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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 몇년만에 건진 흥미로운 한국 스릴러 (스포有)
게시물ID : movie_484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약밀매상
추천 : 4
조회수 : 290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9/15 01: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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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식(조한선)과 소연(김민경) 은 아이를 유산한 부부다. 다시 아이를 가져보려 부부관계를 시도 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다. 죽은 아이에 대한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지도 남성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도 못하는 준식은 매일 술에 취해 병든 닭마냥 지쳐 잠든다. 와이프는 그런 준식에게 한적한 섬마을로 여행을 떠나자는 제안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섬으로 떠나는 배 위에서 준식의 등판을 유심히 잡아주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검정색 le coq sportif 외투. 흔히 르꼬끄로 불리는 의류브랜드다. 굳이 저 상표를 저렇게 선명하게 잡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준식 부부는 음산하게 생긴 토종닭 가게에서 식사를 주문하고 있다. 백정처럼 거친 주인 성철(마동석)은 자신의 주특기가 닭 백숙이라며 그것을 주문하길 권한다. 

'수탉 le coq' 이라고 적힌 옷을 입은 준식.(후에 민희와 정사씬에서도 준식은 흰색 르꼬끄 맨투맨티를 입고 있다) 그는 명찰(?)에 적힌 대로 남성성을 잃어버린 병든 수탉이다. 성철은 그런 준식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백숙의 재료로 쓸 닭의 목을 칼로 따고 있다. 이런 연출은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암시하고 있는듯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닭에 대한 상징이 다시 한번 반복된다는 점이다. 술자리에서 민희(지안)가 준식에게 달걀을 건네는 장면을 유심히 보자. 그것은 알도 아니고 병아리도 아닌 부화직전에 죽은 닭이다. 화들짝 놀란 준식부부는 이 곤계란을 보고 무엇이 떠올랐을까? 유산해버린 아이가 떠올랐을거라고 생각한다면 과잉해석일까?

이쯤되면 성철(마동석)이 왜 계속 남성성을 잃어버린 남자로 상징되는 수탉들을 괴롭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매우 상당히 진부한 레퍼토리이긴 하지만 남성과 발기부전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 프로이트와 오이디푸스를 빼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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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은 과거 아버지를 불태워 죽인 아들이다. 한마디로 그는 반역에 성공한 아들이자 현재는 한명의 아버지로서 섬을 지배하고 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으로 여성들에게 거친 폭력을 행사하는 성철은 명백히 압제자로서의 아버지처럼 느껴진다. 특히 성철이 사용하는 장총은 길쭉한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단골 소재 아니던가.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어 버린 준식은 성철과 형님동생 사이가 아니라 성철의 '거세되어버린 아들' 인 것이다. 그래서 형님이 데리고 사는 여자와 잠자리를 보내게 된다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 말이 되기 시작한다. 어머니(이오카스테=민희)를 범하고 아버지(라이오스왕=성철)을 죽이게 되는 것은 거세 공포증을 가진 아들(오이디푸스=준식)의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이었던 것이다. 

추격자(2008) 처럼 수작이라고 할 만한 한국 스릴러를 본 지가 10년이 다 되어가는 와중에 그럭저럭 괜찮은 스릴러 한편 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추격자가 막을 내린 이후로 주인공 지영민처럼 한국 스릴러는 몇년째 발기부전에 걸려있다. 그래서 영화 함정이 함정에 빠진 한국 스릴러에 시원한 남성성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마치 '이끼'를 떠올리게 하는 찝찝하면서 음산한 배경이 마음에 들었고 억지로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나 과도한 효과음에 집착하지 않은 연출이 좋았다. 마동석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조한선과의 파격적 정사씬을 소화한 지안(민희역) 배우는 섹시한 버젼의 신세경을 보는 것 처럼 매력적이었다. 앤트맨도 보고 베테랑도 보고 뭘 봐야할지 고민이 된다면 여름 끝물에 나타난 스릴러 '함정' 을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너무 큰 기대만 가지지 않고 본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스릴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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