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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과 병사의 곶통 마지막
게시물ID : military_780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praxas
추천 : 11
조회수 : 718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7/06/28 12:45:05
이 얘기는 사실 쓸까말까했는데 써보려고 합니다...

군 입대하기 전에도 다들 별의별 소리 다 들으셨을겁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중의 정말 일부중의 일부만 티비에 나온다" 라던가

"탈영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은데 일부만 티비에 나온다" 라던가...

다 정말입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후방부대였고, 또 상근병사들이 많은 부대였습니다.

어느날 저녁에 상황병 근무를 서고 있는데 간부란 간부들은 다 지통실로 모이더군요.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지통실에서 회의하는걸 안듣고 싶어도 들을수 밖에 없는 상황병이라

별로 듣고 싶지 않았던 얘기를 반강제적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형형 하며 지내던 상근병 동기하나가

자살을 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원래 가정환경이 좋지않았던 그 친구는 원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군입대 후에도 대대장님의 허락하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최대한 집안 가계부에 도움이 되려고 하며 지내던 친구였습니다.

심심하면 한번씩 저에게 찾아와서 담배피면서 바깥세상 돌아가는 사소한 얘기들 해주며 절 웃게 해주던 친구였고

맨날 배고프다며 제 관물대를 털어서 먹을걸 뺏어가던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그렇게 자기 삶을 마감할거라곤 생각도 해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맘에 안 들고 싫었던건 대대장이고 밑에 하급 간부고 전부 다 그 일을 숨기려고만 들었다는겁니다.

너무 착해서 욕먹는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이 친구였습니다.

맨날 부대 있을때 쿠사리 먹고 욕먹고 조인트까이고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웃으면서 얘기하던 그런친구였는데

이날은 자기 퇴근하기전에 저에게 담배피러가자고 와서는 같이 정말 잠깐, 한 2~3분? 같이 있는데

말도 없고 웃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그러고 있더군요. 그러다가 가면서 저에게 지가 피던 담배를 각채로 주면서

씩 웃으면서 했던말이 "세상은 원래 더럽고 불공평하지? 그래도 형은 공부 잘하니까 잘 살겠네" 였습니다.

전 그냥 무슨 소리하느냐 왜 그러느냐까지만 얘기하고 웃으며 등만 탁탁 쳐서 보내줬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들은 소식이 부고였네요.

이 친구가 군인으로 자살했다는 얘기는 동네 신문으로도 안나왔습니다.

그냥 자살로 끝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있던 부대의 대대장은 지금은 진급해서 상급부대에 가있습니다.

그렇게 한목숨 묻고 간 상급부대가 그렇게 좋은지 물어보고 싶네요.


이 얘기를 적고 있는데 비가옵니다. 그놈이 위에서 제가 이거 적는거 보면서 왠지 우는거 같아서 괜히 더 감성적이 되네요...


"세상은 원래 더럽고 불공평한거지?" 제가 이제 그 친구한테 물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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