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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 상근... 그리고, 현부심......
게시물ID : military_652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olon
추천 : 0
조회수 : 882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1/16 0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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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016년 8월 9일 상근예비역으로 훈련소에 입소했었네요 ㅎㅎ..
첫날은 진짜 아무 생각없이 멍때리며 지내다가 둘쨋날부터 슬슬 입질이 오더군요...
제가 2012년부터 우울증을 동반한 적응/공황장애가 있었어요.
히키코모리 생활도 해봤고 약 도움 없이 버티며 자그만 대학도 졸업했고...
참 많은걸 해내서 나름 버틸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ㅎ
훈련소에서 날이 가면 갈수록 몸은 점점 힘이 빠지고, 정신은 혼란해졌어요.
매일매일 소대장님과 면담을 했고 신인성검사에 각종 진료, 상담을 했어요.
상담을 받아도 그저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었어요.
얼핏 소대장님이 쓰신 종이쪼가리를 보았는데 생활관 동료들 이름이더군요.

221번 OOO
222번 Kolon
223번 OOO  
...

이렇게 써져있었어요... 전 관심병사였죠 ㅎㅎ..
놀랄것도 없었어요.
제가 봐도 제 상태는 굉장히 오락가락하는 상태였거든요.
그래도 상근이라도... 병역의무를 마치고 싶어서 소대장, 중대장님께 부탁했어요..
하루에 취침시간에 4~5번 깨고, 총쏠때마다 공황증상이 와도 참았어요.

드디어 지옥같은 7주가 지나고 수료식이 왔어요. (추석껴서 1주 추가...)
어머니는 이혼하셔서 안계시고... 아버지만 계셔서 아버지만 오셨어요.
저 멀리서 이빨빠진채로 웃으며 걸어오시는 아버지를 볼때였어요.
진짜진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아들이... 아버지의 아들이 버티고 버텨서 여기까지 왔어요...
아버지도 오셔서 나이 60에... 처음으로 저를 보며 우셨어요..
저도 진짜로... 제 병을 알면서도 이겨냈다는 것에 뿌듯했어요.
아버지랑 처음으로 외식나가 고기도 구워먹어보았어요.

면회가 끝나고 아버지와 헤어졌어요.
군복도 이제 얼추 저에게 딱딱 들어맞더군요.
이등병 마크가 이렇게 값진 천쪼가리인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ㅎㅎ..
내일이면 아버지와 집에서 보는구나.... 진짜 설렜어요.
그날 밤,,, 소대장님이 절 부르셨어요.
소대장님 휴대폰 너머로 친형의 목소리가 들렸죠.

"OO아... 진짜 미안하다... 그러려던 것은 아닌데..."

순간 참아왔던 서러움이 파도가 쓸려오듯 밀려왔어요.
제 이름으로 천만원의 빚이 생겼어요!!!
친형의 명의도용으로 말이죠 ㅎㅎ....
더불어 아버지의 건강도 점점 악화되어갔어요...

집과 20분 떨어진 예비군중대로 배치를 받았어요.
첫날은 진짜 적응해보려고,,, 가정일은 일하는 동안 덮어두려고 노력했어요.
둘쨋날... 셋째날... 그렇게 2주가 지나도 적응이 안됬어요.
가족의 짐은 저를 더 압박했고 더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중대장님은 저를 위해 집과 가깝고 좀 한적한 다른 중대로 전출을 해주셨어요.
그런데 전출가서도 불안증세는 더 폭발했고 더 미쳐 날뛰었어요..
결국 원래 있던 중대로 원복했어요.

그리고 하루,,, 하루,,, 계속 불안하고 두려운 하루하루가 지나갔어요.
중대장님이 어느 날, 저를 부르셨어요.
중대장실에 들어가니 서류를 보여주시며 말씀하셨어요.

"OO아... 현부심이란게 있는데 이걸 해보는 것은 어떻니? 사회적으로 불이익은 있겠지만... 넌 치료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엄청 많은 생각을 거듭하고 또 거듭했어요.
과연 어떤 길을 가야할지...
그 결과 저는 진짜 복무하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현부심절차를 밟았어요.
심리상담도 받고... 병영생활전문상담관님의 상담도 받고...
중대장님, 대대장님의 신속하고 친절한 처리로 2달만에 사단심사에 통과되었어요.
일주일뒤 2작사 심사가 있었고... 통과되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제가 최우선 1순위로 사단에서 작사로 올렸다고 하더라구요...
생각보다 제 상태가 심각했단걸 조금 깨닳았어요...ㅎ;;;

그리고, 2017년 1월 13일 저는 현부심 전역(소집해제)을 했어요.
한편으론 아쉽고,,, 한편으론 앞날이 걱정되고,,, 또 한편으론 안정을 되찾은 것 같고...
마음이 매우 이리저리 혼란스럽네요 ㅎㅎ...
이제 제 미래를 또 다시 설계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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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로 현부심 진행하면서 그린캠프를 두번 입소했는데, 31사단 그린캠프 참 좋은것 같아요 ㅎㅎ..
다 착하고... 친절하고... 도움도 바로바로 많이 주시고 ㅎㅎ... 같이 입소한 용사들도 착하고...ㅋ
아마 현역이였다면, 부대에 말해서 캠프에서 전역때까지 있었을듯 싶네요...ㅋㅋ
사회적 스트레스가 차단되고, 저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 긁어주시니... 제가 원하던 장소??
ㅋㅋㅋㅋㅋ;; 암튼.... 혹시나 31사 소속이신데 그린캠프 가라그러면 꼭 가보세요 ㅋㅋ... 
지칠때도... 좋아요...!! 진짜진짜 좋은 곳이에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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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2....

상근예비역 업무관련해서나 현부심, 31사단 그린캠프 관련해서 궁금한점 있으시면 답변해드릴게요!
지금 약간 전역아닌 전역같은 전역을 해버려서 멍..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고 싶기도 하고 ㅎㅎ...
최대한 도움되어 드릴게요 ㅎㅎ..
저도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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