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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로 풀어보는 뜬금 없는 영화이야기..
게시물ID : movie_421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약밀매상
추천 : 4
조회수 : 12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07 04:27:01


※ 영화 광해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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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해를 다시 감상했습니다.

포스터를 올리려고 보니 주연 3명이 이병헌, 한효주, 류승룡 조합이네요ㅋㅋ 요즘 그들의 행보를 감안했을때 보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이 많으실거 같아서 캘리그라피 버젼으로 올려봤습니다. 몇년 전에 혼자 자전거 타고 한강 라이딩을 갔는데 잠실 쪽 자동차 극장을 지나다가 광해를 처음 봤어요. 멍하게1시간쯤 서서 봤으니 사실상 이번이 제대로 된 첫 감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여. 중요장면을 다 봐버리니까 그 후로 손이 잘 안가다가 재미있다는 분들이 많아서 이번에 한번 더 봤습니다. 







광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오늘의 테마인 신발에 대한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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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하마. 건달 세상이 뭐여? 함 읊어봐"
"예 형님. 쪽팔리지 말자. 다구리를 맞지도 말자. 밥은 굶어도 구두는 닦자! 입니다."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라더니 건달 세계에서도 구두 닦는건 중요한가 봅니다ㅋ 
과거로부터 신발은 그 사람의 신분이나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 주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과 관련된 옛날이야기에는 신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화화 된 작품들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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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영화 '신들의 전쟁' 주인공이었던 테세우스입니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따라 미궁의 괴물 미노타우르스 물리친 영웅으로 유명하죠. 테세우스는 아테나이의 왕이었던 아이게우스가 우연히 술에 만취해 트로이젠의 공주와 밤을 보내면서 태어납니다. 잠어서 깨고 깜짝 놀란 아이게우스는 공주에게 "섬돌 밑에 신표가 될 만한 것을 숨겨두었으니 섬돌을 들어올릴 만큼 아이가 자라면 내게 보내라"고 말하고 아테나이로 떠나죠. 그 숨겨둔 신표는 바로 칼과 가죽신이었습니다. 16년만에 아버지를 찾아 아테나이로 돌아온 테세우스는 아버지의 후처 메데이아에게 독살 당하려는 위기에 처하나 왕이 가죽신을 알아보고 진짜 자기 아들임을 확인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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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그리스인들의 자존심인 황금빛 양털 가죽을 되찾으러 떠나는 모험담.. 아르고 원정대 이야기입니다. 이 원정대에는 이아손이라는 영웅이 등장합니다. 이아손(IASON)은 제이슨(JASON)이라는 영어식 이름의 어원으로도 유명하죠. 이아손은 원래 이올코스의 왕이 노년에 낳은 아들이었습니다. 왕이 일찍 죽자 왕의 동생이었던 펠리아스가 자리를 빼앗고 어린 이아손을 현자라 불리우던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에게 보내버립니다. 그런데 이아손이 켄타우로스에게 간지 15년이 지나고 이올코스에는 해괴한 노래가 나돌기 시작합니다.

"외짝신 사나이가 내려와, 이올코스의 왕이 된다네."

이아손은 아르고 원정대로 떠나는 길에 강변의 할머니를 업고 강을 건너는 것을 돕다가 신발을 한쪽 잃어버립니다. 그렇게 세월이 많이 지난 후에 북쪽나라 콜키스에서 황금빛 양털 가죽을 되찾고 마침내 이올코스로 돌아와 펠리아스를 물리치고 왕위를 되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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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신발일까요?
사람에게 신발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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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거리 광대인 하선과 조선의 왕인 광해군. 그들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이 재미있는 것은 양반들에게 둘러싸여 기생집에서 광대놀음을 하는 하선과 신하들에게 둘러쌓여 꼭두각시 왕 노릇을 하는 광해군이 겉모습만 닮은 것이 아니라 실제 처지가 똑같다는 점입니다. 광해군은 신하들의 권력다툼에 이리저리 휘둘려 충신인 처남을 역모로 잡아들이고 왕비를 폐하게 될 상황인거죠. 그는 용상에 앉아있지만 광대 하선이 앉아있는 것 처럼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기 한 목숨 보전하기 위해 충신들과 백성들을 외면해버립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왕이라는 자각을 가진 남자라 할 수 없고 그저 광대나 다름 없습니다. 즉, 그 둘은 하나의 같은 인격이 두개의 다른 위상으로 표현된 캐릭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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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모로 붙잡힌 처남이 하선에게 충언을 올립니다. 백성을 어여삐 여기던 어린시절의 자애로운 왕으로 돌아오라고 말입니다. 용상에 허수아비 처럼 앉아 있다가 은자나 챙겨가려던 이 광대는 충직한 신하의 진심어린 진언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후로 하선은 자신이 진짜 왕인지 아니면 자리만 지키고 있는 광대인지 심각한 혼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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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서 한쪽 신발을 날려버리고 도망가는 이 시퀀스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한쪽 신발을 잃어버린 왕. 이 신발은 진정한 왕으로서의 정체성, 정통성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한쪽 신을 신은 반쪽짜리 왕. 그것은 나라의 안위를 외면하는 광대로서의 왕과 진짜 백성을 위하는 지아비로서의 왕 사이에서 자신이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이거야 말로 "외짝신 사나이가 내려와, 조선의 왕이 된다네." 라는 이야기 그 자체인거죠. 눈치빠른 왕의 최측근 도부장(김인권)은 잃어버린 신발을 신겨주며 과거 광대로서의 왕의 캐릭터가 다른 사람으로 변화되어감을 감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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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정한 왕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장애물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가시밭길을 앞에 두고 하선은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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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월이라는 애처로운 백성이자 충직한 신하의 희생을 계기로 마침내 진짜 왕으로서의 자각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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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고통스러운 가시밭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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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화려한 가죽신은 없습니다. 이제 버선발로 어린 백성을 들쳐안고 뛰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짜 지아비로서의 왕의 길인 것입니다. 광대와 왕 사이에서 흔들리던 하선은 외짝신의 나머지 한짝까지 벗어던지고 진짜 백성을 내 몸처럼 아끼는 왕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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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원칙을 가장 중시하는 충직한 신하이자 한명의 백성이 손으로 만들어 준 신발.
그 신발이 왕으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권위와 정통성이 아니었을까요?

하선은 이렇게 광대에서 광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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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안봐서 잘 모르겠는데...우리 나랏님들은 신발 간수 잘 하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잃어버렸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찾으러 가고 있는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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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해를 보고 신발이라는 키워드로 이런저런 뜬금 없는 생각들을 적어봤네요.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ㅋㅋ

이상 신발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조선판 신데렐라 이야기.
광해, 왕이 된 남자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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