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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실화] 잊을수없는 말년의 추억
게시물ID : military_649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zmaria
추천 : 13
조회수 : 1648회
댓글수 : 43개
등록시간 : 2016/12/06 02: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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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1년

막사가 내 집같고 휴가를나가도 가족들조차 반겨주지 않는 ㅠㅜ... 전역을 앞둔 말년병장.

아끼고 아껴두었던 8박9일의 3차 정기휴가, 흔히들 말하는 말년휴가를 올릴수있는 9월의 첫째주





 "캬~ 날짜 좋쿠만 토,일 쉬고 월화수목금토일월화 휴가에 수요일 물자반납, 목요일 빠이빠이네?ㅋㅋㅋ"

 "ㅅㅂ  디졌다 일단 나가면 다들 헤어지기전에 돈데x가서 삼겹살에 쏘주다"





 나와 동기들은 아~주~삐대기 좋은 6생활관에 누워서 

달력에 아름다운 땡그라미를 그리며 행복한 계획들을 짜고있었다.

나의 마지막 훈련인 유격도 끝났고 휴가도 올렸겠다ㅋㅋ

홀가분한마음에 관물대정리도 하고 필요없는 싸제물품들도 뿌리며

주변정리를 슬슬 하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진짜 개 어이없는!!! 사태를 겪게될줄은 모른채...





1주일뒤...





방송 : "이xx병장.이xx병장 지휘통제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뭐여 귀찮게...나같은 민간인을 오라가라 해도되는거야?"

이딴 푸념을 중얼거리며 구부정한 몸을 이끌고 지통실로갔더니

당직병이 나에게 전화기를 흔들며 소근소근 말했다.

"연대 인사과장님인데 이병장님 뭔가 큰일난거같습니다"

"얌뫄 말년에 큰일은무슨 ㅋㅋ" 이라고 실실쪼개는 여유를 보이며 전화를 받았지만 

속으로는 아마 

'시발 왜 갑자기 인사과장이 전화를 하고난리지? 휴가 짜른단 얘긴아니겟지?' 

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을게 분명하다.




"충성. 병장 이xx임돠."

"어 그래. 너 전역 언제냐? 말년휴가 올렸던데"

"넵 다음달 xx일 입니다"

"어 그래 좆됐어"

"잚다?" (잘 못들었습니다.)

"어 그게말이지? 너도 나도 니네 인사행정관도 니네 인사계원도 좆됀거같아"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떻게 됀일인지는 좀더 알아봐야겠지만 일단 니가 지금 육군DB에 이.등.병 으로 나온다?
 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많이 당황스럽거든? 일단 알고 있으라고"

"이등병이요??!!! 아..아니!!...저..인사과장님! 저 전..전역 한달밖에 안남았는데 이병이라는게 말이 안되지않습니까."





너무나 당황스러운 나머지 과장님에게 조금은 큰소리로 대꾸한것과 이등병이라는 단어가 울려퍼지자

근무를서던 당직사관님과 당직병, 그외 상황병들, 기타 볼일이있어 드나들던 병사들이 일제히 동작그만 명령을 들은 듯 멈추었고

다소 복작대던 지통실이 얼어붙었다.

나는 주위 분위기를 읽고 다시 차분하게 전화를 이어갔다. (사실 그때 조금 울먹인듯ㅋㅋㅋ)





"저 휴가는 나갈수 있는겁니까? 아..아니 전역은 할수있는겁니까?"

"지금 이대로 전역하면 이등병 전역이지. 아니! 그보다 이 등신같은 새꺄! 너 계속 이등병월급 받고있었는데 몰랐어?"

"예에?!! 아...딱히 확인은 안해봤습니다."





나도참 등신같았지만.. 아니! 사실 국가가 내 월급을 삥땅치리라 그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당연히 월급 따박따박 들어오는줄 알았지나는...병장월급 얼마나 된다고.. 그당시 이등병 8만원 병장 10만원정도로 기억하는데

신경안쓰면 2만원차이는 모를수도있지...(나의 고질적인 병, 나태함을 합리화하고있다.)





"일단 내가 어떻게 된건지 알아보고 방법이 있는지 찾아볼테니까 걱정말고 기다리고있어봐"





인사과장님은 연대본부에 계셔서 가끔 당직사령을 하실때나 가끔 마주쳤지만 병사들사이에선 

재미있는분으로 통하고 평이 좋은 분이셔서 믿음이 갔다. 뭐 평이 좋으나마나 내가 어떻게 할수있는방법도 없었으니....





소문은 참 빠른것같다

동기라는 새ㄲ 들이 금세 몰려와서 내 부서진 멘탈을 다시 가루로 만들어주었다.

"ㅋㅋㅋㅋㅋ야 시발 육군 최고참 이등병이라매? ㅋㅋㅋ 이등병 20호봉 ㅋㅋㅋㅋ"

"야이 등ㅋ신ㅋ아 ㅋㅋ 너 분대장 이거 무효아녀그럼?ㅋㅋㅋ"

"이병으로 불명예 전역하는거아니냐? ㅋㅋㅋㅋㅋ"


등등 갯색기들 아직도 기억나. 생생해.






참담했다... 군대라는 집단이 이렇게 야매로 이렇게 돌아가는건가 싶었다.

일병,상병,병장 진급식 할때며, 포반장교육대에 추천되어 파견간것도, 학생장 대표로 내가 여단장님께 신고까지 했는데!!!

여단장님이 표창장까지 주셨는데!!!! 상병 이xx이름으로!!!!! 이게 시발 진짜 말이나되는 일인가???

그런내가 이병이었다니...






사실..... 예~에~전부터 이상한점은 하나 있었다.

휴.가.쯩!

이상하게도 다른 서류들은 상병,병장 내 계급에 맞게 출력되어 왔는데

사단에서나오는 휴가증 만큼은 항상 이등병 으로 찍혀있었다.

그래도 휴가가는 마당에 그런 단순 텍스트 오류가! 뭣이! 중헌디?!

룰루랄라 위병소를 통과하는즉시 호주머니에 넣고 복귀할때나 펴보는 한낱 종이 쪼가리일뿐인데

위병소근무자들이나 간부들도 소지품이나 검사하지 휴가증따위 신경도안썼던게 분명하다.






하여튼 이런저런 자괴감과 분노에 몸부림치며 잠못이루는 나날을 지내고

며칠후 인사과장님이 직접 오셔서 나를 찾았다.

보자마자 한마디 하셨다.






"야 등신아"

"병장 이xx"

"너 일병 진급시험볼때 휴가 나갔었네"






그렇다 일병진급시험을 치르지않아 누락된이후 계속 나는 매달 누락누락누락이 되었던 것이다.

아니 근데 시발 언제부터 진급시험이 이렇게 FM 이었나?

FM대로라면 연대? 또는 사단? 에서 정기적으로 체력측정하고 대적관 시험보고 합격하면 진급이 되는 시스템이지만

매달 그렇게 할수있는 시간적,인적 여건이 안되는건 전군이 다 알텐데...(너무 변명인가? 헤헤)

뭐 여튼 나는 대대에서는 가라(?)로 진급 해왔던것이었고

연대에서는 나의 자료가 없으니 누락이 됐던것...

뭐... 자세한 시스템은 나도 잘 모른다 여튼 인사과장이 했던말은 그런 맥락이었다.

대충 이해를 하고 최대한 불쌍해보이는 표정을짓고 과장에게 물었다.






"저 그럼 전역은 제대로 할수있는겁니까?"

"그래 이 등신아 ㅋㅋ 일단 누락이 너무 많이 되서 전부 되돌릴순 없었고 2달 누락된걸로 합의(?)봤고 (누구랑요??)
 
 월급도 그동안 누락된거 한번에 입금받을수있게됬다."

"으ㅓㅇ어ㅓ거 과장님 ㅠㅜ 감사합니다"

눈물까진 안났지만 정말정말 그분에게 고마워서 평생 충성하고싶은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금새 이성을 되찾았고 '아니 시발 당연히 이래야 맞는거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좆될뻔한 나를 구제해주신 인사과장님께 큰소리로 충성을 올렸다.






원망스럽고 지옥같아보였던 막사가 다시금 아름다운 낙원같았고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얼마후 내 월급계좌에는 전역비랑같이 그동안 밀렸던 월급들이 들어왔고 그날저녁 부대원들과 냉동파티를 크게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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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한지 5년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그때기억에 몸서리가 쳐지는걸보면 필시 트라우마가 아닌가 싶네요 ㅋㅋ


하지만 지금도 술한잔할때는 가끔 술안주로 곱씹는 이야기라 어이없고 황당했던 나만의 추억으로 평생 잊고싶진 않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하
출처 5년전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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