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군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여성으로서 감히 한말씀 드립니다.
게시물ID : military_681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뻬리에
추천 : 16
조회수 : 844회
댓글수 : 80개
등록시간 : 2017/03/18 23:49:12
옵션
  • 본인삭제금지
말주변이 없어 조금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너그러이 보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 군대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에 남성들이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원하지도 않는 시기에 원하지도 않는 곳에 가서 극단적인 환경 속에 2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너무 가혹한 것이라는 데 공감합니다.

2년을 의무적으로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자체도 엄청난 일인데 심지어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가혹행위에 대한 대책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실제 겪는 사람들의 입장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군대에서의 의문사, 신체건강한 남성이 군대에 가서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얻어 나오게 된다든가...이런 사례들을 듣거나 볼 때마다 기가 막히고 통탄스럽습니다. 어째서 젊디젊은 꽃같은 남성들이 그런 식으로 젊음을 훼손당해야 하는지 괴롭고 미안한 마음이 함께 듭니다.

보급품 문제는 요즘은 어떤가요? 제 또래들은 50년대 수통을 들고 다녔다는 말을 자조삼아 하는데 개선한다는 말이 나오고 나서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 좀 찾아봤더니 2014년 기준 국방비 35조 7천만원 중에 병사 인건비는 7천억원, 총 예산의 1.96%를 차지합니다. 국방비 중 인건비만 떼어 계산했을 때 일반사병 인건비는 8%정도..하지만 숫자는 장교와 부사관을 합한 것보다도 월등히 많아 총 인력의 69.3%를 차지합니다.

제가 군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부분은 대충 이정도입니다. 직접 경험하지 못해 피상적일수밖에 없는 부분에 사과드립니다.

문제점들을 먼저 나열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군대 자체의, 혹은 내부의 문제 (군 비리, 가혹행위, 일반사병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대우, 사고 발생시 투명하지 않게 처리되는 폐쇄성)와,

군필자들에 대한 사회적 보상제도와,

여성의 국방의 의무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 까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화내시기에 앞서 좀더 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군 내부의 문제에 대하여 - 

젊은 남성들이 군에 가서 너무 많은 부조리를 겪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는 당연히 지속적으로, 또한 강하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인건비만 해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라곤 하지만 한창때의 인력을 2년씩이나 묶어두는 대가로 나오는 병사 월급은 옆에서 봐도 너무한 수준입니다. 

병사들에 대한 처우개선, 그리고 합당한 수준의 인건비 책정이 지속적으로 공론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군필자들에 대한 사회적 보상의 제도화 - 

전 군필자들에 대한 보상으로 군가산점 제도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군대에서의 2년을 보상하려면 군대를 다녀온 모든 남성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군가산점 제도는 군필자 중 공무원시험 등에 응시하는 극히 일부의 남성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작용합니다. 공무원을 지망하지 않는 대다수의 다른 군필자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군필자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정책 같이 모든 군필자들이 동등하게 수혜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예산이 문제가 되겠군요.

3. 여성의 국방의무 수행에 대한 문제 - 

저는 남성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지금의 상황이 대단히 차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방의 의무는 모든 국민들에게 부과된 공통의 의무인데 여성에게는 이를 수행할 제도가 마련되어있지 않습니다. 명백히 남성인권이 일방적으로 착취되고 있고, 여성으로서도 차별적이라고 느낍니다. 

기계적으로 가장 공평한 것은 여성도 군대를 가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그럴 경우, 이 게시판의 다른 분들께서도 계속 지적해 오신 신체적 문제가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보직을 적절하게 배치한다든가 훈련을 통해 보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신경쓰이는 부분은 역시 예산과 인건비, 그리고 군대 내 사병들의 근무환경 및 처우 문제입니다.

여성을 징집하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국방비가 두 배로 늘지 않을 것이 자명한 이상, 보급품은 물론이고 인건비 상황은 더 악화될수밖에 없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그래서 도달한 것이 결국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은 여성에게 일정기간 국방세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성에게서 걷어들인 세금은 오로지 징병된 사병을 위한 예산으로만 편성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어요. 위에 말한 군필자 장학금 지원 예산으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고.

물론 이게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여성들 중에 이십대 초중반에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얼마나 될 것이며, 또 국방세를 부과한다 하면 그 세율은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등등 너무 많은 숙제들이 있지요. 여성의 국방세는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후에 소급해서 징수하는 방식도 있을 것 같고, 국방세를 내는 대신 군대에 가는 선택을 열어두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여성으로서 군대에 전력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요.

다 부족할수밖에 없는 생각이라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함께 생각하고 싶습니다. 남성들에게 있어 군대가 얼마나 중요하고 때로는 한스러운 문제인지 충분히 공유하고 싶습니다.

제도를 향해야 하는 문제의식이 수평적 존재인 이성을 향한 분노로 표출되는 현상은 안타깝습니다. 군문제와 관련한 남성들의 문제의식을 비웃고 폄하하는 단세포적인 인간들은 저 또한 싫어합니다. 하지만 그걸 여성 전반에 대한 분노로 받아치는 것도 여성으로서 저는 억울한 점이 없잖아 있습니다.

좀더 차분한 방식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공통의 문제의식으로 공유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