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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너와 함께 봤다면 더 좋았을 영화)
게시물ID : movie_638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은날개
추천 : 9
조회수 : 145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2/29 0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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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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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영화를 보지 못하다가 오늘 문화가 있는 날이라 <라 라 랜드>를 봤습니다.

처음엔 황홀함에 눈을 떼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아름다운 색체부터 춤과 노래, 그리고 앵글의 합주가 너무도 황홀하여 절로 미소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절정을 지나, 결론으로 다가가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놨던 슬픔이 올라왔습니다.


이 영화의 총평을 말씀드리자면,

전작 <위플래쉬>에서도 엄청난 재능을 보여줬는데 이번 <라 라 랜드>는
절정에 다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느낌은 너무 슬펐습니다.



저는..

지난 2016년 5월 마지막 주.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만났던 여인과 이별을 했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회사를 들어가 일을 하던 중에 여러가지 이유로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받았습니다.

사실, 회사를 한참 다닐 무렵에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렇게 만나다가 회사에서 잘리게 됐죠.


<라 라 랜드>의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 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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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미아'와는 달랐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만들어진 상태였습니다.

허나 우리 둘은 너무도 행복한 연애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가 제게 물었습니다.

"오빠는 하고 싶은 게 뭐야?"


마치 '미아'처럼, '세바스찬'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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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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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녀가 말하더군요.

"쓰면 되지? 뭐가 문젠데? 그리고 국어 배웠으니까 글쓰는 거 학생들한테 가르쳐보는 건 어때?"

이에 저는 많은 고민, 그리고 싸움을 한 뒤 승낙을 하고 프리랜서라는 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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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저는 <라 라 랜드> 속 '세바스찬'과 '미아'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일에 최고의 후원자가 됐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연주를 매번 찾아가 봤고, 그녀는 제가 쓴 글을 봐줬습니다.

제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많은 사진들, 수 많은 글들은 모두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썼던 것입니다.

그녀는 저의 생일 날, 손수 만든.. 
제가 쓴 글을 엮어 생에 최초로 제 책을 출간해 주기도 했습니다.

마치 '미아'가 '세바스찬'이 만들고자하는 꿈의 가게인, 

재즈바 간판 '셉스'를 디자인해준 것처럼 말이죠.




그녀는 누구보다 제 글을 사랑해줬고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줬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큰 응원을 해줬죠.

마치 <라 라 랜드> 속 '세바스찬'처럼, 그리고 '미아'처럼요.

그리고 타악기를 치던 그녀에게 같이 보면 너무도 좋고
또 본인에게도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며 권했던 영화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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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입니다.


재미있게도 그녀와 함께 그녀의 미래를 이야기하던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번에는 우리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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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찬'이 재즈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글'에 대해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소설은 어떻게 써야하고

논설은 또 어떻게 써야하고

저 영화에서는 어떤 장면 속에서 어떤 내용을 담았고.

<어린왕자>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역지사지를 알아야 하고.

그녀는 매번 웃으며 그 이야기를 들어줬고, 제 꿈을 향해 나가는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늘을 날아가는 듯, 시간이 멈춘 듯.

그런 사랑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죠.

마치 '미아'의 1인 연극처럼 말이죠.

저는 50곳을 넣었지만 모두 불합격을 당했습니다.

낙심하고 다시 직장을 구하려던 찰나, 
또다시 '미아'처럼 1곳에서 연락을 받고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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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후, 그녀의 어머니와 연락하는 전화를 들었습니다.

"남자친구?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글 써. 잘 될거야. 열심히 하고 있어. 응. 응..."

엄마의 전화를 받은 그녀는 '미아'처럼.

그리고 저는 그 전화를 옅들은 '세바스찬'처럼



하지만 저는 빨리 자리를 잡고자 하는 마음에
고양시, 남양주, 수원, 서울, 용인, 분당, 성남 등을 가리지 않고 일을 찾아다녔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기 위해서.

그녀는, 그런 저의 행동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함께 지내는 근처에서 일을 하기 원했었죠.

그러면서 '글'이란 것은 제게서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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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저를 그녀는 '미아'처럼 안타깝게 바라봤습니다.







1년.

1년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1년이 지나면 처우가 달라져 그래도 이 일이 어느정도 비전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태세가 나올거라 예상했습니다.

1년 후면.. 2017년이면 가닥이 보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손을 잡고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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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라 라 랜드>에서 보여주는 컷이 없는 롱테이크.

편집할 수 없는 세상이라서 저희는 그렇게 마지막을 향해 갔습니다.






우린 헤어졌습니다.

헤어진 이후, 저는 1인 연극을 마친 '미아'처럼 그녀를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제게 말했습니다.

"미안해.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인지 <라 라 랜드>의 이 장면을 보며 너무 많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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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정말 만약에.. 

'세바스찬'처럼, '미아'처럼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삶은,
컷도 편집도 없는,
심지어 카메라 앵글조차 돌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세상이기에..

<라 라 랜드> 속 뮤지컬이 펼쳐지는 판타지가 현실을 반영하는.. 그래서 원테이크로 영상을 찍은..

제 사랑도, 그와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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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시작하는 2017년이 곧 시작됩니다.

그녀와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오고 있죠.


2016년을 시작하던 당시 50 군데의 문을 두드려 1곳에서만 응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지금 그녀는 없지만 저 혼자 그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마치 '세바스찬'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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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세바스찬'이 왜 웃었는지, '미아'  역시 왜 웃었는지

저는 알 것 같습니다.


양재천 메타세콰이어길.

오유에 많이 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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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교로 논술을 가르치러 가며 매번 가는 길입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죠.

그래서 만나던 당시,

"서울에 전에 같이 담향에서 봤던 메타세콰이어길이 있어. 같이 가보자."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헤어졌고 그건 메아리일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헤어지고 1달이 지났을 무렵,

월요일.

양재천 메타세콰이어길을 달리던 중 그녀의 자동차가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걸 봤습니다.

그녀의 차, 그녀의 차 넘버.

잊을리가 없죠.

그녀 차가 제가 달리는 곳에서부터 불과 3칸 앞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함께 메타세콰이어 길을 달렸습니다.
저는 제 바람대로 옆자리에서 바라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메타세콰이어 길이 끝나고 이별하는 사람처럼 조금 더 같은 길을 간 뒤,
그녀는 우측 성남방향으로 전 좌측 안산 방향으로
그렇게 우린 다시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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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cm>로 떨어지는 벚꽃 

시간이 지나면 저 멀리 날아가는 것처럼.

서로 만났지만 멀어진 시간이 그만큼 기나길기에

나의 삶과 그녀의 삶이 서로 마주칠 수 없는 거리가 됐기 때문에

한 때 사랑했던 그녀의 삶을, 그의 삶을 '세바스찬'도 '미아'도 미소로 화답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500일의 썸머>처럼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잖아요 ^^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함께 이 영화를 봤다면 여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진 않을까.

어긋난 틈을 붙여놓는다면, 우린 함께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하지만..
결국 저도 그녀도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다음 계절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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