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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브릿지를 보고 떠오른 1985년 여름
게시물ID : movie_502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괜챦아뭐
추천 : 8
조회수 : 5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12 11:44:46
초등학교 여름방학때 과학부라는데 들어갔다.
 
반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을 차출하듯 ‘자발적’으로 과학부에 뽑아서 여름방학동안 과학실험을 시키는것이었다.
 
이유는 나중에 알게되었다. 전국 과학실험대회에 나갈 학생을 뽑기위해 시대표를 선발하는데..
 
그 대표를 뽑기위해 학교대표를 뽑을 요량이었던것이다.

 
 
 
간단한 실험 -
 
예를들면 굵기가 다른 지휘봉의 균형점을 찾는법,
 
시약을 모래에 뭍고 불을 붙여 폭발을 시키고 화산이 생성되는 과정을 관찰,
 
물이 끓는 온도 변화 관찰 등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 하는게 주된 일이었다.
 
실험방법을 알려주고는 항상 담당 선생님은 어디론지 쓰윽 가버렸다.
 
과학실에는 꼬맹이들끼리 진지하게 실험을 하고, 또 보고서를 써내려갔다.
 
선생님이 어디론가 쓰윽 사라진 이유는 방학중에도 출근해야하는 시골학교로 좌천되듯 발령난데 대한 감정인지,
 
아니면 단순한 귀챦니즘이었는지
 
아니면 진짜 아이들이 실험하는 과정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입김을 미치지 않고,
 
결과만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의도였는지 알 수 없지만
 
창문에 전교회장 누구누구 이름이 박힌 검정 과학실 암막커튼이 달린 실험실에는
 
 꼬맹이들은 여름방학 일주일을 과학실험을 하면서 보내게 되었다.

 
 
 
 
 비커에 담긴 물을 알콜램프로 가열하고 또 물속에 고정시킨 온도계의 눈금 변화를 실하던 중 선생님은 또 어디론가 쓰윽 사라지셨다.
 
진지한 꼬맹이들은 그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표를 만들고 각 시간별로 온도를 기록하기로 하고 진행하였다. 
 
제일처음 온도 23도, 1분후 42도....... 4분후 94도.... 5분후.. 94도?
 
 
?????
 
 
응? 100도가 되어야 하지 않나?
 
야.. 니가 위에서 보니깐 그런거야... 밑에서 봐봐.. 96도로 보여...
 
응? 그런가? 그럼 96도
 
7분후 94도? 응.. 아니지.. 96도....
 
왜 100도가 안되는거지?
 
온도계가 너무 중간인가?
 
온도계를 내리면 100도가 되지 않을까? 온도계를 내려보자...
 
그건 반칙인가?
 
우리 모둠에서 이렇게 실험조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진지한 과학자를 꿈꾸는 꼬맹이들은 필사적으로 100도에 물 온도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안계신데.. 그냥 100도라고 가자..
 
응? 응. 으..응.
 
나의 실험보고서는 그런식으로 기록이 되었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똑 같았을것이다.
 
다른 모듬녀석들도 마찬가지였을거라 확신한다.
 
서로 시험지를 보여주면서 지금이 몇도같은데... 아니 난 몇도로 적었어. 너도 몇도라고 적어.
 
이런식으로 시간이 지나자 왁자지껄해졌다. 관찰은 물 온도를 100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변경되었다.

 
 
 
 
 선생님이 오시고 보고서를 제출한것을 거두어 선생님에게 드렸다.
 
선생님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람 많이 죽인 대머리아저씨가 대통령하는 시대에 시골학교에 좌천되어서,
 
그나마 순수함을 기대한 녀석들이 눈에 빤히 보이는 일들을 조작한 보고서를 읽는 표정 그대로였다.
 
미간에 있는 주름에 힘이 한껏 들어가 더 진해보이는 보고서를 읽는 찡그린 표정에 꼬맹이들은 주눅이 들었다.
 
거짓말을 들킨 아이의 표정 그대로 아무도 소리 내지 못했다.

 
 
 
 
선생님은 잠시후 표정이 풀렸다.
 
요새말로 맨탈을 다시 잡으신듯 간단한 평가가 이어졌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다 알지?
 
근데 그 물은 순수한 물이라서 그런거야.
 
보통 수돗물은 100도에서 끓을 수가 없어.
 
불순물 때문이거든 소금물이 0도에서 얼지 않듯 물이 끓는점이 100도일 수는 없어.
 
더 높은 온도에서 끓을수도 있고, 더 낮은 온도에서 끓을 수도 있어.
 
실험마친다. 다 실험기구 정리하고 문단속 잘하고
 
열쇠는 이승환(가명)이가 시험지랑 같이 들고 교무실로 가지고 와.
 
 
 
 

직접 한 학생을 거론하며 교무실로 열쇠를 가지고 오라니,
 
또 그 승환이라는 조용조용한 친구라니(그 선생님은 학생 이름을 모른다. 관심이 없었다.)
 
선생님이 나가자말자 우리들은  승환이에게 갔다.
 
그리고 시험지에 승환이가 적은 표를 봤다.
 
94도, 94도, 94도. 
 
당연하게도 학교대표는 승환이가 나가게 되었다.
 
 
 


 영화를 봤다. ‘스파이 브릿지’ 

 첫 장면 루돌프 아벨이 자화상을 그리는 장면에서부터 어디에선가부터  물이 끓기 시작했고 승환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보이는대로 그리는것. 거울이 앞에 있다면 정면모습의 자화상이었을테고
 
거울이 옆에 있다면 옆모습의 자화상이었을것이다. 자화상이라고 꼭 정면일 이유는 없다.
 
 
 
사회전체가 반공이 당연한 가치로 받아들이고
 
절차따위는 국익이라는 결과에 맞추어 내려는
 
1957년 미국과 내가 지나온 1985년 대한민국은 어찌 그리 닮았을까?
 

결과에 과정을 맞추는게 이익이다. 절차는 어찌해도 좋다는 인식은
 
왜 1985년에서 2015년 30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 아직도 여전히 94도인가?
 
민주적 대통령이 2번 10년 동안에 2도는 오르지 않았냐고?
 
그런가? 
 
96도 아니냐고?
 
아니 94도인거 같다.
 
내 키가 조금 더 자라서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바라봐서 그런지
 
지금 내가 보이는 온도계는 94도로 보인다.
 
 
 

출처 감맛이 나길래 감맛이라고 하는데.. 왜 감맛이 나냐고 하면.. 아 몰랑. 내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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