자존심 상하고 화가나셨던 일인지 이 얘기는 여러 번 하기도 하시고 할 때마다 씩씩 대십니다.
할아버지 표현을 빌려 보자면 "내가 그래도 밖에서 대학교까지 다니다가 왔는데 중학교도 못나온 놈이 앉어가지고 욕을 하는데 나 원 참.. 어휴"

어쩌다가 정식 휴가가 아니라 중대장이었나가 그냥 내보내 줬답니다.(이유도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기억이 잘 안납니다) 근데 돌아오라고 한 날짜가 됐는데도 가기 싫어가지고 그냥 집에 있고 복귀를 안했었답니다. 며칠 더 있도록 그냥 안갔었는데 그 간부가 데리러 와서 벌 안받게 해줄테니까 그냥 가자고 해서 들어가셨다고 합니다. (정식 휴가가 아니라서 내보내 준 자기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두서없이 적어봤는데 옛날엔 이랬구나 하고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들은 얘기가 많은데 잘 기억나지 않는게 많네요. 사실 더 까먹기 전에 적어놓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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